(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재능있는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림문학상이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이번 공모에는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이 출품돼 수림문학상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당선작인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를 비롯해 '전방 300m 카페', '킬링 톨스토이', '천년의 비밀', '흑색소음',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냉이꽃 피는 도시' 등 일곱 편.
이 중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와 '전방 300ｍ 카페'를 놓고 심사위원단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결과 큰 이견 없이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가 당선작으로 낙점됐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윤후명 씨와 소설가 정미경·성석제·김숨 씨, 문학평론가 정홍수 씨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지난 1일 최종심을 마친 뒤 "이 작품이 지닌 새로운 문학적 언어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를 제4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으로 세상에 내보는 데 심사위원들은 기쁘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는 묘한 작품이다. 대학원 연구실의 업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25세 여성 화자의 시선은 자신의 내부를 향해 심하게 닫혀 있고 종종 냉소적이다. 소설 바깥의 세계에서라면 그다지 귀를 기울일 성싶지 않은 시시하고 누추한 독백의 세계가 이어지는데 어느 순간 그녀의 심드렁한 발성과 화법에 익숙해지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시시콜콜한 풍경도 '그녀의 눈'을 통하면 이상한 생기와 예각을 얻는다"고 칭찬했다.
또 "'자기가 본 것만 그리기'는 뒤늦게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이자 삶의 근거인데, 기실 그녀가 이 소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일견 느슨하게 보이는 이 소설의 구조가 치밀하게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고, 이 소설의 만만찮은 리얼리티가 결국 오래도록 준비된 시선의 자각적인 힘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낡은 골드스타 전화기로 어린 시절 개설한 전화 사서함과 교신하는 소설의 매력적인 결말이 웅변하듯, 그녀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내부와 접속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소설가 되기 혹은 소설 쓰기를 이야기의 통로로 삼은 진부한 방식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기 언어와 자기 시선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애착과 고집에는 새로운 문학적 언어의 가능성이 잠복해 있다"고 평했다.
최종심에 오른 또 다른 작품 '전방 300ｍ 카페'는 서교동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를 꾸려가는 젊은 여성 화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데, 전체적으로 최근의 세태와 감각이 잘 녹아있으며 평범한 이야기들을 묶고 푸는 서사의 리듬감이나 전환의 매듭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야기도 인물도 너무 적당한 지점에서 멈추는 느낌이 있고 인물들이 너무도 순하게 이 카페를 향해 모여들어 적당한 답을 얻은 채 떠나가는 이야기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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