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세대 활력 보고서] 해군 제복 벗고 인생 2막 도전 남기득씨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처음에는 저도 어쩔 줄 몰랐어요.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36년 동안 해군으로 복무한 남기득(57)씨는 2023년 6월 제복을 벗고 민간인이 됐다. 군대 밖으로 나오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가 표현한 첫 느낌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는 울산 울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집안 형편 때문에 군인의 길을 택했다. 해군 부사관 111기로 입대한 남씨는 긴 복무 기간만큼 군 내부에서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다. 함정 유도탄과 관련한 특기로 강원함, 울산함, 마산함, 양만춘함, 충무 이순신함 등 수많은 함정에서 근무하며 바다를 누볐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우리 선박을 지키는 '청해부대'의 주임원사로 파병 근무했고, 대통령이 사열한 강감찬함 행사에서도 총책임자로 나섰다. 10여년간은 말단 이병부터 대령까지 장병들을 교육하는 교육 담당으로도 일했다. 그야말로 '군인의 삶'이었다. 하지만 55세, 계급정년으로 예편한 그는 군 생활의 마침표 뒤에 새로운 시작을 고민했다. 국방 관련 기관이나 조선업체 등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그는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복무 기간 제대로 곁을 지키지 못했던 가족들 옆에 있고 싶었어요" 그는 홀로 다른 지방에서 근무해야 했던 관련기관 이직 대신, 자신이 평생 좋아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찾아보기로 했다. 
'희망, 도전, 그리고 경험' 남씨는 인생 2막을 그렇게 시작하기로 했다. "선배들이 말했어요. 직장에서 대우받던 시절 모두 잊고, 원점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라고요.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첫걸음은 94세 어머니를 위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이었다. 자격증을 따자마자 일명 '노치원(어르신 유치원)'으로 불리는 주간보호센터에서 3개월간 일을 해보기도 했다. 여성 비율이 높은 현장에서 남성으로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는 이 경험에서 '복지'에 대한 흥미를 발견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지역의 한 대학의 '실버재활학과'에 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남씨는 "원사 시절에 부대원들과 자연정화 봉사 활동을 해 신문에 실리기도 했고, 밥 퍼 봉사, 6·25 참전용사 돕기, 단체 봉사 활동을 많이 했다"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간보호센터 일을 그만둔 뒤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회장'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올해는 1급 소방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하며 이달부터 건물관리인으로도 일을 시작해 경험을 쌓고 있다. 남씨는 "입주자대표회를 하면서 아파트를 변화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군부대 내에서 건물 관리했던 경험을 살려 건물 관리인으로도 일을 시작했다"면서 "입주자 대표회장은 관리인에게 '요구하는 사람'이지만, 저는 동시에 관리인으로서 '요구받는 사람'의 입장에도 있어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지금 건물과 관련한 또 다른 자격증 공부도 병행 중이다. 언젠가는 '복지'와 '건물관리'를 결합한 실버타운 관리 분야를 특화하고 싶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흥미' 탐색을 늦추지 않는다. 부산 남구청이 운영하는 '오륙도 인생후반전지원센터'에 간간이 참석하며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 등이 나오면 수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올해 57세로 인생의 적지 않은 경험을 했지만, 인생 2막의 성공을 위해 '새로운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씨는 "흥미가 가고,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노력해서 더 안으로' 접근해 보고 그 분야에 시간을 투자해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가야 한다"면서 "돈을 좇는 것이 아닌 희망을 품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퇴임을 앞둔 직장인에게 "퇴임 5주년, 10년을 앞두고 꼭 계획을 세워보며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좋겠다"면서 "주말이 되면 낯선 분야에 가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ready@yna.co.kr ㅡ[연합뉴스]ㅡ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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