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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코로나19, 제2의 팬데믹은 후유증과의 싸움"

[김길원의 헬스노트] "코로나19, 제2의 팬데믹은 후유증과의 싸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전 세계가 서서히 감염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코로나19 후유증과 싸워야 하는 '제2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하는 '감염 후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 연구에 참여 중인 NIH 신경과학자 이명화(52) 박사는 백신 접종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후유증 극복을 위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뇌 부검 결과를 내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박사는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두통, 피로감, 구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뇌 조직 자체의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신체의 광범위한 염증 반응에 의한 혈관 손상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부검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한 성과로 꼽힌다.

자세한 연구성과와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이 박사와 이메일, 사회관계망(SNS) 등으로 여러차례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이 박사와의 일문일답.

A, C, F는 뇌 조직에 대한 자기공명현미경검사(MRM) 사진이고, B, D, E는 면역형광염색법으로 뇌 미세혈관 손상의 증거를 발견한 모습이다. B2 사진 속 혈관의 기저막을 자세히 보면, 온전한 기저층 주변에는 섬유소원 누출이 없지만, 얇은 기저층(화살표) 주변에는 혈장단백질이 조직으로 확산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손상된 혈관에서 혈관 내에 있어야 할 성분들이 뇌실질로 누출된 것을 나타낸다. 혈관이 손상되면 혈관 내에 있던 단핵세포 및 림프구 등의 면역세포, 혈장단백질 등이 뇌실질 내로 누출되고, 그로 인한 염증 반응과 여러 가지 병리적인 반응이 발생한다. 이런 미세혈관손상은 MRM 영상을 찍은 13명의 환자 중 10명에서 발견됐다. G∼N 사진은 뇌실질에서 관찰된 병리 소견들로, 소교세포들이 무리를 지어 손상된 신경세포로 몰렸으며, 탐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소견은 코로나19 환자의 호흡부전이 폐조직에 대한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감염으로 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뇌의 호흡중추에서 뇌세포 기능 저하도 일부 작용할 수 있다는 단서다. [이명화 박사 제공]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인 것으로 아는데, 백신은 접종했나.

▲ 며칠 전에 모더나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 후유증은 없나.

▲ 2차 접종 후 몸살감기 기운이 있어 이틀 동안 누워 있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개인차는 있지만, 좀 더 힘든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백신과 비교하면 몸살이 더 심했다. 특히 백신을 맞은 쪽 팔이 조금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고, 두통도 있었다. 언니(간호사)는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증상은 비슷했다.

-- 논문대로라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의 뇌에는 직접 침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 현재로서는 그렇다. 두통과 만성적인 피로감 등의 신경학적 증상들이 뇌 조직 자체의 감염이 아니라 신체의 광범위한 염증 반응에 따른 관련 혈관의 손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특별히 뇌 연구에 집중한 계기가 있나.

▲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거의 모든 연구자가 폐 등 일차적으로 바이러스의 타깃이 되는 장기에 집중하고, 뇌는 잊어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신경 염증성 질환이 짐작보다 더 만연하고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회복한 후에도 만성피로감,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있어 명확하게 생각하기 어렵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의 여러 신경학적 증상들이 몇 주에서 몇 개월 지속되는 경험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사망 환자의 부검 뇌조직 모습 [이명화 박사 제공]

인플루엔자를 유발하는 일반적인 코로나바이러스는 뇌 조직에 침투하지 않나. 이와는 다른 것인가.

▲ 코로나바이러스는 대개 동물성 질병을 유발하지만,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등 7개의 코로나바이러스(HCoV)는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신경학적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미 사스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는 사스 바이러스의 입자 및 게놈 서열이 검출된 바 있다.

--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스, 메르스와도 감염경로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나.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스, 메르스와 함께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 속하는 점으로 미뤄 이 역시 뇌로 침투하고, 여러 신경학적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의 뇌에 정확히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의문을 품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부검한 뇌 조직에서는 모두 바이러스가 없었다.

-- 연구 방법과 결과를 자세히 설명해달라.

▲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미국 내 환자 19명(5∼73세)의 뇌 조직을 부검했다. 일반 자기공명영상보다 10배 더 민감해 현미경 레벨로까지 촬영할 수 있는 고출력 MRI 스캐너를 사용해 후각 능력을 제어하는 뇌의 후각 전구(olfactory bulb), 호흡과 심박수를 조절하는 뇌간(brainstem)을 집중해서 관찰했다. 이 결과 두 영역 모두에서 주변부보다 염증의 징후를 보여주는 밝은 반점(bright spot)과 출혈로 인한 어두운 반점 (dark spot)을 볼 수 있었다. 같은 조직에 면역염색법을 실시한 결과, 밝은 반점이 보였던 해당 부위의 미세 혈관 벽이 비정상적으로 얇아졌으며, 혈장 단백질의 하나인 피브리노젠이 혈관 파괴에 따라 뇌실질로 누출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같은 뇌혈관의 손상으로 혈장 단백질 및 혈액 중의 면역세포(T-cell)가 뇌실질로 누출돼 뇌의 염증 세포를 활성화하면서 뇌에서의 면역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반점 부위는 혈전이 있는 다른 패턴으로 보이며 면역 반응의 증거는 없었다.

-- 바이러스 검출 검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 여러 연구방법(RT-PCR, RNA sequencing, RNA in situ hybridization, immunostaining)을 이용해 검사했으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혈류 또는 신경 전달로 등의 여러 경로를 통해 뇌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는 분명치 않다. 다만, 뇌에서의 병리는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기보다는 미세혈관 손상에 따른 염증반응으로 이해된다.

-- 하지만, 그동안 뇌 조직의 바이러스 감염을 시사하는 논문도 여러 편 있지 않았나.

▲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 15편 중 10편에서 RT-PCR 방법으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되기는 했지만, RNA 복제 수(copy number)가 매우 낮았다. 또 바이러스 단백질은 많은 경우에 검출되지 않았고, 양성이 나온 3편의 논문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편이다. 따라서 뇌의 사후조직에서 관찰된 신경병리학적 소견을 보자면, 여러 신경학적 증상은 뇌 조직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의 직접적인 결과라기보다는 '면역-매개' 과정으로 보인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NIH 이명화 박사 [이명화 박사 제공]

뇌 조직에 직접 침투하지 않으면서도 그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인데, 메커니즘은 규명됐나.

▲ 현재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선천면역계(innate immune system)인 보체계(complement system)의 활성화에 따른 뇌 미세혈관의 손상으로 접근 중이다. 이른 시일 내에 후속 연구가 발표되도록 노력하겠다.

-- 우리나라에서는 감염 사망자에 대한 부검 연구가 부족한 상황인데, 어떻게 뇌 조직을 확보했나.

▲ 뉴욕 검시사무소와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각각 17명, 3명의 뇌 조직을 받았다. 부검 연구는 새로운 질병을 이해하는 데 필수다. 사망한 코로나19 환자의 뇌를 포함한 신체 장기들을 면밀하게 검사함으로써 바이러스의 감염 정도 및 신체 장기의 관여 정도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질병의 특성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세포 수준의 연구나 동물 연구를 함으로써 좀 더 통제된 형태로 메커니즘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

-- 공동 연구자들은 누구인가.

▲ NIH 아빈드라 나스 박사를 총책임자로 해서 신경과학자, 부검과 병리학적 소견을 위한 다수의 병리학자,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위한 의학물리학자, RNA 시퀀싱을 위한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가들이 함께 팀을 이뤘다.

-- NIH에서 진행 중인 '감염 후 만성피로증후군'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 2015년 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이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환자에게서 받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NIH에서조차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연구비 지원도 적어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다가 코로나19 상황에 환자가 급증하면서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이뤄지면 이런 감염 후유증도 줄지 않겠나.

▲ 물론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감염률, 입원환자 비율, 사망자 비율이 연일 의미 있게 감소하고 있다. 저 역시도 2차 접종 후 감염의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본격적으로 후유증과 싸워야 할, 제2의 팬데믹이 남아있다고 본다.

bio@yna.co.kr

ㅡ[연합뉴스]ㅡ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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