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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길거리 탈것의 마술사에서 스포츠 스타로

[여행honey] 길거리 탈것의 마술사에서 스포츠 스타로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국가대표 정지훈이 레일을 슬라이드 기술로 타고 내려오고 있다. [사진/진성철 기자]

(춘천=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스케이트보드는 사람이 만든 탈것 중 가장 다루기 힘들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래도 젊은 세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스타일리시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싶어한다.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스케이트보드는 이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까지 채택됐다.

스케이트보드를 알아보기 위해 스케이트보드를 마술사처럼 타는 이들, 올림픽 스타를 꿈꾸는 한국의 국가대표를 만나봤다.

◇ 앳된 얼굴의 스케이트보드 마술사들

강원도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의 엑스 게임장에 앳된 얼굴의 국가대표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 선발된 국내 스케이트보드 최강자들이다. 모두 청소년들이지만 어엿한 국가대표다.

스케이트보드 기대주인 조현주가 자신의 키보다 높은 출발지점에 섰다. 벽 위에서 오른발로 스케이트보드의 끝을 밟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곤 왼발을 가볍게 보드 앞쪽에 놓더니 몸을 숙여 쿼터 파이프(안으로 둥글게 휘어진 경사면)를 타고 내려왔다. 드롭인(Drop-in)이다.

조현주는 스케이트보드가 A자 형태의 기물을 오르자 팔을 펼치며 하늘로 날았다. 동시에 발로 스케이트보드를 튕기고 잡아채자 스케이트보드도 360˚ 빙글 돌며 날아올랐다.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스케이트보드에 두 발을 붙인 채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정지훈이 출발을 준비했다. 정지훈은 2022년 로마에서 열린 월드스케이트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드대회에서 22위를 차지했다. 뱅크(반듯하게 기울어진 경사면)를 타고 내려온 정지훈은 오른발을 보드 앞에 두고 탔다.

정지훈은 뱅투뱅(뱅크면 두 개가 이어진 기물)을 지나 약 50㎝ 높이의 경사진 레일(쇠로 된 둥근 봉)을 앞에 두고 점프했다. 이때 스케이트보드도 발밑에서 한 바퀴를 휙 돌았다. 정지훈은 점프한 채로 스케이트보드를 발로 다시 낚아챘다. 그리곤 레일 위에 스케이트보드의 가운데 부분을 정확히 올린 뒤 끝까지 쭉 미끄러져 내려왔다.

임현성은 조현주와 함께 초등학생일 때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임현성은 2단으로 이뤄진 높이 5m 정도의 벽 위에서 드롭인을 했다. 빠른 속도로 경기장을 가른 후 맞은편의 높은 벽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올라와 벽보다 훨씬 더 높이 공중으로 날았다.

오른손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잡고, 왼손은 하늘로 쭉 뻗은 채 공중연기를 펼쳤다. 허공에서 두 발을 스케이트보드에 다시 실은 뒤 내려와 다음 기물로 빠르게 달렸다.

정지훈과 함께 로마대회에 출전했던 곽민지는 경기장 가운데 설치된 에어박스(점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경사면이 있는 기물)를 훌쩍 뛰어 하늘을 난 뒤 반대편 경사면에 착지해 달려갔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훈련 내내 스케이트보드를 두 발로 튕겨 돌리고, 레일과 렛지(평평한 난간의 모서리)를 탔다. 또 벽을 타고 오르거나 에어박스를 넘으며 하늘을 날았다.

기술을 구사하다 실패해 넘어지기도 부지기수였다. 착지에 실패해 발목을 부여잡기도 했고, 팔꿈치를 잡고 아파하기도 했다. 에어(공중) 기술을 연습하다 무릎보호대로 바로 내려앉을 때는 머쓱해 하며 웃음 지었다.

◇ 뭘 좀 알면 더 재밌는 스케이트보드

스케이트보드 경기 중계를 처음 보면 어리둥절하다. 트릭(기술) 이름이 생소하고 경기장의 기물도 낯설어서다. 무엇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자세와 주행 방향에 따라 용어가 달라 더욱 헷갈린다.

스케이트보드는 크게 데크(나무판), 휠(바퀴), 트럭으로 나눈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앞바퀴 앞쪽의 조금 휘어져 올라간 데크 부분은 노즈, 뒷바퀴 뒤쪽은 테일이다. 레일, 렛지를 보드로 타고 내려 올 때 데크로 타고 내려오면 슬라이드, 바퀴와 테크를 연결하는 쇠로 된 트럭으로 타면 그라인드 기술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왼발을 데크 앞에 두면 레귤러(Regular), 오른발을 앞에 두면 구피(Goofy) 스탠스(자세)라고 한다.

언뜻 보면 잘 구분되지 않지만, 스케이트보드 주행은 앞으로 가기와 뒤로 가기를 구분한다. 뒤로 가는 주행은 페이키(Fakie)라 한다. 자신의 기본자세와는 반대 발로 타는 것은 스위치다. 즉 레귤러(오른발잡이)가 구피(왼발잡이)로 타면 스위치라고 한다.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구사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두 발을 두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보드를 컨트롤해야 한다. 또 신발 바닥 면으로 사포처럼 거친 그립 테이프가 부착된 스케이트보드의 테크를 끌어서 트릭을 보여줘야 한다.

장애물을 타거나 뛰어넘을 때 구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점프기술은 알리(Ollie)다. 알리는 먼저 앞발을 보드의 중간쯤에 두고 뒷발로 보드의 테일을 튕긴다. 보드가 공중으로 뜨면 앞발을 쓸듯이 노즈로 가져간다. 마지막으로 허공에서 보드를 다시 수평으로 만들며 점프하는 기술이다. 반대로 널리(Nollie)는 앞발로 노즈를 튕긴 뒤 뒷발로 보드의 수평을 만들며 점프하는 묘기다. 알리와 비슷한 자세로 시작해 보드를 공중에서 한 바퀴 돌리는 기술은 킥플립(Kickflip), 몸의 방향은 그대로 둔 채 보드의 앞뒤를 바꾸는 것은 샤빗(Shove it)이다. 또 보드를 세워 앞바퀴나 뒷바퀴만으로 주행하는 방법은 매뉴얼이라 하고, 매뉴얼 자세로 레일이나 렛지를 타면 파이브 오(5-0)라 부른다.

선수들은 기본 방향, 페이키, 스위치로 주행하면서 킥플립, 샤빗, 알리, 슬라이드, 그라인드 등 다양한 트릭을 연결해 가며 연기한다. 스케이트보드를 자신만을 스타일로 흐름을 만들어 가며 멋있게 타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올림픽 스케이트보드는 스트리트와 파크 두 세부 종목에서 성적을 겨루게 된다. 스트리트는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계단, 핸드레일(계단 옆의 손잡이), 렛지, 벽 등의 기물을 이용해 트릭을 구사한다. 파크는 움푹 파인 둥근 그릇 형태의 경기장 전체를 오가며 공중묘기, 스톨(스케이트보드를 멈추는 동작) 등을 엮어 창의적인 연기를 펼친다.

◇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

현재 대한롤러스케이트연맹에 등록한 스케이트보드 선수는 50여 명이다. 대부분이 초중등생들이다. 도쿄올림픽 때 여자 선수들의 평균나이는 14세였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 도전할 국가대표들은 올해 11월 대표선발전을 통해 뽑는다.

지금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스케이트보드를 타게 된 계기를 물으니 그냥 누군가 타는 것을 본 뒤 실제 타보니 너무 재미있어 시작했다고 다들 답했다.

중학생인 곽민지는 "국가대표가 됐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믿어주는 친구가 없었다"며 "뉴스에 나오고서야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청소년국가대표냐고 되묻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린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의 열정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선수들은 데크를 한 달에 2~3장 사용한다. 하루 만에 부러지기도 한다. 신발 또한 빨리 닳아서 2~3주마다 바꾼다고 했다. 휠은 3개월 정도마다 교체할 정도다.

김영민 국가대표팀 감독은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려면 탄력과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케이트보드를 발에 붙이기 위해 해야 할 동작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스케이트보드의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거의 불모지에 가깝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국내에 스케이트보드 파크가 부족한 건 아니지만 올림픽, 세계대회 등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형태와 높이의 기물들이 적은 까닭이다. 또 온라인만으로는 세계적인 톱클래스 선수들의 기술을 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피겨퀸 김연아가 소속된 올댓스포츠와 계약한 조현주는 "플립 기술류를 이용해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슬라이드나 그라인드를 다양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요즘 트렌드인 널리나 발을 바꿔 타는 스위치 계열 기술들을 주로 훈련한다"고 했다. 조현주는 스트리트 대표다.

파크가 주 종목인 임현성은 "스케일이 큰 기술을 완벽하고 깔끔하게 타는 게 중요한 거 같다"고 얘기했다.

한국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가 2024년에는 파리 에펠탑을 무대로 날아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zjin@yna.co.kr

ㅡ[연합뉴스]ㅡ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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