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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세상] 요절한 천재의 뒤늦은 인기

[미술로 보는 세상] 요절한 천재의 뒤늦은 인기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에곤 실레(오스트리아. 1890~1918)만큼 점점 인기가 치솟는 화가도 드물다.

2022년 서울서 처음 열린 세계 3대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에는 실레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항상 관객들이 몰려 30분 이상 줄을 서 기다려야만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꽈리와 함께 한 자화상' (1912)

그는 단 28년 살았다. '요절한 천재'라는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강렬한 색과 자유로운 구성, 독특한 선을 구사한 그의 독창성을 전 세계가 주목한 지 오래다.

'포르노 같은 에로티시즘을 그린 화가'라는 기존의 평가를 뛰어넘었다.

그를 인정하고 발탁한 화가는 구스타프 클림트였다. "내가 자네에게 배워야겠어"라는 클림트 칭찬이 유명하다.

잘 알다시피 클림트 작품도 '관능의 세계'다. 두 작가를 비교한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클림트가 장식으로서 나체를 그렸다면, 실레는 내면으로서 나체를 그린 화가다"

실레도 렘브란트, 고흐처럼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특이한 점은 나체 자화상을 자주 그렸다는 점이다. 나체 자화상을 통해 외모에 대한 집착과 내면의 열정을 여과하지 않고 드러냈다.

나체를 그린 자화상 (1910)

이는 그의 성장 과정과도 연결된다. 일찍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대신, 어머니와는 매우 소원한 관계였다. 아버지를 잃은 뒤 내면에 스며든 상처와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나체 자화상으로 노출했다는 평가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이 있다. 자신의 나체부터 자주 그린 여성들 나체도 뒤틀리거나 말라붙은 모습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허무한 퇴폐성', '다다를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고 본다.

실레에겐 두 여성이 등장한다. 그의 모델이었다가 연인 및 부인 역할을 한 발리 노이칠과 정식으로 결혼한 에디트 하름스다.

노이칠은 어려웠던 시절, 함께 고난을 겪으며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였지만, 막상 결혼하게 되는 하름스를 알게 되면서 결별했다.

노이칠과 헤어질 무렵 그린 작품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죽음과 여인'(1915)이다. 여인은 처량할 정도의 가녀린 두 팔로 두려운 표정을 띤 남자를 억지로 포옹하고 있다. 그와 노이칠을 그렸다고 추측한다.

'죽음과 여인'

이후 안정적인 신분을 가진 하름스와 결혼한 뒤 그린 그림이 '포옹'(1917)이다. 풍만한 여성, 근육질 남성이 서로 살갑게 부둥켜안고 있다.

'포옹'

드디어 그의 사랑이 일체를 이룬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그의 천재성과 사랑은 지나온 삶의 요철을 다시 이어받았다. 그가 죽던 해인 1918년 그린 '가족'을 보자.

'가족'

색이나 형태가 이전 그림과 비교할 때 안정적이고 부드럽다. 가족을 온통 품으려는 것인지 팔을 무척 길게 그렸다. 앞의 여인은 하름스이며, 그 앞엔 곧 태어날 둘 사이 상상 속 아기다. 행복감에 젖은 듯한 세 사람 표정은 아늑하다.

하지만 그가 얻은 평온은 스페인 독감이 앗아갔다. 출산을 앞둔 하름스가 독감에 걸려 죽고, 3일 뒤 그도 그녀 뒤를 따랐다. 실레는 부인과 아기를 하늘에서 만나 그림보다 더 환하게 웃었을까?

실레나 고흐, 모딜리아니 등 짧고 불우했던 화가들 삶과 그림 세계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후세에 인정받고 인기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굴곡 속 현세의 삶은 누구보다 불행했건만…….'

실레 그림을 두고 '세기말 상실감'을 그렸다고 하지만, 그의 삶 자체가 '상실'이었다.

dohh@yna.co.kr

ㅡ[연합뉴스]ㅡ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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