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 만연산 치유의 숲 (화순=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무등산 남쪽 자락, 만연산(668ｍ) 중턱을 잇는 오감연결길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름답고 편안한 산책로다. 산책로가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만연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치유의 숲길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등산까지도 갈 수 있는 이곳에서는 선택지가 많다.
![편안한 산책로, 오감연결길 [사진/전수영 기자]](https://img4.yna.co.kr/etc/inner/KR/2019/08/06/AKR20190806074200805_01_i_P2.jpg)
편안한 산책로, 오감연결길 [사진/전수영 기자] 아침의 숲만큼 좋은 휴식이 있을까. 15분 동안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숲으로 가면 누구나 자연스레 몸으로 느끼게 된다. 수목이 만드는 초록색 경관,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자외선이 차단된 햇빛,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소리가 어우러져 건강과 치유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산림청은 심리적, 임상적으로 검증된 산림의 건강증진 효과를 근거로 '산림 치유'를 법적 개념으로 정의하고 산림복지 차원에서 전국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의 산음 치유의 숲이 2009년 처음 문을 연 이후 10년 동안 전국에 16개의 치유의 숲이 만들어졌다. 전남 화순군이 2011년부터 화순읍 동구리 일대(120ha)에 조성한 만연산 치유의 숲도 그중 하나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는 너릿재 터널을 이용해 30분 이내에 닿는 곳이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인 오감연결길(3.1㎞)과 삼나무가 빼곡한 치유의 숲길(3.3㎞), 산림욕장(숲속체험장)이 들어섰고, 2017년 7월 치유의 숲 센터를 개장했다.
![편안한 산책로, 오감연결길 [사진/전수영 기자]](https://img2.yna.co.kr/etc/inner/KR/2019/08/06/AKR20190806074200805_03_i_P2.jpg)
편안한 산책로, 오감연결길 [사진/전수영 기자] ◇ 맥문동과 야생 녹차가 반기는 산책길 화순군청이 있는 읍내에서 불과 5분 만에 만연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등산국립공원 만연산 지구의 입구다. 만연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아스팔트 길 오른쪽으로 데크 산책로가 깔려 있다. 워밍업 삼아 천천히 걸으면 만연산 치유의 숲 센터가 나온다. 센터에서 오른쪽으로 오감연결길이 시작된다. 3㎞ 남짓한 오감연결길은 경사가 거의 없는 무장애 숲길이다. 흙길 한쪽에 야자 매트가 깔려있고, 험난한 구간에는 나무 데크로 길을 이어 어린이도 노약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편안하게 산책에 나서고, 근교 나들이에 나서는 광주 시민들에게도 인기다. 빽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반긴 건 소나무 아래에서 보랏빛 꽃을 피운 맥문동과 짙푸른 야생 녹차다. 태풍과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라 초여름 절정을 뽐냈을 산수국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기온은 35도를 오르내리고 습도는 95%에 달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도시 한복판이었다면 짜증과 불쾌함이 솟구쳤을 테지만, 숲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저 상쾌했다. 동행한 김관숙 산림치유지도사가 따 준 상산나무의 잎에서는 과일 향이 났다. 향신료로 쓰이는 초피나무 잎은 벌레가 싫어한다기에 맨살이 드러난 발목과 손목에 붙였다. 벌레에 물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아졌다. 산초는 초피와 비슷하지만, 잎이 좀 더 동글동글하다.
![치유의 숲 [사진/전수영 기자]](https://img3.yna.co.kr/etc/inner/KR/2019/08/06/AKR20190806074200805_02_i_P2.jpg)
치유의 숲 [사진/전수영 기자] ◇ 자연림 속의 삼나무숲 오감연결길은 만연폭포까지 평탄하고 예쁜 길이 쭉 이어진다. 김 지도사의 제안으로 오감연결길을 벗어나 만연산 정상 방향으로 조성된 치유의 숲으로 들어섰다. 오감연결길은 충분히 아름답지만 너무 편안해 심심하다면, 치유의 숲길은 운동의 강도를 살짝 더하면서 좀 더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0분 정도 오르막을 견디면 평상이 있는 약수터에서 쉬어갈 수 있다. 1급수 생물인 옆새우와 가재가 산다고 한다. 빽빽한 삼나무숲 사이로 난 데크 길을 따라 건강오름숲을 지나고, 하늘숲을 거쳐 건강회복숲으로 들어섰다. 대나무가 많은 이곳은 한때 사람이 살던 곳이다. 대나무숲을 따라 내려오면 건강회복숲 끝에서 다시 오감연결길과 만난다. 치유의 숲길은 오감연결길보다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곳곳에 평상과 쉼터가 있어 시간을 충분히 두고 천천히 걸을 만하다. 만연폭포 방향으로 오감연결길을 잠시 걷다 이번에는 오른쪽 산림욕장(다산숲속체험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솔길에는 숲 가득한 습기를 머금고 야생버섯들이 쑥쑥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야생버섯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널찍한 산림욕장은 정자와 평상, 피크닉 테이블은 물론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과 운동기구까지 고루 갖췄다. 만연 저수지와 그 주변으로 단장해 놓은 동구리 호수공원 너머 화순 읍내까지 보이는 경치도 좋다. 숲속체험장 앞에 붙은 '다산'은 조선의 문신 정약용의 호다. 화순 현감으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온 16살의 정약용이 만연사에 딸린 암자인 동림암에서 글공부를 했다 한다. 현재는 만연사로 가는 길 동림사지 입구에 독서 기비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산림욕장을 빠져나오자마자 한껏 달궈진 포장길에서 열기가 훅 올라온다. 무성한 나뭇잎이 가려주던 직사광선에 머리 꼭대기가 뜨겁다. 왔던 숲길로 되돌아가고 싶어졌다.
![만연산 치유의 숲 센터 [사진/전수영 기자]](https://img1.yna.co.kr/etc/inner/KR/2019/08/06/AKR20190806074200805_04_i_P2.jpg)
만연산 치유의 숲 센터 [사진/전수영 기자] ◇ 만연산 치유의 숲 센터와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3∼11월 임산부, 청소년, 직장인, 노년층, 아토피 환자 등을 위한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평소에는 근력·혈압 측정, 스트레스 검사, 원적외선 족욕을 포함해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산림치유프로그램은 화순의숲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숙소 [사진/전수영 기자]](https://img0.yna.co.kr/etc/inner/KR/2019/08/06/AKR20190806074200805_05_i_P2.jpg)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숙소 [사진/전수영 기자] 만연산 치유의 숲을 나와 안양산로를 따라 수만리 생태숲 공원과 들국화 마을, 무등산 양떼 목장을 지나면 금세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에 닿는다. 무등산 남쪽, 백마 능선의 끝인 안양산 아래 편백과 삼나무가 빼곡한 곳이다. 무등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무돌길 9길(안심길)의 종점이자 10길(수만리길)의 시점이고, 만연산 오감연결길 종점이나 치유의 숲 센터에서도 10∼20분이면 닿는다. 어디로 가도 좋고, 그냥 머물러도 좋다. 안양산로 북쪽으로는 천연림 곳곳에 단체·독채 숙소와 대강당, 잔디축구장과 놀이터, 계곡 물놀이장, 정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고 안양산로 남쪽에는 수령이 50∼60년 된 편백과 삼나무숲 사이로 임도와 산책길인 치유길, 산림욕장, 숲 교실이 자리 잡고 있다. 무성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키 큰 나무 아래 놓인 나무 벤치도 그대로 그림이 되고 휴식이 된다. 휴양림 전체 면적이 70만㎡, 숙박 수용인원이 6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이곳은 개인 소유의 휴양림이다. 독림가 진재량(96) 옹이 1950년대부터 가꿔온 숲으로, 1990년대에 휴양림을 조성해 문을 열었다. 원래는 안양산 휴양림이었다가 2012년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이름으로 바꾸고, 장남인 진춘호(67)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의 산책길 [사진/전수영 기자]](https://img9.yna.co.kr/etc/inner/KR/2019/08/06/AKR20190806074200805_06_i_P2.jpg)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의 산책길 [사진/전수영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연합뉴스> 2019/09/08 08:01 송고 ㅡCopyright ⓒ OTOT -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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