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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반트하우스 교향악단의 역사·정체성 담아낸 완벽한 멘델스존

게반트하우스 교향악단의 역사·정체성 담아낸 완벽한 멘델스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서울=연합뉴스) 나성인 객원기자 = 우리는 그동안 멘델스존이 어떤 작곡가인지 모르고 있었다.

지난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와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2부 곡으로 들려준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는 악단의 역사와 정체성, 자부심을 모두 담아낸 명연이었다.

1악장 초반의 엄숙한 코랄 풍의 주제는 경건하게 적절한 음세(音勢)로 연주됐다. 후기 낭만주의적인 과장을 배제하고 각 성부의 균형을 탁월하게 살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클라리넷을 비롯한 민속풍의 목관이 싱싱하게 움직이는 2악장, 고요함과 극적 대조가 우아하게 표현된 3악장과 4악장도 훌륭했다. 모든 성부가 한 가닥 한 가닥 선명하게 들렸고, 리듬은 정확하면서도 유연했다.

넬손스는 악구 하나하나를 '표정 있게' 지시했는데, 관현악단은 시종 이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만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품 이해와 연주 역량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4악장 마지막 코랄 풍 주제는 그야말로 라이프치히 사운드 그 자체였다. 화려하거나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선명하며 품격이 있었다. 오래 잘 다듬은 목조에는 금속과는 또 다른 은은한 빛이 흐르는데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들려준 음향 또한 그와 같았다.

이들의 연주에는 과거 악단을 이끌었던 위대한 작곡가의 싱싱한 음악적 상상력이 2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생동하고 있었다. 선율이 아름답고 취향이 세련된 낭만주의 작곡가라는 흔한 수사로는 멘델스존의 진가를 거의 포착할 수 없었음을 넬손스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확실히 드러냈다. 그만큼 이날 연주는 일사불란하면서도 단정했고, 입체적이면서도 여유로웠으며, 균질하면서도 다채로웠다.

말러나 브루크너와 같은 압도적인 편성이 아니라 해도, 베토벤처럼 쉽게 다가오는 강렬한 음악적 드라마가 아니라 해도 기본기가 탄탄한 연주는 대단한 음악적 호소력을 불러일으켰다. 멘델스존 특유의 단아한 균형미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악단의 여유로움과 품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악단 전체가 작품을 완전히 꿰고 있었기에 아무리 맹렬하게 전개되는 빠른 악상에서도 우아함과 기품, 독특하고 정감 있는 색채가 묻어났다. 매 순간이 이들이 일궈낸 귀중한 음향적 유산의 실체였다.

공연은 최고의 악단이 그들이 가꿔온 오랜 음향 유산을 선보일 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되는지를 증명해준 자리기도 했다. 최근 국내 무대에서 최고의 악단과 그들의 음향 유산을 체험할 기회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멘델스존은 최근의 체코 필하모닉의 드보르자크, 오슬로 필하모닉의 시벨리우스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에 있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1부에서는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멜루지네' 서곡에 이어 '라이프치히의 작품'인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으로 연주됐다. 클라라를 향한 사랑을 작품의 주 모티브에 담은 이 유명한 협주곡은 비록 초절기교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대단히 어려운 작품이다. 관현악과 피아노가 서로 촘촘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동시에, 악상의 리듬, 색채, 뉘앙스의 변화는 아주 잦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면과 치밀하게 계산된 면이 공존하고, 열광과 몽상을 계속 오간다. 피아니스트로서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솔로로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독주자가 두드러지는 몇몇 순간에서는 내면적 침잠 및 격렬한 폭발의 성격을 선명하게 대조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곧바로 오케스트라와의 합을 위해 평정을 되찾아야 한다.

조성진의 연주는 여느 때처럼 깨끗하고 기교적으로 훌륭했다. 그만이 지니고 있는 예민한 감수성 또한 곳곳에서 빛을 발했으며 실수 없이 매끄러운 음악을 들려줬다. 그러나 슈만 협주곡의 묘미와 매력을 잘 살렸는가 하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연주였다. 조성진의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을 악구로 구분하는 일)은 작품의 모티프와 악상의 조형미를 드러내기보다는 흐르는 느낌이었고, 리듬 및 색채 상의 대조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넬손스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전체 구조를 탄탄하게 유지했고, 조성진 또한 악단과 합을 잘 맞추기는 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협주곡의 주인공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관현악단이 된 것 같았다. 그럼에도 1악장 카덴차 부분의 서정미나 2악장 주제의 친밀한 대화의 느낌 등은 참으로 훌륭했다. 3악장에서는 관현악과 피아노가 주고받으며 복합적인 리듬을 구현하는데 조성진의 피아노는 다소 평면적이었다. 강세의 다양한 변동에서 나오는 세밀한 리듬의 효과가 더 부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조성진-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ㅡ[연합뉴스]ㅡ2023.11.16 lied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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