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OT - 오티오티 [신문]

(서울=연합뉴스) "내가 개 키우는데 나라가 보태준 거 있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보유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유기동물 증가로 관련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그러자 검토 예정 단계부터 찬반 논란이 뜨거운데요.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는 현재 2만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반면 바람직한 방향이란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민 박정환(21) 씨는 "세금을 물리면 사람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관리할 것 같다"고 보유세 부과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대 측인 시민 고은비(26)씨는 "지금도 유기견 때문에 문제가 많다"며 "그런 법안이 채택되면 반려동물 유기가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유세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쉽게 키우면 쉽게 버리게 된다며 세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턱을 높이고 책임감을 갖게 한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반려동물로 발생하는 비용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 함께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경기도는 올해 동물 복지 관련 정책 예산을 작년의 2배인 386억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이 예산은 유기 동물 입양비 지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와 동물등록제 지원 사업 등에 쓰입니다.

찬성 측은 또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정부도 "선진국은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을 통해 갈등과 비용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보유세 반대 측은 오히려 세금을 부과하면 유기동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세금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은 늘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보유세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동물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인의 동물 보유 여부를 알아낼 방법이 없고 세금을 피하고자 등록하지 않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세금 부과를 개인 양심에 맡길 수 없는 노릇이란 설명입니다.

보유세보다 반려동물 의료보험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병원비 때문에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 유기를 방지하려면 의료보험 적용이 더 현실적인 대책이란 겁니다.

반려동물 범위가 애매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농가에선 산짐승을 쫓거나 집을 지키는 가축 용도로 개를 키우는 경우가 많고 요즘엔 파충류, 햄스터, 앵무새 등 다양한 종을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2022년부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유세는 유실·유기동물 재입양을 돕는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로 사용되거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반려동물 관련 민원 처리 전문기관 운영비로 사용될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 도입 여부와 시기,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2022년부터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홍 건국대 교수 겸 반려동물 법률상담센터장은 "(보유세 시행이) 반려동물 인식 개선 및 보호, 복지를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양육을 위한 사전의무 교육제도와 동물등록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은정 기자 이수정 인턴기자 / 내레이션 송지영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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