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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걸어갔다 세미코마로 나왔는데…

[OK!제보] 걸어갔다 세미코마로 나왔는데…"병원 과실 없다니"

부정맥 시술 중 세미코마에 빠진 A씨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서 60대 남성이 부정맥 시술을 받다 세미코마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세미코마는 뇌 기능이 거의 상실된 식물인간 같은 상태다.

환자 가족은 의료 과실을 주장하고 있으나 병원은 매뉴얼대로 치료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기업을 퇴사한 후 노후를 즐기던 A씨는 지난 4월 25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심방세동(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한 시술을 받던 중 혈압이 낮아지다 심정지가 일어났다. 병원은 응급상황인 코드블루를 발동하는 등 매뉴얼에 따른 조치들을 취했다고 하지만, 심정지 시간은 10분에 달했다. 결국 A씨는 뇌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세미코마가 됐다.

확인 결과 A씨는 혈관으로 기계장치를 주입해 심장 내부에서 전기자극으로 부정맥을 찾아 치료하는 시술을 받았는데 심장에서 심낭으로 피가 새며 심장에 무리가 생겨 혈압이 떨어지고 급기야 심정지가 왔다. 심낭에 찬 피와 체액은 750cc나 됐다. 담당 의사는 초기에 전기자극 등을 통해 맥박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심장 기능을 즉각 회복시키지 못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이 발급한 진단서

A씨 부인인 B씨는 "의무기록을 보면 시술 과정에 심낭으로 새 나간 피가 심장을 압박함으로써 심정지가 왔다. 시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심정지 신호가 온 이후에도 심장 압박을 통한 심폐소생술이 2~4분가량 늦어져 남편의 뇌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편은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해 건강이 특별히 나쁘지 않았고 잘 생활했다. 4년 전부터 1년에 2~3번 부정맥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숨이 가쁜 정도였다. 남편은 심방세동 약을 매일 먹는 걸 부담스러워했고 혹시 모를 뇌졸중 위험 때문에 시술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병원은 심방세동 시술 중 100명의 1명꼴로 심낭에 피가 고여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A씨 사례는 의료 사고가 아닌 불가항력의 합병증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시술 전 동의서에도 포함됐다고 한다. 또 내부적으로 시술 당시 응급 상황을 재검토해보았는데 매뉴얼대로 적절한 조치들이 취해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심방세동으로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아왔으며 작년 말 발작성 심방세동이 생겨 호흡곤란이 심하다고 호소한 후 약물을 복용하다 잘 듣지 않아 시술을 결정한 것이라며 평소 건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남편을 세미코마로 만든 데 대해 병원이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병원은 의료 과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그동안 병원비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B씨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병원은 이에 병원비를 내지 않은 B씨에게 가압류 내용증명을 보냈다. 양측은 법정 다툼에 나설 예정이다.

병원비 압류를 알리는 내용증명

B씨는 "병원에서는 남편에게 합병증이 생겨 몸 상태가 더 안 좋아 질 거라고 보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내가 말을 하면 알아듣고 웃거나 슬픈 표정도 짓는다.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다만 재활병원으로 옮기게 되면 입원비가 연간 억대로 들어가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병원 관계자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으며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낀다. 하지만 의료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 병원비 압류 내용증명은 통상적인 행정절차에 따른 것이다. 환자 가족에게 병원비 감면 등을 제안하고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원도 알아봐 주고 있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ㅡ[연합뉴스]ㅡ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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