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우들의 정치물은 어떻게 다를까…넷플릭스 '퀸메이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형식, 절차, 예쁜 척, 당당한 척. 그만 좀 합시다!" 어딘가 답답해 보이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서울시의원 후보 오경숙(문소리 분)은 후보 토론회 생중계 중 셔츠 안에 입고 있던 코르셋을 벗어 던지며 이렇게 외친다. 단정한 외모와 곧은 자세가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다며 그에게 코르셋을 입힌 황도희(김희애)는 돌발 상황에 당혹스러워하지만, 답답해서 안 되겠다는 오경숙의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든다.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퀸메이커'는 대기업 전략기획실장 출신 황도희가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퀸메이커'는 주역을 모두 여성 배우들이 맡았다. 서울시장 후보, 유력한 경쟁자, 선거 전략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기업 회장, 경영권 승계에 사활을 건 대기업 후계자, 시장 후보의 든든한 후원가 등이 모두 여성인 이 드라마의 낯선 풍경을 배우들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매끄럽게 완성해낸다. 특히 주연을 맡은 김희애와 문소리는 노련한 연기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김희애는 재벌가의 더러운 비리를 받아내는 변기통 '황변'으로 조롱받던 황도희가 갑자기 정의의 편으로 돌아서는 과정에 개연성을 불어넣고, 문소리는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 설정을 특유의 매력으로 살려낸다. 
물과 기름처럼 정반대 성격인 두 여자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워맨스'도 관전 요소다. 매사에 흐트러짐 없이 냉철해 보이는 전략가 김희애와 자유분방하고 열정 넘치는 정치인 문소리는 점차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 연대의 힘으로 은성그룹이라는 더 큰 부조리에 대항하며 성장한다. 둘의 공고한 연대와 우정은 '거친' 남성들과 잔혹한 폭력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기존 정치 소재 영화들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준다. 정치인들의 치밀한 전략 싸움과 치열한 심리전을 구경하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ㅡ[연합뉴스]ㅡ2023.04.14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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