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환 더커머스 대표 편집자 주(註)= 역사는 짧아도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startup). 이런 스타트업들이 맘 놓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업 환경 조성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엔젤투자협회(회장 고영하)의 추천을 받아 매달 유망한 스타트업을 한 곳씩 소개한다.
온라인 최저가 쇼핑몰 '원프라이스'를 만든 문성환 더커머스 대표. 김영대 마이더스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015년 대비 105%나 커진 111조1천89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의 비중은 13.2%에서 23.9%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온라인쇼핑의 급성장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가격이다. 언어장벽과 느린 배송에도 해외직구가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물건을 싸게 사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듯이, 온라인쇼핑도 손품을 많이 팔수록 저렴한 물건을 손에 넣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쇼핑 환경은 소비자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다. 뭐 하나를 검색하면 가격이 엇비슷한 상품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초장부터 질리기 일쑤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그나마 좀 낫지만, 막상 연계된 쇼핑몰에 가보면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어렵사리 최저가를 찾아도 상세페이지에선 전혀 다른 상품이 나오거나, 선택이 불가피한 옵션상품이 추가되거나, 배송비가 턱없이 비싸 결국 "속았다"며 뒤돌아서는 일이 흔하다. 이는 판매자들이 노출을 늘리려고 마구잡이로 검색어를 등록해놓은 탓이다. 옵션상품과 배송비를 뺀 금액을 게시해 최저가로 위장하는 일도 너무 많다. 심지어 실제 가격을 무시하고 1~10원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소비자 불만이 크지만 개선 여지는 난망이다. 중소 판매자들이 입점하는 오픈마켓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오픈마켓의 상품이 검색되는 포털사이트도 일일이 판매자를 통제하기 어려워서다. 오픈마켓과 포털사이트가 광고주인 판매자를 통제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쇼핑의 이러한 불합리를 싹 배제한 곳이 2016년 6월 문을 연 '원프라이스'다. 오픈마켓과 가격비교 사이트의 기능을 합친 원프라이스는 이름처럼 중복상품을 배제하고, 하나의 가격대엔 하나의 상품만 보여준다. 원프라이스를 운영하는 문성환 더커머스 대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허수를 걸러내고 진짜 정보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예컨대 오픈마켓에서 OO라면을 검색하면 3천 건이 뜨지만, 원프라이스에선 가격대가 확실히 다른 13개만 최저가 순으로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원프라이스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 최저가 상품을 빠르고 간결하게 찾아준다. 원프라이스 쇼핑몰 캡처 원프라이스는 해외직구 상품도 아우른다. 게다가 숨겨진 옵션상품이나 배송비까지 찾아내 합산금액만 알려주기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판매량이 높은 상품' '구입후기가 많은 상품' 등 다른 기준으로도 검색할 수 있다. 문 대표는 "예컨대 가공식품이라면 가격만 따지지만, 귀걸이를 산다면 후기부터 확인하는 게 현명한 소비"라며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필요한 정보만 쏙 골라낼 수 있기에 가능한 복합 검색 기능"이라고 말했다. 2월 말에는 두 번째 프로젝트 '원샷'이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원샷은 판매자를 위한 B2B 사이트로 원프라이스의 뒷면에 해당한다. 원프라이스로 소비자가 물건을 쉽게 사도록 돕고, 원샷으로는 판매자가 쉽게 물건을 팔게끔 지원하는 구조다. 원샷 회원이 되면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선 상품 등록이 편리해진다. 기존엔 동일한 상품을 각각의 쇼핑몰에 등록할 때마다 상품명·가격·규격·이미지 등을 일일이 입력했지만, 원샷은 판매자가 다른 쇼핑몰에 올린 상품정보를 끌어다가 모든 쇼핑몰에 뿌려주는 AI가 있으므로 손댈 게 없다. 정보를 일부 고쳐도 마찬가지로 일괄 수정된다. 배송작업도 한 방에 끝난다. 기존엔 주문을 확인하고 송장을 뽑은 뒤 엑셀로 입력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됐지만, 원샷에선 모든 정보가 담긴 바코드 하나만 찍으면 그만이다. 같은 상품이 등록된 모든 쇼핑몰의 재고관리도 AI가 처리한다. 경쟁업체들의 가격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기에 힘 안 들이고 최저가 경쟁도 대응할 수 있다. 원샷 회원이 일정 수준이 되면 택배사도 운용해 자동화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게 문 대표의 다음 구상이다. 그는 "원프라이스·원샷은 처음부터 자동화를 염두에 두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며 "오래된 시스템을 쓰는 다른 쇼핑몰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SAP연구센터 등에서 최신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내공을 쌓았지만, 월 2천만 건 이상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시 300만 건 수준으로 정제하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고됐다. 문 대표는 "왜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지 저절로 수긍이 갈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며 "하루빨리 원프라이스가 온라인쇼핑의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소비자와 판매자의 상생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연합뉴스> 2019/03/11 10:30 송고 ㅡCopyright ⓒ OTOT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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