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이슈] 옆집 방귀소리까지 들리는 '벽간소음', 규제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돈 아끼려고 원룸을 구했는데 옆집 방귀 소리 때문에 미쳐버리겠어요. 나팔을 부는 줄 알았어요. 스트레스받아서 세 봤는데 20번은 뀌더라고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벽간소음 관련 호소 글. 사생활이 전혀 보호되지 않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연에 많은 누리꾼이 공감을 표했는데요. 옆집인지 옆방인지 분간이 안 가는 벽간소음, 경험해본 적 있으신가요? 층간소음 못지않게 괴로운 벽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경기 양평군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가 흉기를 들고 옆집을 찾아간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남성은 "냉장고 가동 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했다고 하죠. 2월에는 수원시 한 원룸텔에서 벽간소음으로 옆집과 갈등을 빚던 20대가 이웃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갈등으로 번지는 벽간소음, 얼마나 심한지 실제 원룸 등 거주자에게 물어봤는데요. 이들은 빨래하는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는 물론 통화 소리와 음악 소리까지 들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장지광(27) 씨는 "옆집에서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자주 난다"며 "나 역시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조용히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대문구에 사는 김진아(26) 씨는 "이웃이 샤워하면서 노래 부르는 소리까지 들어본 적 있다"며 "스트레스는 받지만, 이웃과 사이가 나빠지면 좋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있다"고 토로했죠. 벽간소음, 과연 시끄러운 이웃만의 문제일까요? 소음은 건물 시공 단계에서 예방이 가능한데요. 주택건설기준 규정상 각 층간 바닥의 충격음은 49㏈(데시벨) 이하로 건설, 층간소음을 방지하게 돼 있죠. 하지만 규정 어디를 찾아봐도 벽 너머 소음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층간소음은 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전인증제와 사후확인제가 있지만, 벽간소음은 관련 제도도 미비한 상황. 제대로 된 법과 규정이 없으니 합리적인 규제 기준도 없는 거죠.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제대로 지어졌는지 검증할 단계가 없다"며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불법도 성행하다 보니 벽간소음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멀쩡한 방 한 칸을 가벽으로 나누는 이른바 '방 쪼개기'도 문제. 가벽은 석고보드처럼 얇은 자재로 만든 경우가 많아 소음에 취약합니다. 시공 단계에서 세운 온전한 벽이 아니기 때문에 소음이 천장과 가벽 틈을 타고 넘어가 그대로 전달되죠. '방 쪼개기'는 명백한 법 위반. 하지만 최근 5년간 불법 '방 쪼개기' 건물이 86% 증가할 정도로 성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벽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몇 ㏈ 이상이 벽간소음인지 확실한 기준을 정해 관리하고, 건축 때부터 소음을 예방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불법건축물이 벽간소음의 주요한 원인이 되는 만큼 이 또한 강력한 시정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류필무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벽간소음 문제가 지속된다면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이웃분쟁조정센터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등을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지은 기자 최혜빈 인턴기자 최민영 크리에이터 ![[포켓이슈] 옆집 방귀소리까지 들리는 '벽간소음', 규제할 수 있을까? - 2](https://img0.yna.co.kr/etc/inner/KR/2023/04/14/AKR20230414067100797_02_i_P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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