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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서울네팔법당 쿤상 라마 "한국인 불심에 감동했죠"
작성일
  2019-05-09 12:07:02
조회수
  4

남방불교는 4월15일이 부처님오신날…"우린 두번 지내죠"
20년전 방한…"부처님 가르침 따르면 고통 벗어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네팔 출신 승려 쿤상 라마가 8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네팔법당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네팔 출신 승려 쿤상 라마가 8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네팔법당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 강남구 일원동 주택가의 한 건물에는 어울리지 않게 '서울네팔법당'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와 초록색 연등도 걸렸다.

지하로 내려가 보니 30평 정도의 아담한 방에 법당이 꾸며져 있다. 사방에 화려한 네팔식 탱화와 오색 천이 걸려 있고 정면 가운데는 석가여래, 왼쪽에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오른쪽에 세워진 티베트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사진도 눈길을 끈다.

"인근 구룡사와 경남 창원 금강정토사 등의 도움을 얻어 2017년 1월 8일 개원 법회를 열었습니다. 제가 만다라(曼茶羅)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도 보탰죠. 네팔 노동자들이 고향에서 하던 방식대로 예불을 올리는 신행 공간이자 동료들과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향수를 달래는 사랑방으로 꾸며가고 있습니다. 네팔 불자와 한국 불자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문화 공간 구실도 하고 있죠."

서울네팔법당 주지인 쿤상 라마(56)는 노란색 승복과 자주색 가사만 아니라면 생김새나 말투가 한국 스님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부처님오신날 준비에 한창인 8일 서울네팔법당에서 만난 그는 "한국식 회색 승복에 밤색 가사를 걸치고 염불을 하고 있으면 한국 스님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네팔법당 주지 쿤상 라마가 불단의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네팔법당 주지 쿤상 라마가 불단의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오신날 직전 주말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연등회를 열어 제등행렬을 벌이고 각종 문화행사도 펼친다. 서울네팔법당에서도 쿤상 스님과 신도들이 손수 만든 연두색 연등을 들고 지난 4일 서울 종로와 우정국로를 걸었다.

"고향에서는 부처님오신날에 초를 켜기는 하는데 한국처럼 화려한 연등을 만들어 행진하지는 않습니다. 해마다 행사 규모가 커지고 볼거리가 늘어나 외국인도 구경하러 많이 옵니다. 한국 불교의 자랑거리가 많지만 연등회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석가모니 탄생일을 사월 초파일(음력 4월 8일)로 치지만 네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남방불교권에서는 모두 음력 4월 15일을 기린다. 유엔은 1998년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총회 결의에 따라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석가탄신일로 기념하는데, 대부분 음력 4월 15일과 일치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남방불교권 출신 불자들은 한국식으로 음력 4월 8일에 부처님오신날 기념행사를 열고 1주일 뒤 고향 방식대로 기념잔치를 또 벌인다. 이때는 고향 음식도 만들어 먹고 이웃과 나눈다.

"이중과세하는 셈이죠. 올해는 음력 4월 15일이 일요일이어서 모이기가 좋습니다. 오는 12일(음력 4월 8일)엔 한국식 봉축 법요식, 19일(음력 4월 15일)엔 네팔식 기념 법회를 열어야 하니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서울네팔법당의 신도들이 제등행렬에 들고 나갈 연등을 만들고 있다. [서울네팔법당 제공]

서울네팔법당의 신도들이 제등행렬에 들고 나갈 연등을 만들고 있다. [서울네팔법당 제공]

석가모니의 탄생 성지 룸비니는 네팔 남부에 자리하고 있다. 쿤상 스님은 네팔 중부 카트만두 남쪽 파탄에서 2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우리나라 태고종 승려처럼 대처승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한테서 불교 교리와 탱화 그리기 등을 배웠다. 네팔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까운 데는 고등학교가 없어 인도로 유학했다. 졸업과 함께 1981년 출가해 승려가 됐다.

한국에 처음 온 것은 1999년 4월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수레로에 창건되는 동원정사의 금박 작업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 뒤로도 몇 차례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왔다. 2004년부터는 조계종의 추천으로 종교 비자를 받아 마석역 근처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로의 보광사에 주석했다. 2015년에는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삼승사에 1년 반가량 머물렀다.

"이처럼 한국에 오래 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죠. 한국 스님과 불자들의 깊은 불심에 감동해 한국에 살고 싶었죠. 조계종 계(戒)를 받은 건 아니지만 한국 스님들과 똑같이 새벽 예불하고, 사시(巳時) 불공 올리고, 도량(道場) 청소하고, 불교 경전 배우고 다 했죠. 제가 있다는 걸 알고 인근 공장의 네팔 노동자가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죠. 이들을 상대로 네팔식 법문과 상담을 해주다가 법당을 따로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네팔법당의 쿤상 라마가 한국식 차를 달여 잔에 따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네팔법당의 쿤상 라마가 한국식 차를 달여 잔에 따르고 있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네팔인은 4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불자는 1만 명에 가깝고 나머지는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다. 드물게 크리스천이나 무슬림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 동두천에는 우르겐 라마가 이끄는 네팔법당 용수사가 있다. 쿤상 스님은 네팔 사람이 많이 오가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 중구 광희동에 법당을 열려고 했으나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지인의 주선으로 일원동에 자리 잡았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한국식으로 정기법회를 열고 음력 10일에는 네팔식으로 법석(法席)을 펼친다. 한국 불자와 네팔 불자가 각각 10명 안팎으로 동참한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평일에 걸리는 날이 많아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도 법회를 마련하는데, 이때는 20명 넘게 법당을 채운다. 한국 불교나 네팔 불교나 교리는 크게 다르지 않으나 의식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네팔 불자들에게 법문할 때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라고 늘 당부합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빨리 배워 한국에 잘 적응하라는 충고도 자주 하죠. 간혹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려고 불법체류하는 노동자도 있는데 '인연이 되면 한국에 또 올 수도 있으니 법을 어기지 말고 출국하라'고 말해줍니다."

쿤상 스님은 1년에 두어 차례씩 신도들을 이끌고 사찰 순례에도 나선다. 최근에는 전남 순천의 송광사를 답사했고 지난해엔 강원도 속초 신흥사와 충남 서산 간월암을 각각 방문했다. 일행은 도심 사찰과 달리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사도 좋아했지만 내륙국에서 살다가 왔기 때문인지 바다만 보면 구경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너도나도 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2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가 오래 살던 마석에는 좁은 길도 넓어지고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심은 더 각박해진 느낌이어서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부처님께서는 고통받는 중생을 도와주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사성제(四聖諦)로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알려주셨고, 팔정도(八正道)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일러주셨습니다. 우리에게 위대한 진리를 깨우쳐주셨는데 그걸 따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안타깝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네팔법당 주지 쿤상 라마가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네팔법당 주지 쿤상 라마가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heeyong@yna.co.kr

<연합뉴스>2019/05/09 11:4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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