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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트렌드] 바람과 파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작성일
  2019-08-13 23:23:16
조회수
  15

강릉항 세일링 요트

(강릉=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은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동쪽 해변은 이미 서퍼들의 차지였다. 판자 하나에 몸을 싣고 파도에 올라탔다가 미끄러져 내리는 몸짓이 눈부시다.

물이 무섭고 수영은 할 줄 모르는데, 부럽다. 괜찮다. 보드보다 훨씬 든든한데, 바람과 파도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있었다.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망망대해로 나가 평화로운, 어쩌면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일인 줄 알았다. 엔진 대신 돛으로 바람을 타며 운항하는 세일링 요트 말이다. 웬걸, 어릴 적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을 때나 질렀던 비명이 터져 나올 만큼 역동적이고 스릴이 넘쳤다. 물론 평화로운 시간도 있었지만, 지루할 틈은 없었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강릉의 안목해변 바로 옆, 강릉항 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에 있는 요트 마리나에 들어서니 계류장 끝에서 헤밍웨이 호 김명기 선장이 손을 흔들었다. 호주에 살면서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일상에 가까운 문화로서의 요트를 접했다는 김 선장은 요트에 붙는 '호화'(luxury)라는 단어가 얼토당토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13인승 이상의 배는 선박으로 분류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즐겼던 선실이 없는 1∼2인용 요트 딩기(dinghy)부터 12인승 세일링 요트는 그저 바람과 파도를 즐기는 작은 모험, 레저 스포츠로 대중화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28피트짜리 헤밍웨이 호 선실 안에는 가운데 거실 역할을 하는 테이블과 의자를 중심으로 잠잘 수 있는 곳, 작은 주방 시설과 화장실이 오밀조밀하게 갖춰져 있다. 선실에 앉아 있으니 약간의 울렁임이 느껴졌지만, 밖으로 나와 시선을 멀리 두자 금세 사라졌다.

구명조끼를 입고 조종석인 콕핏(cockpit)에 둘러앉았다. 가장 큰 돛인 메인 세일(main sail)을 펴고 엔진을 사용해 바다로 나갔다. 8∼12노트(4∼6㎧) 정도의, 세일링 하기 딱 좋은 바람이 불었다. 바다로 나온 지 10여분 만에 엔진을 껐는데도 요트는 여전히 시원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틸러(키의 손잡이)와 뱃머리의 삼각형 돛 지브 세일(jib sail)을 이용해 방향을 트니 요트가 휙 기울었다. 그대로 바닷속으로 빠지는 줄 알았지만, 선체 기울기는 겨우 10∼15도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일어서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뱃머리에 서서 파란 바다와 하얀 돛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것은 필수. 김 선장의 제안대로 뱃전에 앉아 바다에 발을 담갔다.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처음엔 배가 살짝만 기울어도 비명을 지르며 가느다란 라이프 라인을 붙잡고 상체를 곧추세우느라 잔뜩 힘을 썼지만, 어느새 라이프 라인에 완전 몸을 맡긴 채 바다를 향해 늘어져 버렸다.

수심 50m의 시커먼 바다에서 거센 물살이 발목을 집어삼켜 빨아들일 것 같은 공포감은 이내 사라졌다. 슬쩍슬쩍 발장구를 치는 것으로 시작해 수상스키 타듯 발로 물을 가르며 바람과 물의 저항을 즐겼다.

안목해변 근처로 돌아온 요트는 잠시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수영복을 입고 오거나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오면 이 시간에 바다로 뛰어들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 위에 둥둥 떠서 김 선장이 던져주는 캔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요트에 장착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딱 바다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북적이는 해변을 멀찍이 바라보며 바닥이 보이는 수심 3m의 깨끗한 바다를 전세 낸 듯 누리는 것이 호화라면 호화였다.

[사진/전수영 기자]

[사진/전수영 기자]

이날 함께 탄 사람 중에는 아무도 바다에 뛰어든 사람이 없어 시간 여유가 생기자 다시 한번 바다로 나갔다. 그물과 통발을 피해 방향을 바꾸며 나아가는 배는 거침이 없었다.

바람에 파도가 출렁이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자니 어느새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어줬으면, 파도가 조금만 더 높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세일링 요트는 1년 내내 탈 수 있다. 한겨울에도 수온은 8∼9도 정도로 육지보다 따뜻해서 무리가 없다고 한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연합뉴스> 2019/08/12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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