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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vs 울릉도] ① 일주도로 따라 한 바퀴
작성일
  2019-08-10 22:43:59
조회수
  6

(울릉=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울릉도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신생대에 형성된 화산섬이다. 하지만 두 섬은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제주도 해변이 너르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으로 누구나 품어준다면, 울릉도 해변은 날카로운 절벽을 세우고 괭이갈매기에게만 보금자리를 내준다.

울릉도 일주도로 [사진/전수영 기자]

울릉도 일주도로 [사진/전수영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울릉도를 둘러보려면 도동이나 저동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북동쪽 천부에서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왕복하는 시간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시계방향으로 향했다.

사업 계획 확정 55년 만인 지난해 12월, 드디어 개통한 일주도로 마지막 구간은 시원스러웠다. 내수전 터널, 와달리 터널, 섬목 터널을 통과하니 10여분 만에 관음도 입구에 도착했다.

섬의 동쪽 내수전∼섬목(4.75㎞) 구간은 험준한 해안 절벽이어서 1976년 일주도로 착공 이후 40여년 동안 미개통 상태로 남아있었다.

울릉도의 숙원사업이었던 일주도로가 완전히 개통한 것을 가장 환영하는 건 북면 주민이고, 가장 언짢은 건 아마도 괭이갈매기 일 듯싶다. 관음도로 가기 위해 정류장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괭이갈매기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길바닥도 안전 펜스도 새들의 분비물 천지다. 괭이갈매기는 독도가 주요 집단 번식지지만, 이곳 울릉도 동쪽 해안 가파른 절벽도 차지했다. 날갯짓하지 않고 기류를 타고 활공하는 괭이갈매기에게 독도에서 울릉도까지 87㎞쯤은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번식기를 맞아 한껏 예민해진 어미새들에게 몰려드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고깝지 않을 수 없을 터. 내 구역이라고 텃세를 부리는 건지, 하도 봐서 신경도 쓰지 않는 건지 코앞까지 사람이 다가가도 굳이 피하지 않는다.

날지 못하는 어린새는 차도를 아장아장 걸으며 달려오던 트럭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최근 뚫린 도로는 다른 곳보다 쌩쌩 달리는 차들이 많았고, 그런 차에 치여 죽은 괭이갈매기도 눈에 띄었다.

일주도로 위의 아기 괭이갈매기 [사진/전수영 기자]

관음도는 울릉도 부속섬 중 독도와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2012년 길이 140m의 연도교가 놓이면서 걸어서 건너갈 수 있게 됐다. 매표소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까지 올라가 내리면 여기서도 괭이갈매기가 요란하게 맞는다.

지금은 괭이갈매기에게 섬을 내줬지만,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깍새(슴새)가 훨씬 많아 섬 이름도 깍새섬이었다 한다. 깍새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흑비둘기와 함께 섬사람들의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다.

하얀 새똥과 눈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괭이갈매기가 지키고 있는 데크를 지나 다리에 다다르기 전까지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다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울릉도를 돌아보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방사상 주상절리(용암이 빠르게 식을 때 육각기둥 모양으로 굳은 지형)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 빽빽한 동백나무 숲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대지(臺地)가 나타난다. 산책로가 A코스, B코스로 나뉘어 있지만 두 코스를 합쳐도 850m에 불과하고, 섬 모양을 따라 기다란 '8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천천히 걸으며 해안 절경과 섬 주변을 모두 둘러볼 만하다.

A코스 전망대에서는 죽도와 방사상 주상절리, 내수전 해안을 볼 수 있고, B코스 전망대에서는 삼선암이 보인다. 섬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인 울릉도에서 관음도는 대표적인 지질명소다.

1시간 30분가량 지질공원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설 프로그램 문의는 생태·지질 탐방객센터(☎054-791-2114)로 하면 된다.

다리로 이어진 관음도 [사진/전수영 기자]

다리로 이어진 관음도 [사진/전수영 기자]

관음도에서 나와 북쪽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달린다. 기존의 일주도로는 곳곳에서 확장·보수 공사 중이다. 왕복 1차선인 터널 앞에서 마주 오는 차가 진입하지 않을 때까지 신호등에 따라 멈춰있어야 하는데, 공사 때문에 그런 구간이 꽤 많다.

바다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몽돌해변이 많지도 않은데 도로 확장으로 더 줄고 있다고 한 주민은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관음도에서 나와 처음 만나는 죽암몽돌해변도 주변 공사로 어수선했다.

북면의 중심지인 천부항을 지나면 송곳처럼 뾰족하게 높이 솟아 바다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송곳봉이 나타난다. 마그마의 통로인 화도가 굳으면서 생긴 높이 430m의 이 거대한 암벽은 속도를 늦추고 감탄하며 올려다보게 된다.

송곳봉을 지나 평리에 들렀다. 2004년 울릉도에 정착한 가수 이장희 씨가 집 앞 농장 부지를 기증해 지난해 5월 문을 연 울릉천국 아트센터가 있다. 송곳봉과 석봉을 뒤로 하고 연못과 정자, 야외 공연장이 있는 정원은 단정하게 꾸며졌다.

한쪽에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이씨가 2011년 발표한 노래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래비도 있다. 아트센터 안에는 소극장뿐만 아니라 카페와 전시홀이 들어서 쉬었다 가기 좋다.

이장희 씨는 이곳에서 부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데, 마침 8월 공연이 예정돼 있다. 1일부터 17일까지 목·금·토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대풍감에서 보는 북면 해안 [사진/전수영 기자]

대풍감에서 보는 북면 해안 [사진/전수영 기자]

일주도로는 현포를 지나면 해안에서 멀어져 산길을 오른다. 가파른 산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와 태하항으로 향했다. 섬의 북서쪽 끝, 해안선이 고래 꼬리를 닮은 대풍감(待風坎)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파른 절벽을 300m 정도 오른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동백나무 숲 사이로 난 예쁜 길을 따라 15∼20분쯤 걸으면 울릉도 등대(태하등대)와 대풍감(향목) 전망대가 나온다.

돛단배가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었던 절벽은 괭이갈매기가 차지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면의 해안은 울릉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이다. 절벽 아래 바닥의 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옥빛에서 시작해 쪽빛으로, 검푸른 빛으로 변해 가는 바다와 그 위를 활공하는 하얀 괭이갈매기, 부드럽게 굽이치는 해안선을 따라 항구와 마을, 불쑥 솟은 노인봉과 송곳봉, 바다의 코끼리바위까지 한 폭에 담긴다.

이곳에 자생하는 향나무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심한 해풍을 맞아 키가 크지 않지만 격리된 생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원종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학술 가치가 커 천연기념물(제49호)로 보호한다.

개척 당시에는 울릉도 전역에 향나무가 많았지만, 사람들이 함부로 베어가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 근처에만 남게 됐다. 석 달 열흘 동안 이어진 큰 산불이 난 적이 있는데 그때 향나무 타는 냄새가 강원도까지 풍겼다고도 한다.

대풍감 [사진/전수영 기자]

대풍감 [사진/전수영 기자]

태하터널을 나와 남쪽으로 내려오다 일주도로를 벗어나 학포길로 들어섰다. 대부분의 해안 마을이 일주도로와 접해 있지만, 학포 마을은 가파른 내리막길 끝에 뚝 떨어져 있어 한적하다.

해안 절벽 사이에 파도에 깎여나간 곳이 만을 이루고 이곳에 몽돌해변과 마을이 아담하게 자리 잡았다.

이 작고 호젓한 마을은 조선이 450년 동안 고수해 왔던 쇄환 정책을 개척 정책으로 바꾸기 위해 1882년 고종이 파견한 감찰사가 처음 도착한 곳으로, 그 흔적이 해안가 암벽에 각석문으로 남아있다.

감찰사 이규원의 보고에 따라 이듬해 54명이 울릉도로 이주하면서 울릉도 개척의 역사가 시작됐다. 아직 성수기에도 번잡하지 않은 이곳은 캠핑과 해양 레저를 즐기기 좋다.

마을로 내려오는 길 바다가 보이는 옛 학포분교 자리에 캠핑 데크와 샤워장, 피크닉 테이블, 족구장 등을 갖춘 학포야영장이 있고, 해안가에서는 스노클링, 투명 카약, 바다낚시 등 해양 레저를 체험할 수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연합뉴스>2019/08/10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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