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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더스] 을의 반란? 직장 내 괴롭힘 더는 못 참아
작성일
  2019-07-29 00:36:22
조회수
  9

"성추행? 조용히 안 넘어가면 네가 쫓겨날 걸?" "너 같은 놈은 맞아야 정신 차려!" "시키는 대로 하기 싫으면 나가. 어디서 눈을 크게 떠!"

이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 중 일부다. 지금까지 대다수 직장인은 이런 '갑질'에도 속수무책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7월 16일부터 갑질 개념을 명시하고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을'의 반란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지위·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지위·관계상의 우위에는 직위나 직급, 소속 부서뿐 아니라 연령, 학벌, 성별, 출신지, 인종, 근속연수, 정규직·비정규직 여부 등 거의 모든 관계가 망라된다.

최근 오너 일가나 사장에 의한 직원 폭행, 가르침을 빙자해 후배를 괴롭히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 등 도를 넘는 갑질과 낡은 기업문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그 결과 마련된 이 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고,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앞서 올해 6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3%는 갑질을 당한 적이 있었다. 갑질을 한 사람은 '직속 상사'가 51%로 가장 많고, 이어 타 부서 상사(13.4%), 임원(11.9%), 대표(11.8%) 등이다.

다양한 갑질 중 1위로 꼽힌 것은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이며, '욕설·폭언·험담 등 명예훼손'과 '업무능력 및 성과 불인정'이 공동 2위에 올랐다. 그 다음은 업무 전가, 회식 참석 강요, 사적인 용무 지시, 따돌림 등이다.

응답자의 56.7%는 갑질로 인해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퇴사(17.5%)를 비롯해 인사상 불이익(11.5%)이나 신체적 피해(8.1%)를 입었다는 응답도 꽤 된다.

[마이더스] 을의 반란? 직장 내 괴롭힘 더는 못 참아 - 1

하지만 앞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는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하며, 사실로 밝혀지면 피해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 변경, 배치 전환, 유급 휴가 등의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에게도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크게 폭행·협박·욕설·폭언·모욕·험담 등의 명예훼손, 사적인 용무 지시, 업무 능력이나 성과 불인정, 조롱, 따돌림,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 상당 기간 업무에서 배제하는 행위,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정신적 고통,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이다.

기업들은 취업 규칙과 사규를 개정하는 등 기업문화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임직원 교육이나 상담·신고 채널 운영, 갑질 근절 캠페인 등을 실시하는 기업도 많다. 그러나 갑질의 정의와 범위가 여전히 모호해 구성원 간의 갈등을 더 부추기거나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직장인들 중에도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가 많다. 사업주와 가해자가 동일한 경우 신고와 조사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어 '반쪽짜리'란 불만이 많다. 법의 적용 대상이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에 한정돼 사각지대에 놓인 직장인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해당 회사가 아닌 외부 기관에서 조사하거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처벌까지 가능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노무사는 "모호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며,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9/07/28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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