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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한국살이 30년' 일본인 결혼이주여성 "日, 과거사 똑바로 봐야"
작성일
  2018-11-07 20:10:01
조회수
  12

와타나베 미카 물방울나눔회장, 대법 징용 판결에 "진정한 반성·사과 필요"
"일본인들 양국 과거사 너무 모른다"…한일 갈등 새 불씨 될까 걱정하기도

일본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와타나베 미카 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려면 일본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두 나라 사이의 과거사를 너무 모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어 한일 간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에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일 간 갈등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일본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와타나베 미카(渡邊美香·57) 씨는 조국인 일본을 향해 "과거사를 똑바로 보고 지난날 일본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를 만나 보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위로와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일본인들은 '한국이 자꾸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그러니 한국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판결의 의미와 파장에 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법률은 잘 모릅니다. 다만 제 주변의 한국인 가운데서도 대법원 판결을 비판적으로 보는 분이 있더군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 배상에 쓰지 않고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건설 등에 썼으므로 개인에 대한 배상은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서로 국익을 앞세우면 경제나 외교·안보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됩니다. 민간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와타나베 미카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이 한국인의 마음을 얻으려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와타나베 씨가 맨 처음 조국의 만행에 분노를 느끼고 한국인의 아픔에 공감한 것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신교계인 도요에이와(東洋英和)여중을 다녔는데, 일제가 신사참배를 거부한 한국인 목사와 신도들을 처형하고 감금했다는 한국인 목사의 설교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관련 서적 등을 찾아 읽고 일본이 국가권력을 이용해 이웃 나라 국민들에게 큰 아픔을 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한국이 일본에 문명을 전해줬고 다른 나라를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한국을 동경하게 됐다.

한국은 와타나베 씨의 부친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남만주철도㈜ 간부이던 할아버지가 1935년 함경북도 나진에 근무할 때 태어나 네 살 때까지 그곳에서 지냈다.

아버지는 이번에 배상 명령을 받은 신일본제철의 전신 야와타(八幡)제철에 근무한 인연도 있다. 징용 피해자가 근무하던 일본제철은 1945년 패전 후 미 군정의 정책에 따라 야와타제철과 후지(富士)제철로 분리됐다가 1970년 신일본제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합쳐졌고, 2012년 스미토모(住友)금속을 합병해 신일철주금이 됐다.

와타나베 씨는 와세다(早稻田)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NGO 봉사활동에 참여해 1987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이듬해 동국대 대학원 연극과에서 공부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유학한 남편을 따라 대만에서 1년간 지낸 것을 빼놓고는 줄곧 한국에 살고 있다.

시아버지는 처음에 둘의 국제결혼을 반대했으나 친정 부모는 흔쾌히 찬성했다고 한다.

"한국에 살면서 친정과 시댁 나라의 화해를 위해 힘썼어요. 제가 사는 경기도 부천의 한일문화교류회를 통해 교류와 봉사에 앞장서는가 하면 2001년에는 한국 거주 일본인들과 함께 부천역 앞에서 큰절을 올린 뒤 사죄 성명을 낭독하기도 했죠. 2012년에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명성황후' 일인극을 펼쳤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지난날을 사과하는 그에게 주변의 한국인들은 "이제 충분하니 그만해도 된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SNS 등에는 '왜×', '쪽발이×' 등의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며 낯빛이 어두워진다.

"제가 직접 만나본 한국인들은 다 마음이 따뜻하고 저를 이해해줍니다. 제게 욕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한국인이 아닐 거예요. 제 강의나 언론에서의 발언 등을 들었다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죠. 이번 판결로 한국에 사는 일본인이나 재일 한국인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로 한국 생활 30년을 맞은 와타나베 미카 씨는 그동안 한일 문화 교류와 이주여성 봉사활동에 앞장서왔다.

와타나베 씨는 한일 교류와 화해의 상징으로도 꼽히지만 다문화 리더로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리는 프로그램 KBS 1TV '러브 인 아시아'에 고정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09년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 스리랑카 출신 이레샤 톡투미 대표 등과 함께 이주여성 봉사단체 물방울나눔회를 결성해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물방울나눔회는 이주여성의 조기 적응을 위해 2013년 꿈드림학교를 개교, 해마다 30~4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이주여성단체들의 모임인 글로벌커뮤니티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10여 년 동안 부천의 유한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쳐오다가 이번 학기는 강의를 쉬고 있다. 와타나베 씨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5월 20일 세계인의 날에 대통령상인 '올해의 이민자상'을 받았다.

정보통신업체를 운영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대학교 3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을 두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 유학 중인 딸은 백인들 틈바구니에서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어 자신의 경험을 자주 들려주며 위로한다고 한다.

한국의 이주민과 다문화 자녀에게도 응원의 말을 해 달라고 하자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특별함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격려했다.

그는 한국인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가진 것이 부족해도 이웃과 나누는 정이 넘쳤습니다. 지난 30년간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은 줄었습니다.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허전한 느낌입니다. 경제적으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을 되살려 이주민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면 한국은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일등국가가 될 겁니다."

heeyong@yna.co.kr

<연합뉴스>2018/11/07 06: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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