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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의회폭동 1년] ①미국 민주주의의 '대참사'…더 심해진 국론분열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당시 미 의회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선 승인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서 벌인 '폭동'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작성일
  2022-01-04 22:43:53
조회수
  14

[美의회폭동 1년] ①미국 민주주의의 '대참사'…더 심해진 국론분열

트럼프 지지자들 미국 의회 난입…바이든 승리 인증 중단사태 (CG)

[편집자 주 =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임을 자부해온 미국의 자존심을 일거에 붕괴시켰던 1·6 의회 폭동 사태가 발생한 지 오는 6일로 1년을 맞이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야만적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미국 사회는 지난 1년간 나름의 변화와 치유를 위해 몸부림을 쳐왔습니다. 연합뉴스는 의회 폭동 사태가 지난 1년간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전개됐고,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살펴보는 기사와 의회 르포기사를 잇달아 송고합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미국의 가치가 무너져 내렸던, 사상 초유의 1·6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가 1년을 맞았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당시 미 의회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선 승인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서 벌인 '폭동'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 사건을 미국 민주주의의 흑역사로 규정한 의회는 폭동을 조장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으려 했다.

하지만 의회의 이런 노력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며 여당인 민주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간 당리당략적 싸움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실체적 진실은 뒤로 밀린 채 상처만 깊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기류에 편승해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지를 다지면서 미국 정치는 또 한 번의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미 상원 본회의장 점거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 그날 무슨 일이…쇠 파이프 난무하고 의회엔 최루가스 가득

2020년 11월 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인단 과반을 얻으며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탄생을 알렸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기 선거'를 주장하며 불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패배한 경합주(州) 정부에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법원에 수많은 소송을 제기하며 민심의 선택을 되돌리려 발버둥 쳤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는 물론 보수 인사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방대법원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을 최종 승인하는 1월 6일 상원·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도 트럼프의 인증 거부 지시를 거부했다.

이처럼 뒤늦게나마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지만, 선거 패배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의회의 합동회의 직전 백악관 앞에서 사기 대선 주장을 반복하는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연설을 듣던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곧장 의회로 달려가 쇠 파이프와 트럼프 깃대를 휘두르며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회 안으로 강제 진입했고 민의의 전당은 폭도들에 짓밟히며 아수라장이 됐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 의원들은 회의를 중단하고 도망치듯 몸을 급히 숨겼고, 의회 지도부는 인근 군부대로 대피하기도 했다.

폭도들은 '펜스의 목을 걸어라'(Hang Mike Pence)라는 섬뜩한 구호를 외치고 상원 의장석까지 점거했다. 일부 폭도들은 트럼프의 정적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집무실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무기를 소지하고 들이닥치기도 했다.

경찰의 폭도 진압 과정에 총성이 울리고 메케하고 뿌연 최루가스가 의사당 내에 가득 차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일 이들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이 사태로 당일만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의회 질서유지를 책임진 의회 경관 4명은 이후 초유의 사태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의회 경찰은 사태 전부터 연방정부에 주방위군 지원을 요청했지만, 국방부 승인 지연으로 참사를 막지 못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마비된 것은 물론 국가 위기 대응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뒤늦은 추가 병력 투입으로 폭도들을 몰아낸 뒤 회의를 속개한 의회는 날짜를 하루 넘긴 7일에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승인했다.

이런 장면을 TV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본 미국인과 전 세계는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 의사당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 또다시 상원에 가로막힌 트럼프 탄핵…하원 '진상규명 특위' 가동

민주당은 폭동을 부추긴 혐의로 즉각 트럼프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비록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내란을 선동한 대통령을 단죄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고 혹시 모를 차기 대선 도전의 길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사태 일주일 만에 신속히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트럼프로선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에 이어 두 번째 탄핵이었다.

하지만 상원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월 13일 탄핵 심판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탄핵 의결정족수인 3분의 2 이상(67표)의 유죄 표를 확보하지 못해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안겼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100석의 의석을 반분하고 있어 정략적 싸움으로 흐르면 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실제로 표결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다만 트럼프의 친정인 공화당에서 7표의 이탈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개표 결과 7천400만 표라는 엄청난 팬심을 과시했다.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2022년 중간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에 미칠 그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그대로 보여줬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트럼프 탄핵이 저지당하자 난입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법률적 단죄가 아닌 '사회적 단죄'에 나섰다.

특위는 올해 여름 그동안의 활동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활동의 핵심 내용은 당시 트럼프 백악관이 난동 사태를 기획했거나 사전에 알고도 방치했다는 의혹이다.

특위는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비롯한 트럼프 측근을 무더기로 조사하고 있고, 트럼프는 '행정 특권'을 내세우며 이에 저항하고 있다.

미 의사당 난입하는 트럼프 지지 시위대

◇ 트럼프, 여전한 부정선거 주장…더 깊어진 국론 분열

미국 민주주의를 쑥대밭으로 만든 의회 폭동의 여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1년이 지난 지금도 사기 선거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표심에서 보여주듯 이에 동조하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의회 폭동 사태에서 미국 내 국론 분열의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된 데 이어 사태 이후에도 갈라진 민심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학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지난달 14∼20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지난 대선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71%는 이를 부정했다.

공화당 지지층 80%는 의회 난입사태를 '폭동'이 아닌 '항의'로 규정했다.

미 CBS와 유고브의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81%가 의회 난입 가담자의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은 34%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1월 6일 의회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민주당 지지층 85%가 '반란'이라고 했고 공화당 지지자는 56%가 '자유수호'라고 답했다.

이처럼 정치적 지지 성향에 따라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기본적인 입장에서조차 여론이 첨예하게 갈라진 현상은 미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숙제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재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오는 2024년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걱정되는 것은 갈라진 여론을 한 데 모으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기가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치적 부활을 꿈꾸는 트럼프는 의회 폭동 사건을 자신을 옭아매려는 '정치 공작'으로 주장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반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그 정점에 트럼프가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의사당 폭동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의 말이 좋을 때는 격려가 되고, 나쁠 때는 선동이 된다"고 했고, 최근 한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도 '외국 정상들로부터 미국 민주주의가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해 트럼프를 겨냥했다.

트럼프 역시 지난달 말 성명에서 "반란 사태는 11월 3일에 발생했다"며 "1월 6일에 발생한 일은 부정선거에 대한 완전한 비무장 시위였다"고 주장했다.

이들 둘은 의사당 폭동 발생 1년이 되는 오는 6일 또다시 충돌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며, 트럼프 역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맞불 회견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치적 맞수 간에 '아름다운 경쟁'보다 대결과 반목이 부각되면서 미국의 국론 통합이란 과제는 더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이 될 것이란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CG)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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