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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범행에 쓰인 휴대전화 주운 뒤 신고 안하면 증거은닉죄? 온라인으로 구매한 중고 김치냉장고 바닥에서 5만원권 지폐 1억1천만원이 발견된 사건이 있다. 습득자가 발견 당일 수 시간 만에 경찰서에 신고했고 2개월여 만에 소유자의 유족에게 반환됐다.
작성일
  2021-10-13 23:06:47
조회수
  7

[팩트체크] 범행에 쓰인 휴대전화 주운 뒤 신고 안하면 증거은닉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압수수색 전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던 휴대전화를 경찰이 뒤늦게 찾아내 관심을 끈다.

휴대전화는 9층 오피스텔에서 길바닥으로 떨어져 파손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의 포렌식 결과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의 최근 행적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를 길에서 주워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습득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관련 기사에는 "핸드폰을 길바닥에서 주우면 그냥 가져가는 게 정상인가", "주웠으면 경찰서에 갖다줘야지 집에 가져갔으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해야 하지 않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나라도 최신 휴대폰 떨어지면 주웠겠다" 등의 엇갈린 반응도 있다. 이 휴대전화는 아이폰 최신기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휴대전화 습득자 A씨는 실제로 처벌을 받게 될까?

[연합뉴스 사진자료]

◇ 증거은닉죄 판단 주요 기준은 고의성 유무

A씨는 한 시민단체에 의해 점유이탈물횡령 및 증거은닉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휴대전화 습득 경위와 유 전 본부장과의 관련성 등을 조사했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검찰이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인 경기 용인시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창문 밖으로 내던져졌는데 주변 탐색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1주일 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경찰청에 휴대전화를 가져간 성명불상자를 처벌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탐문 등을 거쳐 하루 만에 습득자를 찾아냈다.

시민단체는 A씨가 유 전 본부장과 짜고 휴대전화를 고의로 은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길을 걷다가 휴대전화가 보여 주운 것으로 휴대전화 주인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단계여서 사실관계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고발된 혐의에 따른 처벌 가능성을 따져볼 수는 있다. A씨의 혐의는 증거은닉과 점유이탈물 횡령 두 가지다.

우선 증거은닉의 경우 형법 155조는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A씨가 휴대전화가 유 전 본부장의 범행에 사용된 사실을 알고서 숨겼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요청을 받아 휴대전화 은닉에 가담했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씨 말대로 유 전 본부장과 전혀 관련이 없고 증거 은닉의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증거은닉죄를 묻기는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증거은닉죄나 인멸죄는 기본적으로 고의범이어야 성립하는 죄"라며 "처벌하려면 증거 은닉이나 인멸 사실을 알았다는 고의성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막연하게라도 증거를 은닉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그냥 핸드폰이어서 가져간 것이라면 화장실에 두고 간 남의 핸드폰을 가져간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진자료]

◇ 습득한 휴대전화 반환노력 없이 보관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 소지

반면 점유이탈물횡령죄는 A씨와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형법 360조는 유실물, 표류물 등을 횡령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이나 길 가다 주운 타인의 물건을 가지려고 보관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습득한 유실물을 보관했다고 모두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습득자가 유실물을 본인 소유로 취하려 했다는 범의, 즉 불법 영득의 의사가 입증돼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습득 경위와 보관 기간, 사용 여부 등 전반적인 상황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대법원은 2019년 승객이 놓고 내린 96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고 가지고 다니다가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에게 원심의 벌금형 대신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휴대전화를 돌려주려고 보관하고 있었지만 잠금이 걸려있어 돌려줄 수 없었다는 택시기사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A씨의 경우도 휴대전화의 심각한 파손 상태 등을 고려하면 자력으로 반환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보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습득한 후 1주일 동안 보관한 데다 자진해서 신고하지 않아 경찰이 탐문 끝에 찾아내 회수한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득범 변호사는 "자진해서 돌려줬다면 모를까 남의 핸드폰을 1주일이나 그냥 갖고 있었다는 사실로만 보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반환 노력 등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수사기관에서 확인해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진자료]

◇ 유실물 습득시 신속히 반환·신고하는 게 상책

유실물을 습득해 보관할 경우 범죄와의 관련성을 떠나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착오로 전달받은 물건이나 돈, 타인이 두고 간 물건도 마찬가지다.

계좌에 실수로 송금된 돈을 인출해 쓰거나 길에서 주운 신용카드로 담배를 샀다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의 물건은 가급적 집에 들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충고한다.

유실물법 1조는 타인이 유실한 물건을 습득한 자는 신속하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건을 반환받은 사람은 물건가액의 5~20%를 보상금으로 습득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4조), 반환 후 1개월이 지나면 습득자가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게 한(6조) 조항도 있다.

유실물을 신고했는데 6개월 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민법 253조 유실물의 소유권 취득 조항을 준용한 유실물법에 따라 소유권이 신고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다만 유실물을 소유하게 되거나 보상금을 받은 경우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신고 후 6개월이 지나 소유권이 생겼는데도 습득자가 3개월 내 유실물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된다.

최근 화제가 된 유실물 사건으로 지난 8월 제주의 한 오피스텔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중고 김치냉장고 바닥에서 5만원권 지폐 1억1천만원이 발견된 사건이 있다. 습득자가 발견 당일 수 시간 만에 경찰서에 신고했고 2개월여 만에 소유자의 유족에게 반환됐다.

abullapia@yna.co.kr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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