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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더스] 지경학 관점에서 본 반도체 산업 / 이념은 흘러간 유행가 취급을 받았고, 자유 경쟁이 보장된 시장에서 그저 치열하게 살아남는 게 최선인 시대였다.
작성일
  2023-05-23 01:58:38
조회수
  36

[마이더스] 지경학 관점에서 본 반도체 산업

삼성전자 반도체

소련 붕괴와 중국의 세계 자본주의 분업체제 편입으로 대표되는 동서냉전 종식 이후 우리는 '경제 우위'의 세상을 살아왔다. 이념은 흘러간 유행가 취급을 받았고, 자유 경쟁이 보장된 시장에서 그저 치열하게 살아남는 게 최선인 시대였다.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에 경제적 협력 관계가 국가 간의 우호 증진으로 귀결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중국의 생산과 미국의 소비로 이뤄진 경제적 유대는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공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런 관계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다. 주택시장 붕괴가 촉발한 금융시장 대혼란은 미국 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great recession)로 몰고 갔다.

미국은 금융산업에 치중했던 경제 운용을 반성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학 교수인 게리 피사로가 쓴 'Producing Prosperity: Why America Needs a Manufacturing Renaissance'(한국 번역판 제목은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가 출간된 시기가 2012년이고, 외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 기업의 본국 귀환을 의미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또 이때부터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하면서 제조업 기지로서 미국이 가진 이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중국의 태도도 바뀌었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초기 '실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의 자세를 견지했던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약점을 보자 대국굴기로 태세를 전환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 등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신설했고,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했던 마셜플랜을 본뜬 일대일로 정책도 시행했다.

미중 갈등은 트럼프의 집권 이후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그 기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시작됐다고 보는 게 옳다. 양국의 갈등은 과거에 당연시됐던 자유무역 가치를 폐기하게 했고,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팬데믹도 글로벌 분업에서 초래되는 리스크를 일깨워줬다. 이제 시장원리주의는 역사의 뒤쪽으로 사라졌고, 지경학(Geo economy)적 통찰의 중요성이 커졌다.

당장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도체는 미중 모두에 민감한 산업이다. 중국은 2015년에 '중국제조 2025'라는 산업진흥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주요 첨단산업 분야에서 강국 반열에 오른다는 계획인데, 이 장기 청사진에서도 반도체는 자국의 힘만으로 부흥시키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이 중국의 약한 고리인 반도체를 매개로 대중 공세를 펴는 것은 맥을 잘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다.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규모가 가장 큰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해 따로 'Chips Act'(반도체법)를 발효했는데, 중국 내에서의 반도체 생산을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10월 발효 후 최초로 가해진 규제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로의 첨단장비 반입을 막는 것이었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반발로 시행은 올해 10월까지 1년 유예됐다.

이어 올해 3월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가드레일(투자제한 장치) 세부 규정을 발표했는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공정은 향후 10년간 5% 이내 범위에서만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끊임없는 설비투자를 통해 공정의 효율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할 반도체 기업에는 치명적인 규제다.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일정 정도의 유예 기간을 얻어내야 하는데, 이는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이다.

미국은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도 발효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IRA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재생에너지·태양광·전기차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이고,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과세 방안까지 담겨 있는 IRA를 통해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얼마 전 IRA 세부지침 발표에서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인 일본에 특혜를 줬다. IRA 법안이 가진 정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중국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나름의 혜택을 얻어내야 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주들의 향후 주가는 전통적인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더해 미국에 우리 입장을 얼마나 관철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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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과세유형 변경 통지 '과세유형 변경 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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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이명숙 '유한에서 영원으로' 하얀 캔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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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높은 변동성은 성장주 투자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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