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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더스] 레스토랑은 누구에게나 온당하다 / 절반가량은 레스토랑, 카페, 호텔, 시장, 슈퍼마켓, 나아가 먹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이나
작성일
  2023-05-23 01:47:33
조회수
  66

[마이더스] 레스토랑은 누구에게나

온당하다

레스토랑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고, 세대를 두고 꾸준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이 말이 맞다면, 그래서 어느 사람에게나 적용된다면 필자에게도 해당할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문의 영역에 줄곧 몸담고 있다가 어느 시점부터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학문의 영역에선 넓게 볼 때 '환대'(Hospitality)라는 분야였고, 유학 와서 연구한 전문 영역은 '음식과 문화'(food & culture)다.

그러나 학문의 영역이라도 상당히 실사구시 내지 현장성이 강해 현실적인 학문이었다고 하는 게 맞다. 책을 보고, 논문을 읽고, 글을 적는다 해도 이 일들의 절반가량은 레스토랑, 카페, 호텔, 시장, 슈퍼마켓, 나아가 먹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이나 공원의 잔디밭 등이 연구 영역이었던 것이다.

뭘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왜 그렇게 먹는지? 앞으로 어떻게 먹을지?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을 현장에서 꾸준히 풀어가는 게 내 일이었다. 그러니 결국 외식산업(restaurant business)이나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은 넓은 범주에서 볼 때 굳이 학문의 영역과 현실의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때가 많다.

사실 사람을 좋아해 나름 사교적인 내 성향을 볼 때 이 두 가지는 그 기능적인 역할에서 나와 잘 맞는 일이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아니면 사람 팔자를 알 수 없어 그런지 모르지만, 필자는 런던에서 두 개의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

레스토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는 열린 공간이다. 혼자 오든, 친구와 오든, 가족과 오든, 동료와 오든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찾는 공공의 장소다. 배가 고파 오는 사람, 교제를 위해 오는 사람, 축하할 일이 있어 오는 사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사람 등 저마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레스토랑에 온 모든 사람은 타인과 함께 일정 부분 공유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레스토랑을 열린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레스토랑에 따라선 별도로 분리된 공간이 있어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는 이 별실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간을 공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꿔 말하면 그래서 모두 친한 친구나 편한 이웃이 돼야 하는 곳이 레스토랑이다. 먹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세상에 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레스토랑 주인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두 개의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나 또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항상 감사하기에 마음을 다해 환대하는 게 주인인 내가 해야 할 정직한 일임을 잘 안다.

그런데 영국인은 특히 주인이라면 손님 환대를 정말 좋아한다. 배려와 친절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고, 영국인은 이를 생활의 덕목과 사회인의 도리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레스토랑에서 영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인도 많이 만난다. 전임 수상 데이빗 카메론은 온 가족과 함께 왔고, 영국인들로부터 '가장 영국적인 배우'로 꼽히는 콜린 퍼스는 오랜 단골이다. 영화 '셜록'을 제작한 스티븐 모팟도 항상 늦은 저녁에 와서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단골이다.

영국에서 '국민 어머니'에 해당하는 배우 셀라 헨콕은 손자들을 늘 대동하고 3대가 함께 저녁을 먹으러 오는가 하면, 영국의 왕비가 될 카멜라 파크 볼스의 장남이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평론가인 톰 파크 볼스는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찾아온다. 이 외에도 유명한 아나운서, 정치 평론가, 가수, 작가, 칼럼니스트 등 이름과 얼굴을 알린 사람이 정말 많이 온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해도 다른 손님들은 소가 닭 쳐다보듯 한다는 것이다. 인사는 물론이고 눈길도 한 번 주지 않고, 심지어 곁눈질조차 하지 않는다.

수상이 와도 옆집 삼돌이와 같고, 유명한 여배우가 와도 아랫집 삼순이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단지 옆에서 식사하는 갑남을녀인 것이다. 그래서 한 마디로 레스토랑은 너무 평온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필자의 레스토랑은 외관이 낡고 오래됐다. 실내 또한 옹색하고 남루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 나와 아내 또한 한국의 변방 출신이라 수더분하고 소탈한 촌부촌녀다. 그래서일까? 손님들도 그냥 다 편하게 지내는 이웃일 뿐인 듯하다.

그런데 영국의 모든 레스토랑은 손님에 대한 분위기가 대충 이와 비슷하다. 왕을 모시고 있는 신민의 국가, 귀족들이 여전히 작위의 특혜를 누리는 나라지만 레스토랑에서만큼은 모두가 보통 사람으로 식사하는 이 보기 좋은 레스토랑을 언제까지 경영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정갑식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정갑식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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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적자' 따릉이, 연말부터 기업광고 달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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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높은 변동성은 성장주 투자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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