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봉사통해 오히려 제가 성장했죠"…3만시간 봉사 이상기씨(시흥=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봉사라는 게 내가 누구에게 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경기 시흥시 대야동 시흥시체육관 지하 1층 식당에서 만난 '나눔자리문화공동체' 대표 이상기(62) 씨. 봉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얼갈이배추를 다듬던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눔자리문화공동체'라는 현수막이 벽면 한편에 걸려 있는 식당 안에서는 공동체 회원 7명이 이씨를 도와 부지런히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두부조림과 소시지볶음, 따뜻한 국과 떡, 즉석에서 만든 누룽지가 정갈하게 포장돼 종이 가방에 담겼다. 이날 이들이 만든 반찬 30여개는 시흥시 관내 홀몸노인 등 사정이 어려운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반찬나눔은 이 대표가 1997년부터 26년간 휴일도 거의 없이 매일 해오는 일이다. 이 반찬을 만들기 위해 이 대표는 매일 아침 일찍 식당에 나온다. 오전 6시 30분 전후에 도착해 반찬 만들 준비를 하고 나면 공동체 회원들이 나와 함께 오전 내내 반찬을 만들어 포장 용기에 담는다. 혼자 사는 노인, 조손가정, 청년을 먹이기 위해서다. 지난 한 해 동안 1만2천여 가정에서 이씨가 만든 반찬을 먹었다. 반찬을 만드는 비용은 공동체 회원들의 회비와 일부 후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모자라면 이씨가 사비를 털어 보태기도 한다. 만든 반찬은 어려운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의 동 주민센터 또는 지역 봉사단체가 가져다가 배달해준다. 그러나 이씨도 일주일에 20가정은 자신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돌면서 반찬을 배달한다. 주로 홀로 사는 노인들이다. 오래전부터 반찬을 드렸던 분들이라 가족처럼 가깝다. 친부모와 시부모가 일찍 돌아가신 이 대표에게 이들은 부모와도 같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부족한 음식이 없는지 살피고 자식처럼 살갑게 말동무도 해준다. 이렇게 반찬을 만들고 배달도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저녁 8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이 대표를 인터뷰하는 모습을 본 공동체 회원 한 사람이 "대표님은 직접 몸으로 봉사하는 진정한 봉사자"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시흥 지역사회에서 '오로지 봉사밖에 모르는 사람', '봉사에 미친 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천주교 신자로 어릴 적부터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 대표는 1985년부터 충북 음성군 꽃동네 노인요양원에서 독거노인들께 음식을 대접하고 목욕 봉사를 한 경험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찬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 그는 "미숙아로 태어난 딸을 위해 기도하려고 꽃동네에 갔는데 목사님이 우리 딸을 보고 건강하고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에 힘을 얻어 가족이 다 같이 한 달에 한 번 꽃동네에 가서 봉사했다"고 말했다. 
이때쯤부터 어려운 가정에 반찬을 만들어 나눠 주기 시작한 이 대표는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2000년대 초반에 '나눔자리문화공동체'라는 지역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사무실은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이나 어르신들의 사랑방 용도로 문을 활짝 열었다. 이 대표의 진정성 있는 봉사가 인정받으면서 그에게 맡겨진 직책과 상도 늘었다. 2009년 대한적십자사 시흥지구협의회 회장이 된 그는 2020년 6월 시흥시 자원봉사자 중 최초로 자원봉사 시간 3만시간을 달성했다. 2020년 12월에는 대한민국 자원봉사 대상인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고, 2021년에는 LG복지재단으로부터 LG의인상을 받았다. 그는 최근에는 시장 근처 노숙자들을 위해 아침밥과 반찬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을 귀하게 느끼고 그렇게 대하면 노숙자분들도 느끼는 게 있다. 요즘 들어 노숙자들께서 시장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반찬 봉사를 계속하겠다"는 이 대표는 요즘 새로운 꿈이 생겼다. 청소년, 청년, 어르신 등 어려운 사람은 누구나 쉽게 찾아와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마땅한 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청에서 도움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크게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지자체 등에서 일자리를 주니까 '돈 맛'을 알아버렸다. 돈 주는 일로 빠져나가면서 자원봉사자가 크게 줄었다"면서 "자원봉사는 대가 없이 스스로 하는 것인데, 돈 얘기만 하니 안타깝더라"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반찬 만들라고 밭에서 키운 채소를 가져다주는 시민, 엄마를 응원해주는 가족, 힘들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기업 하는 선후배들이 있기에 힘이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hedgehog@yna.co.kr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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