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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이효주 "매 순간 진심 담아 음악 나누고파" / 가장 먼저 선곡한 즉흥곡은 슈베르트가 숨을 거두기 직전인 1827년 쓴 작품으로, 병환과 우울함이 깊어지면서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였던 청년 슈베르트의 복잡한 감정들이 부드럽고도 애잔한 선율에 담겼다.
작성일
  2023-02-13 02:01:03
조회수
  117

피아니스트 이효주 "매 순간 진심 담아 음악 나누고파"

피아니스트 이효주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슈베르트의 음악들은 암흑 속에서 찬란하게 피어오르는 금빛 회오리 같다고 할까요."

신중하고 사색적인 연주 스타일로 고정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효주(38)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독주회 '슈베르트의 밤'에서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는 슈베르트의 음악들로 관객들을 만난다.

슈베르트의 4개의 즉흥곡(D.899)을 시작으로 피아노 소나타 14번(D.784), '방랑자 환상곡' 등 슈베르트만으로 꾸미는 무대다.

가장 먼저 선곡한 즉흥곡은 슈베르트가 숨을 거두기 직전인 1827년 쓴 작품으로, 병환과 우울함이 깊어지면서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였던 청년 슈베르트의 복잡한 감정들이 부드럽고도 애잔한 선율에 담겼다.

지난 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효주는 이 곡을 택한 이유를 묻자 최근 잇따라 겪었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효주는 작년에 엄마만큼이나 가까웠고 큰 손녀인 자신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던 외할머니와 가까운 친구를 잇달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제가 이미 슈베르트보다는 오래 살았는데, 그분은 그렇게 일찍 삶을 마감했음에도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고,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한 해였어요. 붙잡을 수 없는 게 시간일진대, 매 순간 제 진심을 담아 음악을 청중과 나누고 싶습니다."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재학 중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고등음악원과 독일 하노버국립음대에서 수학한 이효주는 피아노 캠퍼스 국제콩쿠르 우승, 에피날 국제콩쿠르 2위에 이어 2010년 세계적인 권위의 제네바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청중상, 특별상을 받으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독주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파리 유학 시절 첼리스트 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현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니 악장)과 의기투합해 결성한 '트리오 제이드'의 일원으로, 또 여러 다른 연주자들과 앙상블을 이뤄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국내외 무대에서 음악활동을 해왔다.

특히 '트리오 제이드'는 서울과 파리에서 각자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오랜 기간 우정과 팀워크를 갈고 닦으며 올해로 데뷔 18년 차를 맞았고, 작년 8월에도 예술의전당에서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피아니스트 이효주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또 사람을 좋아해요. 특히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요. 트리오 제이드는 워낙에 오래 함께했기에 특별하고, 10대 때부터 서로 쭉 연결되는 동질감이 있지요. 또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만나면 또 그분의 음악과 제가 첫사랑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젊은 분들에게선 에너지와 생동감을 얻고, 경력이 오래된 분들과는 음악의 지혜와 연륜을 배웁니다."

작년 9월부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여러 대학에 출강하며 피아노 전공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콩쿠르에 사활을 걸며 애가 닳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기도 한다고.

"콩쿠르에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거부당했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요. 출전을 앞둔 학생들의 중압감과 콩쿠르에서 원하는 성적을 못 내 느끼는 절망감과 자괴감을 저도 다 겪어서 잘 알거든요. 그런 학생들에게 '네 삶에서 느끼는 그런 모든 감정이 결국 네 음악에 소중히 쓰이게 될 거다'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프로 연주자이자 선생이면서도 늘 배움에 목말라 있다는 그는 최근에는 여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강사로 나선 '서울피아노아카데미'의 마스터클래스에도 5일 내내 참석했다. 백혜선, 안티 시랄라, 릴리야 질버스타인 등 명연주자들의 오픈 레슨을 참관하면서 과거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던' 유년 시절의 뜨거운 느낌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학생들이 거기서 저를 봤다면 '저 선생님이 왜 저기 앉아있나?'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강의를 들으며 어린 시절 가졌던 배움의 열정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렇게 하고 귀가해서 피아노를 쳐 보면 훨씬 달라진 감각의 무언가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았어요. 음악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이효주는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도 음악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몸이 아프다가도 피아노를 치면 신기할 정도로 치유가 되는 경험 또한 많았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도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싶냐는 '우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저는 다음 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 열심히 살고 있어요. (웃음)"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ㅡ[연합뉴스]ㅡ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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