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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특수교육] ①"우리가 맡는 아이가 적다고요?"…교사는 속이 탄다 / 유치원 공간이 부족해서 특수학급 증설도 힘들고, 특수교사 신청자가 없어서 인력 지원도 무산됐다고 한다.
작성일
  2022-11-16 01:48:54
조회수
  38

[유아특수교육] ①"우리가 맡는 아이가 적다고요?"…교사는 속이 탄다

(서울=연합뉴스) 이슈&탐사팀 = 김예은(24) 씨는 2020년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직후 줄곧 경북의 한 유치원 특수학급에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평소 활발한 성격이 특수교육 분야에 잘 맞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발령을 신청했다"며 "상대적으로 더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선생님 손 꼭 잡고 가요

그러나 꿈과 현실 간에 격차는 컸다.

원내 11개 학급 중 단 하나뿐인 특수학급을 책임지는 그가 특수교육실무원 1명과 함께 담당하는 학생은 5명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에서 규정한 학급당 최대 4명이라는 정원을 넘어선 이른바 '과밀학급'이다.

지난해 초 일반학급 입학이 예정된 아이가 특수학급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입학 직전 '발달장애 증후가 보인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관할교육청은 "해당 학생의 거주지 근처엔 다른 유치원이 없으니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김 씨가 지금 있는 아이들만 해도 손이 모자란다고 밝혔으나, 인력 충원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갈 데 없는 아이를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원보다 고작 1명이 많을 뿐이지만 체감상 차이는 너무나 크다.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발달 장애 아동 특성상 교사 1인당 한 번에 학생 두 명까지 보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비롯해 뇌 병변 장애, 정서·행동장애, 언어장애 등 유형이 제각각인 데다 대다수가 중증이었다.

특히 정서·행동장애 학생에게 김 씨는 안정의 대상이자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는 존재다. 선생님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김 씨가 자신의 사진이 담긴 물건을 손에 꼭 쥐여줘야만 잠깐이나마 자리를 비울 수 있다.

손과 발 근육이 강직돼 일상적인 신체활동이 불가능한 뇌 병변 장애 학생에게도 김 씨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 그가 없으면 용변을 해결하지도, 밥을 먹지도 못한다. 다른 학생들 역시 말을 전혀 못 하거나 상동행동(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일삼는 등 하나같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화장실 갈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빡빡한 하루를 보낸 김 씨는 "내 몸이 힘든 건 둘째치고 인원이 늘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지 못한 게 늘 미안하다"고 했다.

◇ 인력·예산 부족으로 과밀화된 특수학급…교사들만 '허덕'

또 다른 2년 차 유치원 특수교사 이지민 씨도 비슷한 처지다.

이 씨는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아이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일 때"라고 말했다.

입학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한 아이들이 이제는 곧잘 대화를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수년간 그가 관심과 애정을 쏟은 학생 4명 중 2명은 어느덧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뿌듯함도 잠시, 최근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공문 1장이 날아왔다. 내년 1학기에 학생 3명이 추가 배치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이 씨가 맡는 학급 학생도 정원을 초과한 5명이 되는 것이다.

이 씨는 "과밀학급을 운영할 순 없다"고 항변했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모두 유치원 근처에 살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유치원 공간이 부족해서 특수학급 증설도 힘들고, 특수교사 신청자가 없어서 인력 지원도 무산됐다고 한다.

이 씨는 "지금도 하루하루가 정신없는데 내년엔 어떡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맹학교 시청각 장애 영유아 통합교육 안전 체험장

특수교육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유치원 내 특수교육대상자가 4명을 초과할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이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르며, 모든 부담을 특수교사가 떠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관할교육청은 장애 유형과 정도, 학부모 의견, 거주지 위치 등을 판단해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급을 배정해준다.

문제는 대다수 학부모가 아이의 장거리 통학을 꺼려 '근거리 배치'를 희망하고, 이것이 학교 배정 시 최우선 원칙으로 작용하다 보니 특정 학교에 학생들이 쏠린다는 점이다.

한 교육청 특수교육 관계자는 "학부모가 과밀학급이라는 사실을 감수하고도 근거리 배치를 원한다면 유치원은 거부권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수학급 증설과 특수교사 추가 배치 등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예산 탓에 제약이 크다"고 덧붙였다.

[제작 충남대 취재팀]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 유아는 2018년 5천630명에서 올해 8천248명으로 46.5% 불어났다.

지난 6월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두 가지 이상 장애를 가진 '중도중복장애' 아동이 특수교육대상자에 추가됐다.

중도중복장애는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가 있으면서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중 하나 이상의 장애를 동시에 지닌 이들을 뜻한다. 이제까지 장애등급이 더 높은 장애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이들을 분류했으나, 앞으로는 각 장애 영역 특성에 따라 세분화한 뒤 맞춤형 교육이 지원된다. 이들이 배치되는 특수학급 정원은 2명까지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특수교육이 필요한 유아가 늘고, 그 유형도 다양해졌는데도 이들을 관리하고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은 최근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9월 17개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2023학년도 공립 초·중·고교 신규교사 선발 계획'을 살펴보면 유치원 특수교사 선발 인원은 105명으로 전년(292명) 대비 64.0%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를 포함해 그동안 선발 인원이 유독 많았던 것이지 올해가 적게 뽑은 것은 아니다"라며 "전체적인 현장 상황과 예산 등을 고려해 정한 규모"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달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특수교사 모집인원이 대폭 감소한 것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법정 정원 대비 배치율이 83%에 불과함에도 지난해보다 (유·초등 특수교사 선발을) 500여명이나 줄인 것은 특수교육 포기에 가까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한시적으로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특수교육 여건 개선 위해 교사 확충은 필수"

나들이 나온 유치원생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아 특수교사들은 늘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낼뿐더러,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학생 5명을 맡은 4년 차 유치원 특수교사 윤동건(30) 씨는 "과밀 상태에서 각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과정을 실현하라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아이의 발전이 더디면 결국 그 책임은 특수교사가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과 도중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잠깐이라도 한눈팔면 학생이 다치거나, 유치원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된다. 특수교사가 한 번에 2~3명의 학생을 맡다 보니 나머지 학생을 볼 여력이 없다.

6년 차 유치원 특수교사 이윤이(29) 씨는 "돌보던 아이가 넘어져 다친 탓에 학부모로부터 '선생은 뭐 했냐'고 혼난 동료도 있다"며 "가르치는 것은 고사하고 아이들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부터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장명숙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의 특수교육 관련 책임은 오롯이 특수교사에게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아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사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이 마련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박경옥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장은 "중증 비율이 높거나 장애 유형이 다양한 학급에는 특수교사를 2명 이상 배치하는 등 유연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특수교사 확충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지난 7월 발의된 특수교육법 전부개정법률안에 관심이 쏠려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유치원 특수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통합학급과 특수교육지원센터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특수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의원은 "특수교육의 성패는 결국 특수교사의 양과 질에 달렸다"며 "해당 법이 개정된 지 14년이 지난 만큼 현실에 걸맞게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개별화 교육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특수교육 아니냐"라며 국회 상임위 논의를 거쳐 내년 임시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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