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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T 찍고 상태 확인해 맞춤 작업 처방…'문화재 종합병원'의 일상 / 역대 최대 크기로 알려진 이 불상은 흙과 초록색 녹이 두껍게 뒤엉켜 있었던 과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작성일
  2022-11-03 22:32:58
조회수
  53

CT 찍고 상태 확인해 맞춤 작업 처방…'문화재 종합병원'의 일상

문화재보존과학센터, 보존처리 된 양양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 공개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사진과 다르게 반짝반짝하죠? 별도 투명 상자나 케이스 없이 불상을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어요. 가까이 다가와서 보세요."

3일 오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이재성 학예연구사가 이렇게 말하자 흰 가운을 입은 '일일' 연구원들이 불상 앞으로 다가갔다.

이들의 눈 앞에 있는 유물은 2015년 10월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선림원지에서 출토된 불상이다.

출토지가 명확히 확인된 보살 입상으로는 역대 최대 크기로 알려진 이 불상은 흙과 초록색 녹이 두껍게 뒤엉켜 있었던 과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학예연구사는 "여기 금속실에서 5년 정도 보존 처리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라며 "덮여 있던 흙을 걷어내고 원래 모습을 찾았다. 눈매와 수염도 확실히 볼 수 있다"며 웃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 공개 행사

국립문화재연구원이 2~3일 이틀간 '생생(生生) 보존처리 데이'를 열고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일종의 '문화재 종합병원'이다. 훼손되거나 손상된 문화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재료, 제작 기법, 손상 상태 등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행사는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을 대중에게 공개해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과학적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대학생 7명, 일반인 13명 등 총 20명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왼쪽 팔 부분에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라고 적힌 흰 가운을 입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문화재 분야를 전공한다는 일부 학생들은 가운을 입은 뒤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 공개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문화재는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고려시대 '국사'(國師) 법계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67) 사리를 모신 이 탑은 2016년 5월부터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해체돼 수리받았다. 현재 대부분 작업을 마친 상태다.

이태종 학예연구사는 100여 년간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탑의 역사를 설명하며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과 비슷한 경험을 한 탑"이라며 "누군가에게 팔리기도 했고 한국 전쟁 때에는 폭격으로 크게 파손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탑 해체 이후 과정을 설명하며 보존처리에 쓰인 레이저 클리닝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가 레이저 기기로 작은 석조물에 붙은 오염물을 제거하는 시연을 하자 보호안경을 쓰고 참관하던 학생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다.

행사에서는 지광국사탑 외에도 여러 국보급 문화재의 '치료'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사찰벽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북 영주 부석사 조사당 벽화 6점을 본 참가자들은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이 벽화는 보존 처리를 위해 처음으로 부석사에서 나온 바 있다.

국보 '영주 부석사 조사당 벽화' 보존처리 과정 보는 대학생들

벽화는 이제 막 1점의 목재 보호 틀을 벗겨낸 상태다. 참가자들은 '작업이 왜 오래 걸리는 것인가?', '원래 색을 내는 데 쓰이는 안료 중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게 얼마나 되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참가자들은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 보존처리 과정에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1964년 3월 국보로 지정된 하회탈은 주지·각시·중·양반 등 총 10종 11점, 병산탈은 갑·을 2점 등이다. 탈들은 지난해부터 엑스레이(X-ray)·컴퓨터단층촬영(CT) 조사 등을 거쳐 작업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송지애 학예연구사는 보존처리 과정에 어려움이 없었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유물 형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파괴 조사를 했기에 어느 순간 멈춰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후대에 얼른 더 좋은 기술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보존처리 중인 국보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 공개

"연말이면 작업이 모두 끝나요. 아쉬움은 없냐고요? 떠난 뒤에는 다시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날 행사에서는 연꽃무늬 기와를 세척하고 복원하는 체험 과정도 있었지만, 이날은 대부분 현장 공개 위주로 이뤄졌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화학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박성주(24) 씨는 "전공으로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배우니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내와 함께 참여한 김남욱(48) 씨는 "평소 '이런 건 어떻게 복원하고 관리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배울 수 있었다"며 "실제 시연이나 체험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길 바랐다.

정소영 센터장은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기록이자 산물"이라며 "겉으로 두드러지거나 빛이 나지 않는 일일 수 있도록 묵묵히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문화재 보존처리 공개 행사 열어

ㅡ[연합뉴스]ㅡ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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