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요즘 집세도 오르고 담뱃값도 오르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잠시 집을 나왔지. 이게 그렇게 이상한 이야기인가?"
영화 '소공녀'는 N포세대의 고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도시동화다. 현실적 소재와 몽환적인 캐릭터가 묘하게 공존한다.
영화 '소공녀'[CGV아트하우스 제공]
주인공인 '미소'(이솜)는 3년 차 가사도우미다. 퇴근 후의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바라는 것이 없다. 해가 바뀌자 미소의 소소한 행복에 적신호가 켜진다. 일당은 그대로인데 집세와 술 담뱃값이 오른다. 미소는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대신 월세방을 뺀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영화 '소공녀'[CGV아트하우스 제공]
106분의 러닝타임 중 눈물 나는 가족애는 찾아볼 수 없다. 등장하는 가족들은 캥거루 자녀와 시월드 등, 이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묘사됐다.
포스터 속 여주인공의 모습이 암울한 상상을 자극한다. 안정된 주거와 일자리가 없는 30대 미혼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 그러나 실제로는 타이틀부터 엔딩까지 끊임없이 웃음 포인트가 살아있는 블랙코미디다. 날카로운 사회적 주제의식을 그야말로 담백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영화 '소공녀'[CGV아트하우스 제공]
소공녀의 최종 병기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대사와 연기자다. 극 중 등장하는 미소의 대학 동아리 친구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군상을 반영한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링거액을 맞아가며 일하는 '문영'(강진아)과 시댁 식구에게 무시당하는 며느리 '현정'(김국희)에게서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부잣집에 시집간 '정미'(김재화)의 숨죽인 삶 역시 결혼 생활의 명암을 극도로 대비시킨다.
남성 캐릭터들도 공감 열차에 합류했다. 집 장만에 성공했지만,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대용'(이성욱)과 결혼이 최대의 미션인 캥거루족 아들 '록이'(최덕문)가 그러하다.
영화 '소공녀'[CGV아트하우스 제공]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15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상영시간 내내 고정된 2030 세대의 시각이 타깃층을 좁힌다. 어린 관객에게는 지루함을, 나이 든 관객에게는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20대와 30대 미혼 직장인이 개봉 첫 주말의 성적을 좌우하는 선두 관객층인 점을 고려하면, 입소문을 통한 성적을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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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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