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이라는 이름보다 프로듀스 101의 보컬 트레이너, '성은쌤'으로 더 익숙하다. 하물며 AG성은이라는 활동명은 더 낯설기만 하다. "편안하게 성은쌤이라고 부르세요."
보컬트레이너 김성은(37)의 이력은 화려하다.
방탄소년단을 데뷔 전까지 가르쳤고, 현재는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선생님이다. 샘 킴의 1집 앨범 등 가수들의 앨범 디렉팅도 참여할 정도로 업계에서 보컬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스타 트레이너다.
하지만 김성은을 설명하기 위해 '누군가의 보컬 선생님'이라는 수식은 부족하다. 선생님이기에 앞서 그는 'AG성은'으로 활동하는 가수다. "음악이라고 하는 공통분모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은쌤, 그리고 AG성은, 김성은을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보컬트레이너·가수 김성은 보컬 선생님이 된 지 14년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된 것도, 노래를 가르치게 된 것도 그는 "어느 날 문득"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은은 전쟁통에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집에 모아둔 LP를 들으며 음악과 친해졌다. 이후 HOT 등 1세대 아이돌이 만들어지던 시기가 찾아왔고, 당시 회사 소속 가수였던 김성은은 자연스레 아이돌의 노래를 가르치게 됐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만 가수가 되는 게 아니라 팀이 만들어져 활동하기 시작한 거에요. 노래를 가르친다는 개념이 필요했던 시기였고, '너 쟤 노래 좀 가르쳐 볼래?'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어요. 그렇게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된 거죠."
'성은쌤'과의 인터뷰는 절반이 제자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거의 엄마죠 엄마." 그는 보컬트레이너로서 본인의 역할을 '엄마'에 비유했다. 골자는 '보컬 트레이너'가 단지 노래를 부르는 법만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르치는 연습생이 너무 어린 경우는 엄마 역할도 해줘야하고요.(웃음) 전문가가 되는 길이 녹록하지 않잖아요. 거기서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것을 끌어내는 조금은 더 복잡한 직업인 것 같아요."
스타 보컬트레이너 김성은에게 기자가 직접 '노래하는 법'을 배워보았다.
'성은쌤'의 지도를 거친 연습생들이 나아가는 곳은 아이돌 세계다. 하지만 대중 속에서는 아직도 '아이돌이 가수야?'라는 시선이 있다. 김성은은 아이돌이 음악보다 더 넓은 장르로서 '아이돌'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아이돌은 노래는 물론이고 어려운 안무를 소화해야 하고, 여기에 연기와 프로듀싱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 김성은은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아이돌에게 이젠 누가 '아이돌은 음악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속이 상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겨서 괜찮아요. 그 (아이돌의) 준비현장과 활동현장에 있다니 이제는 음악보다 더 넓은 장르로서 아이돌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아이돌로 성공하기에 앞서 그는 어린 제자들이 어른으로서 행복하게 커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어린 친구들이 감당하기에는 혹독한 세계에요. 최근에 방탄소년단 진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네가 훌륭한 음악인이면서도 유쾌한 어른이고, 어른으로서의 삶을 누렸으면 한다고. 그랬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김성은은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지금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살고 있다. "홍보가 쉽지 않다. 음반을 꾸준히 내는 건 힘들다"며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AG성은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써니와 함께 '주크박스(Jukebox)'라는 팀으로 음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가 있기 일주일 전에도 그는 신림동의 한 작은 공연장, 작은 무대에서 20~30명의 관객을 위해 노래했다. 언젠가, 이런 것들이 초라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을 지나 지금 김성은은 작은 무대라도 기꺼이 오른다. 그는 "이제는 초라하지 않다"고 했다.
보컬트레이너·가수 김성은
"저는 노래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홍보도 잘 안 돼요. 그러면 쿨하게 제가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요, 제가 알아서 무대를 만들기도 해요. 옛날에는 초라해서 싫었는데 지금은 이게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거라는 걸 알거든요. 그들을 위해서 노래하니까 이제 전 더 당당해요."
김성은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는 선생님이 아닌 가수로서 성공의 의미가 더 크다. 인기나 돈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공연장을 찾는 것, 그것이 김성은에게는 성공하고 싶은 이유다. 앨범 제작과 공연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지금도 그는 앨범 고민에 한창이라고 했다.
"언젠가 배치기와 함께 공연하는 데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제가 등장하니까 환호를 보내주시더라고요. 가슴 찡한 그런 게 있어요. 히트곡이 있는 가수들은 늘 느끼는 것일 텐데도 울컥한다고들 하잖아요. 성공했다는 건 히트곡이 있다는 거고, 그러면 제 공연에 더 많은 분이 오셔서 같이 불러주시겠죠? 그런 생각을 하니까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성공하고 싶어요." (영상제작 : 전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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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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