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무비부비☆] '미녀와 야수' 소름 돋는 이유는 (엠마 왓슨, Beauty and the Beast) [통통영상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17년 만에 실사 영화로 부활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단연 캐스팅입니다. 여배우 엠마 왓슨과 여주인공 '벨'은 외모는 물론이고 '책벌레 미녀' 이미지까지 너무나 닮았기 때문입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왓슨은 4살부터 '미녀와 야수'를 즐겨 본 열렬한 신봉자였다고 하네요. 대사와 노래 구절 하나까지 모두 암기할 정도입니다.
사실 프린세스 애니메이션의 실사판 영화는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노리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아카데미상 6관왕에 오른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배역을 포기하면서까지 '미녀와 야수'에 온 심혈을 기울인 선택은 다소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벨'이 샛별처럼 스크린에 처음 등장해 노래 '벨'을 열창하는 순간 사라졌습니다. 그 어떤 여배우가 저토록 꿈같은 배역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마을 사람들과 춤추며 흐르는 아름다운 미장센은 온통 그녀 한 사람을 위한 '별의 바다'와 같습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원작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왕자의 무도회에서 시작합니다. 폭풍우가 치던 어느 밤, 한 거지 노파가 무도회장에 들어와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거듭 청하지만, 왕자는 노파의 추한 외모 때문에 모욕을 주고 쫓아냅니다. 그러자 노파가 요정으로 변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왕자에게 저주를 걸어 야수로 만들고, 성안의 모든 사람도 가구나 소품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똑똑하고 아름다운 '벨'은 아버지와 사는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운명적인 사랑과 모험을 꿈꾸는 신여성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물건을 팔러 마을을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되고 마는데, 벨은 그를 찾아 폐허가 된 야수의 성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녀는 야수와 성안 사람들이 마법 장미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저주를 풀지 못하면 영원히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임을 알게 됩니다.
야수의 흉포한 성격에 겁먹고 성에서 도망치려던 벨은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준 야수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전작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던 1991년에는 불가능했을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의 향연과 뮤지컬 드라마의 생동감일 듯합니다.
이미 애니메이션 버전이 어느 정도 '미녀와 야수'의 기준을 제시한 상태이기 때문에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교묘히 버무려 리얼리티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세트를 사실적으로 정교하게 대자인 하기 위해 1천여 명이 넘는 스태프들을 동원했습니다. 야수의 성에 등장하는 무도회장만 337평에 달하고, 성 주변 숲에 달아놓은 고드름만 2만 개나 된다고 합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실사판 '미녀와 야수'는 전체적으로 새로운 설정이라는 모험보다는 안정된 재현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취약한 점이기도 하죠.관객이 이미 줄거리에 익숙한 상황에서 단지 '유명 애니메이션과 똑같아서 신기한 영화'만으로는 작품성을 인정받기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면서 약간의 부연 설정을 추가한 정도랄까요. 벨 어머니의 죽음, 야수의 외로운 유년기, 저주로 인한 마을 사람들의 기억상실 부분은 애니메이션에는 없던 설정입니다. 아울러 왕자를 야수로 만든 요정이 사실은 마을에서 천대받던 걸인이라는 소소한 설정도 추가됐습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사실 '미녀와 야수'는 흑백 영화 시절부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동화를 기반으로 한 오랜 전통의 클래식입니다.
1991년 판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역시 유럽의 오래된 구전 동화 '이쁜이와 괴물'을 각색해서 만든 창작극이었습니다. '이쁜이와 괴물'은 1740년 가브리엘 드 빌레느브 부인이 처음 출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쁜이와 괴물'이 여성의 고운 마음씨를 숭상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90년대의 흐름에 맞게 지적이고 진취적인 신여성 상을 내세워 글로벌 히트작이 됐습니다. 그러한 월트 디즈니의 '진취성'이 실사판 '미녀와 야수'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디테일에 제한됐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미녀와 야수'[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한편 실사판 신작의 OST는 셀린 디온·존 레전드·아리아나 그란데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해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벨'(Belle)·'비 마이 게스트'(Be My Guest)·'뷰티 앤 더 비스트'(Beauty and the Beast) 등 그리운 명곡들이 추억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야수'가 떠난 '벨'을 생각하며 부르는 '에버모어'(Evermore) 등 세 곡의 새로운 OST가 더해졌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실사판 '미녀와 야수'가 다시 한 번 1991년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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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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