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인형을 들었던 손엔 총이 들렸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던 소녀들은 제복을 입고 '탕탕탕'을 외칩니다. 8개월 만에 미니 4집 앨범 '더 어웨이크닝'(THE AWAKENING)으로 돌아온 여자친구는 의상과 헤어는 물론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등 모든 면에서 변했습니다.
타이틀곡 '핑거팁'(FINGERTIP)은 데뷔곡 '유리구슬'부터 함께해온 프로듀서 이기, 용배의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당차고 주체적인 소녀들의 사랑 방식'을 표현한 곡입니다.
여자친구는 자신들의 시그니처와도 같았던 티셔츠와 반바지를 벗고 제복을 입었고,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도 의상에 맞춰 강렬함을 담아냈습니다. 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각몽'을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는 판타지로 가득 찼습니다. '유리구슬'과 '시간을 달려서' 등 기존 여자친구의 뮤직비디오와는 비주얼 콘셉트와 스토리가 전혀 다릅니다.
여자친구는 학교 3부작과 '너 그리고 나'의 뮤직비디오에서 일관성 있는 방향을 유지했습니다. 공간적 배경은 교실과 운동장, 만화책방 등 현실 세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었고 내용 역시 여느 여고생이라면 느낄 수 있는 또래들 간의 우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언제나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역경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가는 오뚝이 같은 소녀의 모습은 여자친구의 시그니처 캐릭터가 됐습니다. 맑은 눈빛은 진심을 담고 있었고 그것은 여자친구만의 '청순함'으로 표현됐습니다.
그런데 신곡 핑거팁에서는 그런 여자친구만의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눈빛은 짙은 메이크업에 가려졌고 우정을 위해 달려갔던 그들만의 서사는 해석이 필요한 복잡한 스토리가 대체했습니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건강한 청순함을 벗고 여느 '아이돌스러움'을 화장한 여자친구의 선택은 그들 스스로에게 득이 될까요, 실이 될까요? 송영인의 [K-POP 인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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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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