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미드나잇'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작가 엘친 아판디예프의 희곡 '시티즌즈 오브 헬'(Citizens of Hell)이 원작이다.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 작품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숙청과 공포정치로 모두가 숨을 죽이던 암흑시대의 12월 31일 밤. 부부인 '남자'와 '여자'는 한 해도 무사히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조촐한 파티를 준비한다.
"쾅, 쾅, 쾅" 둘만의 시간도 잠시. 현관을 두드리는 거친 소리가 메아리친다. 부부를 찾아온 사람은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인 비밀경찰 '비지터'. 비지터를 본 부부의 얼굴이 사색이다. 독재정권에 반기를 든 반혁명세력을 색출하는 비밀경찰의 방문은 곧 의심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비지터는 "동료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이 집에 머물겠다"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부부 사이에 끼어든 비지터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하고, 부부가 서로에게 감췄던 치욕스런 비밀들을 하나씩 벗겨낸다. 자상하고 헌신적이라 믿었던 남편은 억울한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어 권력을 얻고 부를 쌓아왔다. 심지어 동료와 친구를 반역자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남편의 실제를 안 여자는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여자의 추악한 과거가 드러나고, 여자는 숨겨왔던 악마의 본성을 꺼내 든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품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전개로 관객들의 숨을 조여온다. 심리 스릴러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까지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대화 사이로 흐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은 극의 긴장을 더한다.
시대를 알 수 없는 극의 배경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매일 밤 사람들이 끌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는다. 시대에 관한 관객들의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다만 정확하지 않은 시대적 배경은 극 초반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트린다고 느낄 수 있다. 원작이 1930년대 러시아 스탈린 정권 체제에 있던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알고 감상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작품에 얹어본다면 이들이 왜 그토록 서로를 의심하며 감시하게 되는지 이해가 된다. 절대권력에 대한 충성은 그저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일 뿐. 작품은 자기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자를 희생시키는 인간 본연의 어두운 욕망을 그려낸다.
비지터의 마지막 대사는 관객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뿔 달리고 불을 내뿜어야 악마인가? 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는 당신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사람인걸. 그리고 왜 내가 여기에만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지? 수백, 수천 곳에 내가 있을지도 모르는 거야."
비지터 역에는 배우 정원영, 고상호가 출연한다. 남자 역에는 배두훈, 백형훈이, 여자 역에는 전성민, 김리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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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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