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좋았지만,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목숨 건 연애'는 스릴러와 코미디, 로맨스, 액션까지 모든 장르를 버무려 한 상에 차려낸다.
그중 가장 밑바탕은 코미디다. 그런데 웃겨야 할 대목에 웃음 대신 정적이 흐른다.
달콤해야 할 로맨스 장면에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은 관객 몫이다.
추리소설가 한제인(하지원)은 '이태원 민폐녀'로 통한다. 5년 동안 소설을 안 쓴 것도 모자라 툭하면 이웃 사람들을 의심하며 유괴범, 살인범 등으로 112에 신고한다. 주변 사람들의 갖은 타박 속에 한제인은 이태원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신작을 쓰기로 한다. 그러던 중 바로 위층에서 살인사건 정황을 포착하고, 한제인은 이참에 직접 살인범을 잡아 베스트셀러 작가로의 명예회복을 꿈꾼다.
영화는 주로 하지원에게 의존한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것도 하지원 담당이다.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로 돌아온 하지원은 매력을 끊임없이 보여주지만 좀처럼 '빵'하고 터지지가 않는다. 허를 찌르는 반전의 유머가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에 의존하는 일차원적 유머나 몸개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지원은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도 주로 밀폐된 공간 안에서 냄새 지독한 방귀를 뀌며 주변 사람들을 더 괴롭게 만드는 식이다. 귀엽고, 엉뚱하고, 섹시한 매력을 모두 발산하지만 그의 매력만으로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극 중 한제인의 캐릭터는 지난해 하지원이 주연한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속 오하나 캐릭터와 오버랩되기도 한다.
하지원-천정명[연합뉴스 자료사진]
천정명과 중화권 스타 진백림은 한제인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는 연적 관계다.
천정명은 한제인의 소꿉친구 설록환 역할을 맡아 한제인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를 구해준다.
진백림은 매력 넘치는 FBI 프로파일러로 나와 한제인의 마음을 뒤흔든다.
극 중에서 하지원과 진백림 간의 대화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데, 1970~1980년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낯간지러운 대사들이 오간다.
특히 텅 빈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하지원과 진백림이 서로 춤을 추는 듯한 액션으로 괴한을 물리치는 대목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하지원은 8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두 남자와의 로맨스가 색다르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서 "실제 천정명은 친절하고 배려심 많지만 낯가림이 심한 편이고, 진백림은 유쾌하고 개구쟁이 같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물론 요모조모 뜯어보면 미덕도 없지 않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라든지, 진범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하는 설정, 그리고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조연 배우 오정세의 코믹연기도 그중 하나다. 일부 장면에서는 만화적인 설정을 차용하며 공을 들인 흔적도 보인다. 12월 14일 개봉.
메인홈 
2016-12-08
1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