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전송화 인턴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관광지 민폐객의 모습이 SNS상에 올라오며 비판과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관광지 문제 행동은 낙서다. 네이버 아이디 'moran3152'는 지난달 18일 전남 담양의 대나무숲 공원 죽녹원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추억보다 씁쓸함이 더 컸던 기억이다. 일부 관람객이 살아있는 대나무 곳곳을 칼로 긁어서 써놓은 낙서 때문이다. '나랑 친구들 다녀감', 'XXX♥○○○', '우리 영원하자' 등의 낙서 수십 개가 산책로 근처의 나무에 빼곡한 것을 보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낙서 사진을 공개하며 "다녀갔다는 사실을 이렇게 꼭 표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짓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죽녹원 대나무에 관광객이 남긴 낙서 자국[독자 제공] 죽녹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낙서에 관한 민원이 늘어서 경고 팻말을 세워두고 단속 인원도 늘렸다. 또 등산객의 손이 대나무에 닿지 않도록 울타리도 쳐놨다. 그랬더니 산책로 주변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장소에 들어가 낙서를 해놓더라"고 하소연했다. 생태계 보전 등의 이유로 출입을 막아둔 국립공원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가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이들에 대한 비판도 트위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아이디 'kce****'는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이 나무 옹이나 바위틈에 쓰레기나 음식물 등을 버리고 갔다"며 "자연경관을 보러왔다는 이들이 되레 경관을 훼손하고 갔다"고 꼬집었다. 취사가 금지된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자연 훼손 행위를 일삼는 여행객도 보인다. 네이버 아이디 'idid3000'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생태숲으로 지정된) 제천 덕동계곡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 속 사진을 보면 관광객이 버리고 간 수십 개의 쓰레기봉투가 계곡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그는 "계곡 구석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고기를 구워 먹은 행락객이 나무는 땔감으로, 돌은 불판으로 썼다. 이렇게 자연을 훼손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휴가객이 제천 덕동계곡에 버린 쓰레기 더미[독자 제공] 
휴가객이 제천 덕동계곡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떠난 자리의 모습[독자 제공] 인기 피서지인 바닷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jeju_ilemaman'는 지난달 28일 '제주도 함덕해수욕장에서 5분 만에 주운 것'이라며 해변에서 수거한 페트병과 맥주캔 등 쓰레기 한 무더기를 공개했다. 그는 "이 쓰레기를 해양 생물이 먹으면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온다"며 "쓰레기는 반드시 가지고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발견된 쓰레기더미[독자 제공] 흡연 금지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tae****'는 "공원에서 연기가 피어올라서 가보니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에서 붙은 불이 잔디로 번져가고 있었다"며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뻔했다"고 말했다. 주말에 종종 속리산 국립공원 등산에 나선다는 이모(67)씨도 "'정상 정복 후 담배 한개비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여기는 등산객을 심심찮게 만난다"고 말했다. 
담배꽁초로 그을린 공원 잔디[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라며 "여행객이 시민 의식을 높이고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단속 인력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CCTV 등 감시 장비를 늘리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단속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을 통해 '자연이란 후대에 남겨줘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sending@yna.co.kr
<연합뉴스> 2019/08/03 06:00 송고 ㅡCopyright ⓒ OTOT -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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