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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돌다리 넘어 걷는 시원한 수변길
충북 진천 초롱길

(진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중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충북 증평에서 진천으로 달리다 보면 오른편으로 물줄기를 시원스럽게 쏟아내는 폭포가 눈길을 끈다. 폭포 꼭대기에는 '생거진천'이란 글씨가 보인다.

진천 농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진천 농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이 폭포 아래 진천 최고의 명소인 농다리가 놓여 있다. 고속도로 한쪽에는 진천 농다리를 홍보하는 커다란 세움 간판도 있다.

초롱길은 농다리 동쪽에 있는 초평저수지의 수변에 놓인 1.1㎞의 데크 길을 말한다. 이 길을 걸으려면 농다리를 지나야 한다. 초롱길은 초평저수지와 농다리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초롱길만 보면 거리가 아주 짧지만 농다리와 초평저수지 사이에는 등산로와 임도가 다양하게 있어 코스를 원하는 대로 짜서 걸을 수 있다.

농다리를 건너는 방문객들 [사진/조보희 기자]

농다리를 건너는 방문객들 [사진/조보희 기자]

◇ 물소리 시원한 천년 농다리

출발지는 인공폭포가 마주 보이는 농다리 주차장. 출발지점에 서자 완만하게 곡선을 그린 농다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농다리는 고려 때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자그마치 천년의 세월을 버텨냈다고 한다.

이상임 문화관광해설사는 "농다리는 진천 지역 호족으로 고려 건국에 공을 세운 임희 장군이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농다리는 대바구니 농(籠) 자를 쓴다. 대바구니처럼 짜인 돌과 돌 사이로 물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늘에서 보면 지네가 기어가는 모습을 닮아 '지네다리', 백곡저수지의 수문을 열면 다리가 물에 잠겨 '수월교'(水越橋)라고도 부른다.

농다리에 발을 디디자 시원한 바람이 지나며 더위를 씻어준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물소리가 청량하다.

다리는 구조가 독특하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길쭉하게 쌓아 올린 돌무더기의 가운데 부분을 기다란 돌이 잇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배를 한 줄로 띄워 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지른 배다리와 흡사하다.

다리는 길이가 약 95m, 폭이 3.6m지만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가운데 공간은 80㎝에 불과하다. 다리에서 마주치면 한 명은 다리 날개 쪽에 비켜서야 한다.

농다리를 건너면 계단 길과 완만한 비탈이 나타난다. 어차피 만나는 길이어서 어디로 가나 상관없다. 계단 길로 전망대에 올라 뒤돌아서자 농다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말이지 거대한 지네가 꿈틀거리며 물을 건너는 것 같다.

전망대 뒤편을 보면 붉은색 화살표가 아래를 향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임장군이 다리를 놓기 위해 바위를 메고 말에 올라 고개를 내려오다 무게 때문에 말과 임장군의 발자국이 바위에 찍혔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아무리 봐도 발자국 모양은 찾기 어려웠다.

옛 초평저수지 수문을 이용해 만든 하늘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옛 초평저수지 수문을 이용해 만든 하늘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 수변 길 따라 걷는 초롱길

야트막한 고갯길을 오르면 용고개다. 일대의 지형이 용의 모습을 닮았는데 이곳은 용의 허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지도에서 보면 초평저수지의 모습이 정말 용을 닮았다.

이 고개에 길을 내자 마을이 망하고 용이 죽었다는 전설이 있어 '살고개'라고도 불린다. 이후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고갯마루 오른쪽에 서낭당을 조성했다고 한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 돌로 쌓은 단이 있고, 나무에는 오색 천이 걸려 있다. 최근 서낭당 왼쪽에는 용 조각을 매단 솟대가 세워졌다.

고개를 내려가자 물이 가득한 초평저수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1년에 3∼4차례 연주회가 열리는 야외음악당을 지나 왼편으로 들어서면 이제 초롱길이다. 수변을 따라 난 나무 데크에는 햇볕을 가리는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초롱길을 걷는 내내 초록빛 저수지와 봉우리가 어깨동무한다. 중간중간 쉼터도 있어 풍광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쉼터 한 곳에는 진천 앞에 '생거'가 붙은 연유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진천과 용인에 생년월일이 같은 추천석이란 사람이 있었다. 저승사자가 용인의 추천석 대신 진천에 사는 추천석을 데려가는 바람에 혼란이 생겼다. 이미 장사를 지낸 탓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저승사자는 용인의 추천석을 데려와 그의 몸에 진천 추천석의 영혼을 넣어 환생시켰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원님에게 데려가 판결을 요청했다. 원님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천의 추천석이 확실하므로 살아서는 진천에 살고, 죽어서는 용인으로 돌아가라고 판결했다. 이후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진천과 용인에 사는 두 아들이 어머니를 서로 모시겠다고 하자 원님이 "진천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용인에서 제사 지내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수변 길 끝에선 길이 93m의 하늘다리가 저수지 위를 가로지른다. 옛 저수지 수문의 남겨진 구조물을 이용한 흔들다리다. 최근 등장한 아슬아슬한 출렁다리는 아니지만 약간의 스릴을 즐길 수 있다. 다리 주변에서 한가롭게 카야킹을 하는 이들도 볼 수 있다.

다리 건너에는 초롱길 탐방객을 위한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영애', '아이유', '송혜교' 이름표를 단 진천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매점 앞으로는 파라솔을 펼친 탁자가 놓여 있다.

초롱길은 여기서 끝나지만, 길은 초평호전망데크(1.4㎞), 붕어마을(2.9㎞), 한반도지형전망공원(5.4㎞)까지 계속 이어진다.

농암정에서 바라본 초평저수지 [사진/조보희 기자]

농암정에서 바라본 초평저수지 [사진/조보희 기자]

◇ 발아래 펼쳐진 초평저수지

발길을 돌려 하늘다리를 건넌 후 수변탐방로를 700m쯤 걸으면 쉼터가 나타난다. 쉼터 뒤편으로 향하면 농암정으로 향하는 비탈이 시작된다.

농암정까지의 거리는 600m. 탐방길 최대의 난코스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경사가 꽤 급하지만, 바닥에 굵은 밧줄을 ㄹ 자로 놓거나 멍석을 깔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나뭇잎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햇볕도 막아준다.

15분 정도 비탈을 오르면 팔각정 전망대인 농암정에 도착한다. 2층에 오르자 초평저수지와 초록빛 봉우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무척 시원스러운 풍경이다.

바람도 제법 시원하게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준다. 아쉽게도 농다리는 나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잠시 초평저수지의 풍광을 감상하다 비탈길을 내려간다. 나무 사이로 농다리가 유려하고 독특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비탈길은 말 발자국 바위가 있는 전망대로 곧장 이어진다. 농다리를 다시 한번 감상한 후 인공폭포 쪽으로 향했다.

80m 높이에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 앞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농다리와 주변 풍광이 꽤 운치가 있다.

미호천변에 있는 인공폭포와 돌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미호천변에 있는 인공폭포와 돌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연합뉴스> 2019/08/13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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