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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워커밸'이 뜬다… 고객도 매너 지켜야

지난 11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2019 대한민국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며 '워커밸'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전경련 제공

지난 11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2019 대한민국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며 '워커밸'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전경련 제공

'갑질' 근절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고객응대가 잦은 유통·서비스 업계 등에선 아직도 직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고객이 심심찮게 이어진다.

지난 12월엔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음식이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던 고객이 햄버거 봉투를 직원 얼굴에 던졌다. 또 지난여름 경기도의 한 백화점에선 구입한 화장품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직원의 머리채를 잡고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최근 감정노동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갑질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의 처우 향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소비자도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새해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이 새로운 소비 키워드로 떠오른다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전망도 나왔다. 이 센터는 매년 말 이듬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발표하며, 2019년에는 소비자와 근로자 간에 균형 잡힌 매너를 도모하는 워커밸이 유행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련 기업들도 변화하는 추세다. 지금까진 기업 이미지 하락을 염려해 친절한 고객응대만 강조했다. 하지만 갑질 고객에겐 법적 처벌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데 힘입어 자사 직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위 사례에서도 맥도날드는 경찰을 부르는 등 피해 직원에 대한 보호를 주저하지 않았다.

드라마 '아찔한 손님'을 제작해 시사회를 연 롯데호텔도 최근 크게 주목받았다. 이 드라마는 호텔 직원들이 갑질 고객에게 당당하고 재치 있게 응대하는 모습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롯데호텔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자사 SNS에도 이 드라마를 공개함으로써 고객과 직원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갑질 고객 응대 매뉴얼 '존중받을 용기'를 제작해 전국 매장에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매장에서 기물 파손, 폭언, 성희롱 등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고객에 대해 직원들은 고객 진정, 중지 요청, 경고, 응대 종료, 경찰 신고 등의 절차대로 행동한다.

또 '필요 이상의 저자세 지양' '고객이 무릎을 꿇는 사과를 요구할 경우 단호하게 응대 종료'와 같은 내용도 담겨 있다. 전처럼 고객을 무조건 받드는 게 아니라 직원 보호에 방점을 찍은 이 매뉴얼에 대해 한 직원은 "고객과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도 고객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매장 보안팀과 경찰에 신고하는 등 대처할 수 있는 안내 책자를 배포했으며, 다양한 직원 보호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고객의 갑질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직원들의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기업도 늘었다. 신한카드는 '직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갑질로 고통받는 직원의 외부상담과 치료를 지원한다. 하나카드도 '콜센터 상담사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힐링 강연 및 전문가 치료 등을 도입했다.

법적으로 강하게 대처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고객이 상담원에게 폭언 등을 할 경우 전화상으로 1차 경고한 뒤 등록된 주소지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고소·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서비스센터 및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이 갑질을 할 경우 경찰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한편 2018년 10월 18일부터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시행되는 중이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예방을 위한 문구 등을 사업장에 게시해야 하고, 갑질 고객에 대한 응대 업무 지침도 마련해야 한다.

또 사업주는 고객에 의한 폭언이나 폭행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직원이 위험한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치료와 상담도 지원해야 한다. 피해 근로자가 고객에게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할 때는 증거자료 제출 등 필요한 조치도 취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고객의 갑질이 더 이상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 등 법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 갑질이 결국은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전체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권리 주장이 갑질로 변질되지 않도록 성숙한 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과 직원의 관계에서 직원이 어떤 질적인 노동을 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존중받는 소비자가 되려면 필요한 매너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8/12/29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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