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조정, 하반기 반등 
2019년에는 미국의 성장 속도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증권거래소. EPA_연합뉴스 ‘관성과 가속도’라는 물리학의 운동 법칙은 주가 해석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모든 물체는 기존의 운동 방향을 유지·강화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주가 역시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일단 방향을 잡으면 그 방향으로의 운동을 강화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주가의 추세(Trend)는 이런 속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마이더스]2019년 주식시장은 ‘전약후강’1](https://img8.yna.co.kr/etc/inner/KR/2018/11/30/AKR20181130119500980_02_i_P2.jpg)
◇주가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소 오르는 주가든, 떨어지는 주가든 이유가 있게 마련인데,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지배적 견해다. 특정 현상에 대한 다수의 평가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일정 방향으로 주가가 운동하는 추세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낙관에 따른 버블이 생기기도 하고, 과매도의 산물인 역버블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시장 참여자들의 컨센서스가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견해가 반영된 주가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강세장에서도 조정은 있지만 그 강도는 강하지 않다. 강세장의 특징은 조정은 얕고 반등은 크다는 점이다.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상승의 관성을 훼손하지 않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반대로 추세적 약세장에서는 주가의 반등이 얕고 반락은 깊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조정은 강세장에서의 일시적 반락으로 보기에 그 강도가 너무 강하다. 주가의 조정 강도로만 보면 2009년 이후 진행됐던 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약세장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된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고점 대비 30%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 코스닥지수 -28%, 홍콩 항셍지수 -25%, 이탈리아 지수 -24%, 스페인 지수와 한국 코스피가 -22%의 조정세를 기록했다. 다소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조정은 대체로 15% 내외에서 마무리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최근에 경험했던 조정은 강세장에서 종종 나오는 기술적 조정의 범주를 넘어선 셈이다. 사실 글로벌 증시가 순환적 약세장(Cyclical bear market)으로 반전됐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강세장과 약세장이 반복되게 마련인데,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세를 선도했던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2009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14개월에 달하는 장기 강세장을 구가했다. 114개월의 강세장은 미국 증시 120년 역사에서 최장 기간의 상승 기록이다.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호재들은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 경험했던 주식시장의 조정 강도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전반이 이미 약세장으로 반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반적인 거시 경제흐름을 봐도 마찬가지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준으로 보면 2018년도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성장률이 둔화되는 국면이었다. 오직 미국만 2017년 말에 단행됐던 감세 조치를 동력으로 2018년 성장률이 개선됐다. 하지만 2019년에는 미국의 성장 속도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거의 모든 권역에서 성장률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더스]2019년 주식시장은 ‘전약후강’2](https://img7.yna.co.kr/etc/inner/KR/2018/11/30/AKR20181130119500980_03_i_P2.jpg)
◇내년 경제 환경 올해보다 나빠 2019년의 거시경제 환경은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내년 중반에는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기보다 주가의 중장기 저점 형성 시기가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주가의 저점 형성 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순환적 경기 지표인 경기선행지수를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 그림에는 OECD 경기선행지수와 MSCI 세계지수가 함께 그려져 있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대표하는 OECD 경기선행지수와 글로벌 주식시장의 종합적 성과를 보여주는 MSCI 세계지수는 대체로 동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 지표는 모두 경기에 대해 선행성을 갖기 때문에 동행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의 경기를 미리 가늠하기 위해 경기에 대해 선행성을 갖는 지표들로 구성된다. 주가도 경기에 대해 선행성을 갖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가는 경기동행지수(특정 시점의 경기 자체)에 선행한다. 경기선행지수 역시 동행지수에 선행성을 갖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니 경기선행지수와 주가가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8월 말 정점을 형성하고 줄곧 하강하고 있다. 다소의 편차는 있지만 경기선행지수의 경험적 하강 사이클은 대체로 20개월 내외의 지속성을 가졌다. 따라서 최근 경험하는 경기 하강이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OECD 경기선행지수는 내년 2분기쯤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행지수의 저점이기 때문에 당시의 경제활동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계속 하락하겠지만 주가는 경기선행지수 저점 기록 시기와 비슷한 시점에서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다.
![[마이더스]2019년 주식시장은 ‘전약후강’3](https://img6.yna.co.kr/etc/inner/KR/2018/11/30/AKR20181130119500980_04_i_P2.jpg)
◇한두 차례 더 조정 후 반등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감안할 때 2019년의 전반적인 주가 흐름은 상반기에 조정을 받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전약후강의 흐름이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직까지 주식시장이 의미 있는 저점을 지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 두 차례 더 힘든 조정의 시기가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주식시장의 저점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까? 주가의 고점이나 저점은 지나가 봐야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가늠해 보면 코스피 기준 1,900p 내외가 아닐까 싶다. 이번 약세장에서 예상되는 코스피의 저점을 상장사들의 자기자본과 시가총액 비교를 통해 가늠해봤다. 자기자본은 기업의 총자산에서 채권자들에게 줄 부채를 차감한 값으로,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몫이라 볼 수 있다.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기업의 자산과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가총액을 비교해본 것인데, 통상 이 비율을 PBR(Price to Book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이라고 한다. 2018년 6월 말 기준 한국 상장사들의 자기자본 합계액은 1천490조 원인데, 11월 21일 현재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천296조 원에 불과하다. 재무적으로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몫보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은 셈인데, 두 수치를 고려한 PBR은 0.87배다. 아래 그림에는 코스피 장기 PBR 추세가 그려져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PBR이 0.8배까지 떨어졌다. 이번 하락 사이클에서도 PBR이 0.8배 수준까지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코스피 레벨은 1,900p선이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주식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상장사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는 장부가치보다 20% 디스카운트(PBR 0.8배)됐을 때의 코스피 수준이 1,900p선이니 나름 의미 있는 지지선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약세장에서 PBR이 0.8배보다 더 낮아지지 말란 법은 없다. 실제로 과거 한국 증시의 약세장에서는 PBR이 0.8배 밑으로 더 떨어진 사례도 많다. 0.43배까지 떨어졌던 IMF 외환위기는 예외로 해도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하락 사이클에서 PBR이 0.8배를 크게 하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기의 순환 사이클이 매우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는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한국 경기동행지수가 나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기의 경기 순환 사이클이 매우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도 회복 탄성이 매우 약하고,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경기 하강의 골이 깊지 않아 과거에 보지 못했던 밋밋한 경기 사이클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의 투자 부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과잉투자 시대에는 경기 확장 국면이 투자의 힘으로 강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고, 과잉투자가 이뤄졌을 때는 경기 하강의 깊이가 깊어졌다.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경기가 좋을 때도 확장력이 약하고, 경기가 나쁠 때도 심각한 충격은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벌어졌던 경제 위기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기 하강의 골이 깊지 않다는 입장에서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위기론이 매우 불편하게 들릴 것이고, 반대로 회복의 탄성이 약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개선의 폭이 제한적이란 관점에서는 한국 경제의 중기 행보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기 회복 사이클이 나타나더라도 회복 탄성이 약해 한국 경제에 내재해 있는 여러 어려움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 하강이 과거와 같은 심각한 위기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런 시각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PBR 0.8배 밑으로 주가가 심하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2019년 흐름은 전약후강, 약세 국면에서의 코스피 저점은 1,900p를 크게 하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마이더스]2019년 주식시장은 ‘전약후강’4](https://img5.yna.co.kr/etc/inner/KR/2018/11/30/AKR20181130119500980_05_i_P2.jpg)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igo1@naver.com
<연합뉴스> 2018/12/02 10:30 송고 ㅡCopyright ⓒ OTOT -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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