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식품 물가 줄줄이 인상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한상균 연합뉴스 기자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국내 우유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2005년 35.1kg에서 지난해 33.1kg으로 줄었고, 현재 9만t가량의 원유가 재고로 쌓여 있다. 그러나 수요가 위축돼도 우유 가격이 오르고, 관련 식품 가격까지 덩달아 인상되자 의문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이는 원유 가격 산정을 둘러싼 우유업체와 낙농가의 갈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2013년에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이다. 우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원유 가격을 정할 때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지표 및 물가 상승률에 근거하는 게 원유가격 연동제다. 양측이 가격을 협상하면 이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식이며, 결정된 가격은 그해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적용된다. 시장 상황보다 생산비에 근거하는 이유는 낙농가 보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요가 줄어도 생산비가 늘면 가격이 오르거나, 생산량이 줄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등 제도를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다. 올해의 경우는 원유 가격이 1L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랐다. 그러자 8월에는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소비자가격을 1L당 3.6% 올렸고, 기업 간 거래 시 납품가도 10%가량 인상했다. 이어 10월에는 남양유업이 소비자가격을 4.5%가량 인상한 데 이어 기업 간 거래 시 납품가도 5% 올렸다. 삼양식품도 11월부터 소비자가격 3.9%, 기업 공급가 3.6% 인상을 단행했다. 매일유업, 연세우유, 건국유업 등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역시 자체 브랜드 우유 가격을 속속 인상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10월부터 자사 우유(1L) 가격을 약 11% 올렸고, 롯데마트는 용량별로 3~5% 인상했다. 더 주목할 점은 우유뿐 아니라 관련 식품으로 확산되는 ‘도미노’ 인상이다.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 과자, 커피, 분유,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우유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최근 우유 제품 8종의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200mL 제품은 950원에서 1천50원으로, 450mL는 1천800원에서 2천 원으로, 930mL는 2천900원에서 3천200원으로 올렸고, 가공유(900mL)는 3천 원에서 3천300원으로 모두 10%가량 인상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등도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등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며,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는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40% 올렸다. 또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을 5~8% 인상했고, 도넛 프랜차이즈 크리스피는 ‘오리지널 도넛’(12개) 가격을 1만2천 원에서 1만3천 원으로 8.3% 올렸다. 소비자들은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자신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에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가계 소득은 늘지 않는데 식품 가격이 계속 올라 장을 보기가 겁난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우유나 유제품마저 가격이 올라가니 평소에 먹던 것보다 더 싼 제품을 고르거나 아예 먹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낙농 선진국의 경우 L당 원유 가격이 400원 선으로 국산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국산 제품의 소비가 더 위축되고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도 떨어지기 쉽다. 우유업계 등에서는 이 때문에 원유가격 연동제의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내 낙농업 보호, 농가 소득 보전 등의 주장에 밀려 아직까지는 대안 마련이 요원한 상태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8/12/02 10:30 송고 ㅡCopyright ⓒ OTOT -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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