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11월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여당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협력이익공유제의 연내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당정은 자율적으로 이를 도입한 기업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법제화한 나라가 없는 데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에 이어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Q. 협력이익공유제란 A. 협력 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이 공동의 목표로 세운 매출이나 이익을 달성했을 경우 이로 인한 성과를 사전 약정대로 나누는 제도. 정부는 이를 자율적으로 도입한 대기업의 등급을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으로 나눈 후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제도 확산을 꾀할 방침이다. 비용 인정, 법인세 감면, 투자상생협력촉진 세제 가중치, 정기 실태조사 면제, 동반성장평가 우대, 공정거래협약 평가 우대 등의 혜택이 검토된다. Q. 추진 배경 A.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의 상생은 물론, 특히 중소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이익을 높일 경우 이로 이한 ‘과실’이 중소기업에도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기업에도 유리하므로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Q. 기존의 ‘성과공유제’와 다른 점 A. 일부 기업이 시행 중인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으로 인해 얻게 된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제도이며, 제조업의 하도급 관계에 적합하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절감하거나 납품 단가를 인하했을 경우, 이로 이한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성과 공유는 현금 외에 납품 물량 확대, 납품 단가 인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성과만 인정하며, 현금으로만 공유한다. 이 때문에 제조업 외의 업종이나 신산업 등에 두루 적용하기 쉽다.
Q. 대기업 입장 A. 대기업들은 이 제도가 자신들의 부담을 키우고 혁신과 이윤 추구에 대한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익이란 금리, 환율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데, 수십~수백 개에 달하는 협력 중소기업이 이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공장의 신·증설에 투자한 금액이 74억 달러(약 8조3천억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대기업들이 이 제도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대거 이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내 중소기업과 이익을 나눌 경우, 외국 협력업체가 형평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 국제적인 통상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손실이 발생했을 때 협력 중소기업과 공유하지 않으므로 불공평하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Q. 학계 등의 전문가 시각 A.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소재 대학교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76%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업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의 초과 달성인데, 이를 나눠야 한다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윤 창출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Q. 중소기업 반응 A. 중소기업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달성한 성과를 공유한다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시각이 많다.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 사업이 더 활성화되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중소기업도 많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의 20%에 불과한 데다, 이중 성과공유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꺼릴 가능성도 있어 이 경우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Q. 제도가 안착하려면 A. 외국의 경우 대·중소기업 간에 자발적으로 이익을 공유할 때도 있지만 이는 대·중소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유인이 뚜렷할 때다. 따라서 다양한 이익공유 모델의 마련과 함께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의 강도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는 성과공유라는 명목하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부당한 구조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8/12/02 10:30 송고 ㅡCopyright ⓒ OTOT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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