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우성 1차 아파트. 임헌정 연합뉴스 기자 올해 11월 초 청약에 나선 서울 서초동 우성 1차 재건축 단지. 3.3㎡당 분양가가 4천5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여서 정부의 대출 규제를 받게 돼 분양을 받으려면 적어도 10억 원의 현금이 필요했지만 1만여 명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42대 1이었고,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59㎡는 422대 1을 웃돌았다. 이를 두고 수요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서울, 특히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밖에도 최근 2년여간 청약 열기는 수도권 규제 지역에서 더 뜨거웠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직방이 금융결제원의 주택 청약 사이트 ‘아파트투유’에 공개된 2017년 1월 1일과 2018년 11월 8일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규제 지역은 11.99대 1에서 32.92대 1로 3배가량 높아졌고, 비규제 지역은 5.84대 1에서 6.96대 1로 소폭 올라갔다. 규제 지역이란 투기과열이나 청약과열 지역이란 뜻이며, 분양 조건이 까다롭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직방 관계자는 “서울이나 강남 등은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 가치가 검증된 것으로 여겨져 수요가 집중된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심리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2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더 뚜렷해졌다. 다주택자는 물론, 새로운 수요자나 투자자까지도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면서 서울 강남 등에선 한두 달 새 수억 원씩 오르는 아파트가 잇따랐다. 이런 현상은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도 과열된 주택시장을 잡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의 규제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돈이 되는’ 인기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며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 강남 아파트를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강남 불패’ 신화도 이 무렵 만들어졌다. 그러나 똘똘한 한 채는 상승기에 크게 오르는 대신, 침체기에는 더 많이 하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114가 금융 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했던 2008, 2013년의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 평균 11.12%가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수가 선호했던 서울 강남구의 낙폭이 19.04%로 가장 컸고, 이어 양천구(18.55%↓), 송파구(18.07%↓), 강동구(15.47%↓) 등 한강 이남에서 하락폭이 컸다. 반면,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중랑구(10.27%↑), 서대문구(3.31%↑), 동대문구(2.86%↑), 은평구(2.67%↑) 등 강북 지역은 가격이 꾸준히 올라갔다. 경기도에서도 서울과 인접해 투자 수요가 많았던 지역의 하락폭이 더 컸다. 용인(26.23%↓), 과천(24.8%↓), 성남(24.66%↓), 김포(22.24%↓), 고양(22.18%↓) 순으로 하락폭이 컸고, 외곽에 위치해 덜 주목받았던 포천(27.66%↑), 안성(25.11%↑), 평택(20.32%↑) 등은 상승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동성이나 저금리, 희소성 등의 요인으로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일수록 경기 민감도가 높아 가격 방어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주택시장도 서울, 특히 강남 및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일수록 과열이 두드러졌던 만큼 향후 주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경우 더 많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 값은 약 1년 2개월 만인 올해 11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이에 앞서 4주 전부터 훨씬 빨리 하락세로 돌아섰고, 하락폭도 강북보다 크다. 한편,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집값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우려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똘똘한 한 채 선호는 한마디로 서울, 강남에 집을 사고 싶다는 얘기”라며 “서울과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지를 만들어야 하며, 교육과 일자리를 함께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8/12/01 10:30 송고 ㅡCopyright ⓒ OTOT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
메인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