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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저금리로 버텼지만… 국내 기업 20%는 좀비기업

크고 작은 회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의 빌딩숲. 강민지 연합뉴스 기자

크고 작은 회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의 빌딩숲. 강민지 연합뉴스 기자

한국은행이 국내 비금융 영리 법인 65만5천524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2017년 기업경영 분석’ 결과, 지난해 좀비기업이 전체의 20.3%로 전년(20.2%)보다 소폭 늘었다. 국내 기업 10개 중 2개가 ‘좀비기업’인 셈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일 때 좀비기업으로 간주한다. 좀비란 ‘되살아난 시체’를 말한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3년 연속 이자조차 못 갚을 정도라면 자력으로 생존하기 힘들다는 뜻에서 좀비기업이라고 표현한 셈이다.

이보다 앞서 한은이 올해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는 이자를 5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 존속 좀비기업도 적지 않다. 한은이 2008~2017년 외부 감사 대상 비금융 법인 2만2천798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장기 존속 좀비기업은 942개사로 전년(907개사)보다 3.9% 늘었다.

이들 장기 존속 좀비기업은 차입금 의존도(총자산 중 차입금·사채 비중)가 59.8%로 일반 기업(22%)보다 약 3배 높고, 일반 좀비기업(40.6%)보다도 훨씬 높다. 전체 좀비기업 중 장기 존속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9%에서 지난해 30.3%까지 올라갔다.

좀비기업은 국내 상장사 중에도 다수 존재하지만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중소기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은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좀비 중소기업 수는 2천730개로 국내 외부 감사 대상 중소기업의 14.4%에 달했다. 중소기업 100곳 중 약 14곳이 좀비기업이란 뜻이다.

2010년 2천50개였던 좀비 중소기업은 2011년 2천204개, 2012년 2천336개, 2013년 2천526개, 2014년 2천694개, 2015년 2천754개로 늘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2천666개로 다소 줄었으나 2017년에 2천730개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좀비 중소기업 중엔 최근 8년간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던 경험이 2회 이상인 곳이 전체의 75.2%(2천53개)에 달한다. 한 번 좀비기업이 되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8년 내내 좀비기업이었던 곳도 329개(1.7%)다.

좀비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지금까지 정부나 채권단 등의 지원으로 파산을 피해왔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낮은 은행 이자로 대출을 받아 연명해온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가진 다른 기업으로 가야 할 사회적 자원을 좀비기업이 가로챔으로써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 긴축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경우 좀비기업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어 고용시장을 충격에 빠트리고,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율이 1% 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전체 경제의 생산성은 0.3% 포인트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좀비기업이 계속 늘면 위기 시 기업 부실이 심화되고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한편,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한 대출 관리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좀비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자금 및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9월까지 27건, 34억5천만 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이는 대상에 오른 174개 중소기업의 15.5%에 해당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좀비기업을 줄이기 위해 창업 후 단계별로 다양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창업보육기관의 관계자는 “요즘 창업과 관련해선 정부나 투자사들의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창업 후엔 알아서 하란 식이 많아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사후 지원도 강화해야 하며, 재정 외에도 교육과 혁신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8/12/01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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