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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중국 ‘인재 사냥’… 연봉 3~4배, 주거비 지원

기업들이 밀집한 중국 베이징 시내의 야경. 연합DB

기업들이 밀집한 중국 베이징 시내의 야경. 연합DB

최근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IT(정보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국내 인재를 빼가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영입할 인재의 목록을 만든 후 헤드헌터 등을 통해 접근하며,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집중 공략한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자동차, 휴대폰, 조선, 철강 등에서 ‘인재 사냥’에 나섰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차세대 성장 분야에서 이들을 통해 핵심 기술을 단숨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이 노리는 대표 분야의 하나는 자동차 배터리다. 지난해 말부터 이 업계에선 ‘핵심 인력 중 중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란 말이 나돈다. 중국 업체들은 ‘지금보다 3∼4배 많은 연봉’ ‘경력 10년이면 연봉 4억∼5억 원’ 등의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아예 공개 모집을 시도했던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경우는 광둥성에서 근무할 한국인 인재들에게 연봉 외의 성과급과 보너스 지급, 자동차 구입비와 1인 숙소 지원 등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완성차 업체 창청자동차도 대리급 기준으로 세전 1억~1억6천만 원의 연봉과 가구·가전이 완비된 아파트 지원, 숙박비·식사비·통신비·통역 지원, 중국 현지 면접 시 항공권 제공, 연차 사용 시 한·중 왕복 티켓 제공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재 확보를 위해 교묘한 편법을 동원할 때도 많다. ‘퇴직 후 2년간 경쟁사나 협력사에 취업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피해 위장 계열사까지 내세울 정도다. 국내 유명 디스플레이 회사에서 휘어지는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화면을 만들었던 A씨의 경우, 지난해 중국 업체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국내 선박회사에 먼저 취업했던 게 단적인 예다.

얼마 후 그는 중국의 LCD(액정 표시 장치) 회사에 재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이 회사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협력사였으며, 이 선박회사는 수개월 만에 폐업한 상태였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2위 업체인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본사까지 찾아와 해당 인재를 설득하는 일도 있다. 그 결과 중국 반도체 업체 허페이창신은 최근 2년간 50여 명의 한국 인재를 빼간 것으로 짐작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분야는 핵심 인력이 50명만 있어도 제조 공정이 크게 단축돼 경쟁력이 향상된다.

VR(가상현실) 분야에서도 엔지니어 등에게 현재 연봉의 3배가량을 제시하고 있어 인재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한국은 VR 콘텐츠 분야에서 중국보다 1년쯤 앞서 있지만 인재가 계속 중국으로 빠져나갈 경우 순식간에 역전될 수도 있다.

AI(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의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국내 학계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수억 원의 연봉과 연구비 지원, 종신 교수직 등 뿌리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시대에 인재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미래 핵심 산업에서 인재가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면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게임만 해도 중국이 국내 인재들을 빼간 결과, 최근 출시되는 중국산 게임은 여러모로 한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인재 유출을 경계하는 회사가 늘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퇴직자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2년 전직 금지’로 소송을 걸어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패소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는 물론이고, 이들이 국내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 후 국내 기업과 연계된 사업 아이템을 제공하거나 대기업 퇴직 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등 인재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 2018/12/01 10: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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