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현재 오토바이 대부분은 저속차량이 아닌데도 우측 차로만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초 목적인 원활한 교통 흐름에 저해가 될 뿐 아니라 라이더의 생명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을 지키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실제로 지난 추석을 앞두고 3차로를 주행하던 오토바이가 덤프트럭에 들이받혀 운전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는데요.
오토바이는 대형 차량으로 인해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렵고, 대형차도 오토바이가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보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경찰청은 지난 2016년 '지정차로제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대형차와 이륜차를 도로에서 분리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일본과 영국, 호주 등 국가가 오토바이의 안쪽 차로 사용을 막고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라이더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인 이호영 변호사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위협·난폭 운전을 하면 그 개인을 처벌하면 될 사안"이라며 "높은 치사율을 문제 삼는다면 더더군다나 트럭 등과 함께 운행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찰 측은 오토바이의 상위차로 통행이 시기상조라는 입장.
조재형 경찰청 교통운영계장은 "지난 2017년 지정차로제를 고칠 당시 일부 이륜자동차의 상위차로 통행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아직 이륜차 운전행태가 개선되지 않았고 일반 승용차 운전자의 우려가 높아 이 문제가 나아진 뒤에 검토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배기량 260㏄를 넘는 대형오토바이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이 역시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의 나쁜 운전 습관과 낮은 교통질서 의식, 교통사고 시 높은 치사율이 걸림돌로 지목돼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오토바이 지정차로를 완전히 없애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토바이가 차도뿐 아니라 횡단보도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다니고 있기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자만큼 다른 자동차도 상당한 두려움을 느낀다"며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자정 기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도로를 구분해 지정차로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호등이 많은 시내 도로에선 지정차로제를 유지하고, 국도는 지정차로제를 폐지하는 게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는데요.
지난 1970년 처음 도입된 이후 폐지와 재도입 등 과정을 거치며 변화해온 지정차로제.
오토바이뿐 아니라 모든 차량이 안전하게 도로를 다닐 수 있도록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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