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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한여름 허해진 몸, 더덕장어구이로 보양
(남원=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여행하면서 습관처럼 그 지역의 맛집을 검색한다. 나름 노하우가 하나 생겼다면, 20년 전통, 또는 30년 전통이란 단어를 함께 넣어 검색하는 것이다.

전북 남원을 다니던 중에 얻어걸린 곳이 한 곳 있었는데 40년 전통의 남원 맛집 해용집이었다.

유난히 습하고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간 뒤라 한여름 허해진 내 몸을 생각한다면 남원의 더덕장어구이가 적당할 듯싶었다.

보양식의 대표 메뉴인 장어에 생 더덕을 올렸다니 더할 나위 없었다. 식당은 남원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국도상에 있었다.

시내에서 장수군 쪽으로 10분가량 달리면 더덕장어요리집 여러 곳이 눈에 띈다. 도심의 번잡한 맛집이 아니라 더욱더 반가웠다.

일대에는 모두 4곳의 더덕장어구이 집이 성업 중이었다.

더덕장어구이 [사진/성연재 기자]

더덕장어구이 [사진/성연재 기자]

장어의 본고장도 아닌 남원에 장어요리 전문점 여러 곳이 수십 년에 걸쳐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니, 더욱 믿음이 갔다.

실력이 없으면 시내도 아닌 변두리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가게 문을 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한 곳인 해용집을 선택했다.

이곳은 주인 박정옥 씨가 친정어머니로부터 노하우를 받아 40년째 영업해 온 곳이다.

박씨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도와 일해오며 기술을 익혔다.

박씨의 어머니가 식당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17년 전 일이다. 장어는 국내산을 쓴다.

박씨에 따르면 장어는 크기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누는데 해용집은 4번째 크기의 장어를 쓴다.

가격이 비싸지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용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어보다 더덕이다.

더덕은 반드시 제주산을 고집한다. 제주산 더덕의 장점은 일단 살결이 뽀얗고 고소하다. 크기도 육지 산에 비해 크다.

더덕장어구이 밥상 [사진/성연재 기자]

더덕장어구이 밥상 [사진/성연재 기자]

◇ 힘든 조리 과정 끝에 탄생하는 더덕장어구이

박씨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 조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파란 프로판 가스 불이 돌판을 달구니 지켜보던 필자도 땀이 줄줄 흐른다.

돌판이 달기 시작하자 장어 조각이 골고루 익도록 하나씩 뒤집어준다.

그러기를 수차례, 마침내 양념이 충분히 배었다 싶을 정도가 돼 가스 불을 껐다.

이 과정이 20여 분 걸린다. 조금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 이런 과정을 지켜보니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 박정옥 씨가 소스를 부어가며 조리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주인 박정옥 씨가 소스를 부어가며 조리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주문 자판기 등을 도입해 경비를 줄이려는 요식업체들도 늘고 있지만, 이처럼 사람 손으로 일일이 조리하는 과정은 기계가 대신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어를 넣고 졸이는 데 쓰이는 특제 고추장 소스는 이 집만의 노하우가 들어가 있는 부분이다.

더덕을 우려낸 물을 거르고 숙성시켜 고추장 소스를 만든다고 했다. 처음 장어집을 개설할 때 동네 주민들끼리 소통하며 노하우도 함께 개발하며 명성을 얻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2대째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스 등은 자체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빨리 밥상을 받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30여 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성싶다.

◇ 가마솥밥에 더덕장어구이…순식간에 입으로

더덕장어구이는 깻잎에 싸 먹으면 깔끔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성연재 기자]

더덕장어구이는 깻잎에 싸 먹으면 깔끔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성연재 기자]

긴 기다림 끝에 밥상이 차려졌다. 밥은 또 잘 익힌 가마솥밥이다.

가마솥밥은 꼬들꼬들하게 눌어붙은 가장자리를 긁을 때가 제일 기대가 된다.

밥을 퍼담은 뒤 숟가락에 묻은 누룽지를 입으로 한번 쓱 하고 가져다 맛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밥 한 숟가락을 뜬 뒤 그 위에 장어와 더덕을 얹어 입으로 가져갔다. 고추장 양념이 잘 밴 기름진 장어와 깔끔한 더덕이 기름진 가마솥 밥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기름기 자르르한 돌솥밥 [사진/성연재 기자]

기름기 자르르한 돌솥밥 [사진/성연재 기자]

깻잎에 싸 먹으라는 권유에 그리 해보니 깔끔한 깻잎과도 잘 어울린다. 허겁지겁 먹다 보니 끝이 보인다. 너무 아쉽다.

그때 주인장이 한마디 한다. "볶음밥을 해드릴까요?" 눈이 번쩍 뜨인다. 약간 남은 밥과 장어와 더덕을 볶아 다시 내주는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주인과 몇 마디를 더 나눴다. 일본 도쿄 아사쿠사에서 먹은 장어요릿집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귀 기울여 의견을 듣는 주인장의 태도에 한술 더 떠서 살짝 오버를 했다.

요즘 1인 여행자들이 늘고 있으니 장어 덮밥 같은 1인용 메뉴도 개발해 볼 것과 1인용 테이블을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주인장은 흔쾌히 고민해보겠다고 답변을 했다. 다음번 방문 시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지 기대가 된다.

이곳은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정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 박씨는 더덕장어구이를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과 가치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준다고 자랑한다.

조리 시간이 길어 미리 전화로 주문하는 것이 편하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 2019/09/09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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