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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OT 오티오티 법은 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을 압도하지 않게 하려고 만들어진 겁니다.

법은 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을 압도하지 않게 하려고 만들어진 겁니다.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김상근(52) 연세대 신학대학 교수는 신학자이지만 (인문학자) 로 더 유명하다.

미국 유학 시절 16세기 서양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빠져들었다. 이후 경영학과 교수인 아내와 함께 출간한 ‘르네상스 창조경영’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문학자로 부각됐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 지원 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를 열고 운영한 인물이기도 하다. 플라톤이 기원전 387년 아테네 근교에 세운 철학학원인 ‘아카데메이아’의 정신을 계승해 인문학을 연구하고, 대중 강연이나 출판물을 통해 인문학을 확산시켜 왔다.

김 교수는 특히 그리스 역사와 신화 속의 지도자나 리더에 주목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포리아’(Aporia,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란 뜻)의 시대에 리더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왔는지를 통해 지금 우리의 문제를 접목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상근 교수를 만나 인문학과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학자지만 인문학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비롯됐습니까.

미국 유학 때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로 중국에 가서 한문 천주교 교리서인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지은 마테오 리치(1552~1610)라는 인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이탈리아를 떠나 중국으로 가게 된 동기가 있을 것 아닙니까. 16세기를 이해해야 했죠. 그래서 르네상스를 공부하게 됐어요.

한국에 들어와 신학자로서 논문도 많이 쓰고 책도 여러 권 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 책을 읽지 않는 거예요. 극심한 회의가 들었죠. “도대체 뭐를 위해서 교수가 됐고 학자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반성을 했죠. 제 생각과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 사람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주고, 좌절한 이에게 용기를 주는 인문학적 성찰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창조경영’이 사회적인 화두가 됐는데 ‘도대체 그것이 뭘까’를 고민했죠. 미켈란젤로, 엘 그레코 등 르네상스 거장들은 왜 창조적이었을까를 살펴보게 됐어요. 그리고 경영학과 교수인 아내(최선미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르네상스 창조경영’이란 책을 썼어요. 사실 재미로 썼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은 거예요. 이 책으로 우수학술상을 받고 강연 요청이 많아졌고 그렇게 인문학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플라톤 아카데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어느 날 모 그룹 회장이 만나자고 했어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더라고요. 진짜 좋은 의도로 공부를 같이하게 됐죠. 그 사람 회사에 직원이 수만 명이니까 그 사람을 바꾸면 참 좋은 세상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최소한 그 회사 직원이라도 행복하겠다 싶었어요.

15~16세기에 피렌체공화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았던 가문으로 학문과 예술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갔는지를 알려줬죠. 같이 유럽에 가서 돌아보며 많은 토론을 했어요. 그리고 큰 도움이 됐다며 인문학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플라톤 아카데미’입니다.

지난 5년간 ‘플라톤 아카데미’를 진짜 열심히 운영했어요. 그런데 이제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제가 계속하면 더 발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 최근 그만뒀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문학적인 생각이나 인문학적인 통찰을 확산시키는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겠죠.

기본적으로 인문학은 공공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문학을 사유화하면 굉장히 위험해지죠. 인문학은 인간을 보는 거잖아요. 누군가가 지위를 이용해 인간을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세상을 몰아간다면 굉장히 위험해져요. 인간을 조작할 수 있고,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도 있는 거죠. 인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죠. 그런 지혜는 당연히 대중과 함께 나눠야죠.

우리 문제의 해결책을 그리스 역사나 고전에서 찾는 이유는 뭔가요.

역사는 유비(類比)적 상상을 통해서 자신의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시대를 돌아보면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됩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 시대는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복잡하잖아요. 예측하기가 굉장히 불가능해졌죠. 요즘 인문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기원전 5세기 그리스를 왜 주목했느냐. 당시 그리스는 대한민국 20~21세기와 거의 흡사해요. 기원전 492년부터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수차례 공격했는데 아테네는 그 위기를 겨우 극복하죠. 그런데 이어서 동족 간의 비극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나요. 그런 다음에는 내부의 분열이 일어나서 소크라테스가 죽게 되죠.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보냈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겪었어요. 그런 이후 지금까지 국민이 분열돼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사건이 아테네에서 일어났던 거예요. 이럴 때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통해 유비적 상상을 해보고 반성하게 되죠.

사진/전수영 기자

신간 ‘군주의 거울’에서 보면 리더를 굉장히 강조합니다.

군주의 거울은 우리나라에서 저평가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문학 공부 방식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편교육이 시작되면서 엘리트 교육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필요하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은 처음부터 훈련의 방식이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8세기부터 왕자를 대상으로 군주의 거울이라는 교육을 했어요. 군주의 거울은 바로 고전을 공부하는 거예요. 특히 위기가 닥쳤을 때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의 행적을 공부하는 거예요. 그래서 리더가 위기가 닥치면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를 보면 통치의 기술이 없어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죠. 민주시민이 되는 것은 가르치지만, 지도자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은 하지 않죠.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총체적인 리더십의 부재입니다. ‘군주의 거울’은 그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다. 리더십 부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유비적 상상력으로 고대 그리스로 가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리더 교육의 대상은 누구이고, 누가 해야 합니까.

대상은 특정되지 않았고 가르칠 사람은 없는 상태죠.

그런데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반드시 누군가가 가르치고 누군가는 배워야 하죠. 원래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하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이 자꾸 글로벌화를 강조하면서 이상하게 흘러가 버렸어요. 교수는 논문을 쓰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학생은 취직을 위한 공부만 하고 있어요. 취업하려면 점수를 잘 받아야 하니까 학점 잘 주는 교수한테만 가고 있는 실정이죠.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를 준비시켜야 할 대학이 지금 전문화되고 속물화되면서 원래 기능을 잃어버린 거죠.

이런 현실에 희망은 있을까요.

뛰어난 인재들이 취직에나 목매면서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살면 나중에는 나라가 아주 험악해져요. 실제 그런 세상이 눈앞에 닥치고 있어요. 그냥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겠죠.

얼마 전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출석확인·상대평가·시험감독을 없애는 3무(無)정책을 내놨는데 저는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도대체 엘리트가 뭐냐’에 대한 생각을 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정직함을 먼저 가르쳐야지 취직하는 법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거죠. 정직하게 살고, 법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대학이어야 하죠. 이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리더는 어떠해야 할까요.

가장 바람직한 민주사회는 모든 사람이 군주로 사는 겁니다.

노예처럼 살지 말자는 거예요. 주체적 인간으로 자유롭게 살고, 남을 위해 사는 인간이 되자는 거죠. 지금 한국인은 대부분 노예가 되어 살고 있어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어떤 의무감에서 해야 하는 일, 행복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죠. 자기를 성찰하고 극복해나가야 하죠.

리더는 군주처럼 행동하는 그런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두 군주가 되고, 리더는 더욱 남을 위해 살아야 하죠. 지금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상실되고 있어요. 이런 시기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 ‘군주의 거울’을 쓰게 됐어요.

그렇다면 국민은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요.

국민은 리더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투표이건, 행정 참여건, 봉사이건 “바람직한 리더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단순히 권력을 잡는 사람이 리더라고만 여긴다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국민이 바람직한 리더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면 함부로 하지 못하겠죠.

예를 들어 “국민은 개·돼지”라고 했던 그 사람은 굉장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떤 게 리더라는 것을 모르는 거죠. 지금 사람들은 고위 공직자가 단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감정적으로 문제를 대하고 있죠. 하지만 진짜 리더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어요.

우리 국민의 책임도 큽니다. 한 지역에서는 이 당만 뽑고, 다른 지역에서는 저 당만 뽑아준다면 좋은 리더가 될 필요가 없겠죠. 이런 무책임한 행동이 자신에게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리더 교육은 리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를 아포리아의 상태로 진단하셨습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어느 시대나 아포리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나 모든 국가가 아포리아를 극복한 것은 아닙니다. 나라가 망하기도 했습니다. 아테네도 그렇게 훌륭한 현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공부해야 할 것은 그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는 거죠. 물론 공부를 해도 이집트, 아테네, 로마처럼 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망하면 안 되죠. 우리가 지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망했던 시대, 번성했던 시대를 공부해야 합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악한 인간이 선한 인간보다 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한 인간은 늘 당하거나 손해 보고 살아야 합니까.

그래야 할 겁니다. 그게 현실이죠. 선한 사람은 악한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어요.

내가 힘든 모습을 봐도 악한 사람은 절대로 힘들지 않아요. 그런데 선한 사람은 착해서 악한 사람이 괴롭히면 어떻게 할지를 몰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악함과 선함은 상대적이라는 거죠.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 사이에서 감독하는 사람이 잘 봐야 하는 거죠. 그게 바로 法 법 입니다.

法 법은 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을 압도하지 않게 하려고 만들어진 겁니다.

法 법을 만드는 일과 준법정신이 중요한 이유죠.

그런데 역사를 보면 늘 악한 자가 승리했어요. 물론 악한 자가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지도자는 바로 공정한 법으로 악한 사람으로부터 선한 사람을 보호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들어 선한 사람을 압제하는 리더도 더러 있죠. 국민이 모두 군주가 되어 주체적으로 살면서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인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인들에게 했던 비판이 지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소크라테스는 제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3년간 포티다이아 전투에 보병으로 참전한 적이 있어요.

전투가 장기화하며 성안에 갇힌 포티다이아인들이 식량이 떨어지자 인육을 먹는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되죠. 큰 충격을 받았죠. 이전에는 탁월함(최고 상태)이라는 게 용감하게 싸워서 남을 이기는 것이나 신체적인 아름다움으로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약자를 보호하고, 지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에요.

전쟁이 끝나고 아테네로 돌아온 소크라테스는 절제하고 헌신하며 정의를 실현하고 지혜를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되죠.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아테네인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질타합니다. 당시 아테네는 굉장히 부유했어요. 남자들은 운동해서 몸을 만들고, 여자들은 화장하고 미를 뽐냈죠. 외모지상주의였어요. 지금 우리나라도 똑같잖아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어요.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인에게 했던 질타를 지금 우리가 받아야 하죠.

인간은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합니까.

철학자들이 이미 정의했듯이 ‘행복’, 바로 ‘행복한 삶’입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하죠.

인문학은 행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잘됐을 때 기고만장하지 말고, 잘못됐을 때 기죽지 말라고 하죠.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족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항상 성찰해야 하는 거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지 말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해요. 우리 공동체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를 고민해야 하죠. 혼자만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거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 그것이 진짜 행복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졸업생들을 수십 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어요.

졸업자들이 이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본 거죠. 재벌이 된 사람, 유명해진 사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자살한 사람 등 많았겠죠. 결론은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이 가장 행복하게 살더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할 때 그게 가장 행복하다는 거죠.

많은 이들이 삶에 불만족스러워합니다.

제가 강의를 많이 하는 편인데 사람들이 지치지 않느냐고 물어봐요.

지치지 않습니다. 만약 저의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이 바뀐다고 하면 신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왜 피곤하겠어요.

저는 제가 잘하는 것,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같아요.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하고, 하나라도 벗어나면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싫으면 그만둬야죠. 천 년 만 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불행하게 사느냐는 거예요. 욕망을 줄이면 돼요. 원하는 삶을 위해 손해 볼 각오를 해야죠.

물론 사회 시스템도 문제가 있습니다. 체계에 문제가 있으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죠. 만약 평일에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이 이 생활을 싫어하는데 그만둘 수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바뀌어야죠. 용기를 내서 회사를 바꿔야겠죠.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세상이 개선되는 겁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에 너의 인생의 가치를 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전수영 기자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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