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볼펜 단서로 노트북 찾아줘…우리는 탐정"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우리 직원이 볼펜 하나를 단서로 노트북을 주인에게 찾아준 적이 있습니다. 볼펜에 적힌 회사 이름을 추리해서 노트북이 들어 있는 가방을 분실자에게 인도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유실물센터 장세민 센터장은 이렇게 말하며 직원들을 '탐정'이라고 소개했다. 지하철 유실물센터에서는 단순히 유실물을 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주인을 '수배'해 올바르게 인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지갑 속 카드사에 연락해 주인과 중계하거나 사원증에 나와 있는 회사 인사과에 문의하는 식이다. 충무로유실물센터 안내 데스크에서는 두 명의 직원이 쉴 새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분실자의 문의 전화를 받는 한편 확보한 유실물의 주인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작년 기준 매일 7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에서 일평균 접수되는 유실물은 약 418건. 이중 주인에게 인계되는 유실물은 하루에 약 237개다. 서울교통공사는 유실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역 4곳에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2호선은 시청역, 3·4호선은 충무로역, 5·8호선은 왕십리역, 6·7호선은 태릉입구역에서 관리한다. 유실물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역은 각 호선의 종착역이다. 4호선 불암산역(7천391건), 5호선 방화역(5천249건), 3호선 오금역(4천345건) 순으로 유실물이 많았다. 센터를 찾는 이용자가 많은 날은 월요일로, 출퇴근 시간이나 공휴일 다음 날처럼 이용객이 많을 때 유실물이 많은 편이다. 유실물 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고 주말·공휴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다만 주인이 확인된 유실물은 센터 운영 이외 시간에도 물품보관함을 통해 찾아갈 수 있다. 
같은 날 방문한 왕십리유실물센터에는 눈 온 뒤라 그런지 한쪽에 우산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주인을 기다리는 여행 캐리어도 열댓개 있었다. 또 다른 쪽엔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할 물품들이 정리돼 있었다. 서은영 왕십리유실물센터장은 "유실물법에 따라 6개월간은 유실자, 3개월간은 습득자 권한 기간"이라면서 "그 이후에는 의류같이 기부할 수 있는 물품은 사회 기관에 양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실물 습득자는 일반 시민과 역사 직원 등 크게 둘로 나뉜다. 청소 노동자가 역사에서 유실물을 발견하거나 종착역 역무원이 열차 내 유실물을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2호선은 순환열차다 보니 실시간 수거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시청역에서 3년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시청역 직원들은 직접 지하철을 돌며 유실물 수거 업무를 해서 가장 바쁜 센터로 꼽힌다"고 말했다. 
여러 역에서 발견된 유실물이 정해진 요일에 센터로 이관되면 종류에 따라 경찰서로 넘길 유실물을 정한다. 5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킨 유실물은 지갑이다. 휴대전화, 의류, 가방, 귀중품 등이 뒤를 잇는다. 최근에는 '백꾸'(가방 꾸미기) 열풍 때문에 인형 열쇠고리가 유실물 센터에서 따로 보관해야 할 정도로 접수량이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성수역에서는 포장이 뜯어진 라면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팝업스토어에서 구매한 K-푸드 속 '아이돌 포토카드'만 가져가고 정작 포장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은 그대로 유실물로 접수되는 경우다. 마네킹, 가발, 무당 용품 등 이색 유실물이 있는가 하면 시청유실물센터에서는 새장에서 탈출한 새를 수색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 새는 결국 찾지 못했다. 현금이나 전자기기, 무선 이어폰 같은 귀중품과 신분증은 7일 이내로 경찰서에 넘어간다. 센터에서는 유실물을 일일이 촬영해 경찰청 유실물 포털 사이트인 'lost112'(www.lost112.go.kr)에 등록한다. 잃어버린 물건은 이 사이트로 접속해 날짜와 물품 유형을 검색해서 찾아보면 된다. 다만 센터가 사진을 등록하지 않기도 하는데, 유실물의 특징이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다. 장 센터장은 "지갑 같은 경우 사진을 찍지 않고 브랜드 같은 기본적인 내용만 등록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본인 확인시 물품의 특징을 물어보기 때문에 혹시라도 부정 수령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호선이라도 구간별로 소관 처가 다른 점은 유실물 센터의 고충으로 꼽힌다. 시청 유실물센터는 서울교통공사 소관인 서울역~청량리 구간만 관리하고, 3호선에서는 삼송~대화 구간이 코레일 소관이다. 4호선은 더 복잡하다. 진접~별내는 남양주 도시공사, 당고개~남태령은 서울교통공사, 선바위~오이도는 코레일 소관이다 보니 어디에서 유실물이 발견되느냐에 따라 이관되는 장소가 달라진다. 장 센터장은 "유실물 양은 점점 늘어나는데 유실물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교통공사가 유일하다"면서 "고객이 이용한 구간에 유실물이 있다고 생각해 센터에 전화를 주시지만 소관처가 달라 다른 곳에 문의하라고 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점유이탈하지 않아야 한다는 유실물법에 대해 아는 시민이 많아서 발견한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 전화로 신고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일의 보람은 역시 고객들의 웃는 얼굴이다. 장 센터장은 "물건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 전가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 속상할 때가 있지만, 누구든지 실수로 물건을 잃어버릴 수 있고 그것을 찾아준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 센터장은 "토요일에 출국해야 하는 고객이 계셔서 주말임데도 여권을 찾아드린 적이 있다"면서 "유실물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kuun@yna.co.kr ㅡ[연합뉴스]ㅡ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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