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격언이다. 좋은 질문은 당연한 것에도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는 데서 출발한다. 진정 쓸모 있는 정보를 얻으려면 머릿속의 선입관과 기존 인지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질문해야 한다.
그러려면 세상에 질문하고 자신에게도 질문해야 한다. 당연시하던 생각과 과정에 의문을 품는 질문, 필자는 이를 '아포리아적 질문'이라고 규정한다.
'아포리아'란 전혀 해결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을 뜻하는 철학 용어다. 모순이나 해결하기 불가능한 역설 상태를 일컫기도 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본디 뜻은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일에 갑자기 의심을 품고 질문하면 스스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마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에 부닥친 상황과 흡사하다. 다른 사람의 질문이든, 스스로가 한 질문이든 기존 상식을 깨는 상황에서 우리는 막다른 골목을 마주친다. 아포리아적 질문은 이런 혼란과 막막함이 수반되는 근원적 의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를 아포리아에 빠뜨려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내 의견에 논리적 모순이 있거나, 내 전제가 잘못됐다고 자각하는 시점에서 당연함에 질문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포리아에 의한 놀라움의 발견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은 대화에서 로고스(인간의 이성, 사유, 정신)의 전개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기는 난관을 아포리아라고 명명했다.
플라톤은 아포리아 상태인 자는 질문 속에 놓이게 되고,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에서 전체와 관계를 맺어간다고 설명했다. 즉, 기존 상식과 통념에 의문을 품었을 때 질문이 나온다는 얘기다.
당연함을 의심해 새로운 것을 얻게 된 역사적 질문들은 무엇일까? 인류 최초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인공지능 챗GPT가 내놓은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기록이 없으므로 인류 최초의 질문은 알 수 없다. 다만 현대 인류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인간의 질문과 탐구의 본능이 인류 초기부터 발현된 것으로 추론한다.
인류 초기에는 주변 환경을 이해하려는 욕구, 자연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것이다. 주변 세계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지속적으로 세계를 탐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최초의 질문은 아마도 "왜?" "어떻게?" 같은 기본적 물음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시작된 질문들은 인간의 탐구 본능의 일부로서 지식을 얻고 이해를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됐다. 따라서 질문의 역사에는 지성과 탐구 정신의 근본적 특징이 반영돼있다."
역시 인공지능도 기록이 없는 자료에 대한 답은 내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주 오래된 기록인 성경에서 최초의 질문은 뭘까. 바로 뱀이 하와에게 한 질문이다.
창세기 3장 1절을 보면 뱀이 에덴동산에 있는 하와에게 "정녕 (하느님이)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하시더냐"고 질문한다. 하와는 당황했을 것이다. 하느님의 먹지 말라는 명령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뱀이 던진 당연한 질문 하나가 마음을 흔들었고, 결국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은 제쳐두고, 어찌 됐든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기록이 남아있는 최초의 아포리아적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론의 창시자 르네 데카르트는 신 중심의 중세시대에서 이성이 지배하는 근세시대를 연 철학자다.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유명한데, 합리론이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는 첫 여정은 당연시하던 전제들에 대한 의심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바로 내가 의심하고 있는 지금'이다.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존재를 입증하며, 인간의 이성과 사고 능력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합리론의 기본철학이다.
아이작 뉴턴 역시 "왜 사과는 옆으로 떨어지지 않고 밑으로 떨어질까"라는 아포리아적 질문으로 중력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구가 아닌 태양 중심인 지동설을 주장하게 된 것도 그 시대의 전제인 천동설에 의심을 품고 당연함에 질문했기 때문이다.
다만, 석학을 만나 당연한 것을 집요하게 질문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은 마음 편하게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다. 특히 호기심을 갖고 당연함에 질문하는 연습을 하기에 적합하다.
독서를 논할 때 'Read between lines', 자간을 읽으라는 표현이 있다. 질문도 마찬가지다. 우선 'Question on the line', 사안과 보이는 현상에 관해 물어야 한다.
나아가 Question between lines,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숨어있는 뜻이나 의도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Question beyond line이다. 선을 넘는 질문과 현상을 뛰어넘는 창의적 질문, 즉 당연함에 질문하는 단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무지가 드러날까 봐, 혹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 당연함에 질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는 당연함에 질문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어리석은 침묵만 있을 뿐이다. 2025.10.14
김은성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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