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갤러리 - 김경주 '세로에 대한 이해'
Vertical은 '수직' '세로'란 뜻이지만 어원을 보면 '전환'(Change)이란 뜻도 있다. 세상을 가로, 수평(horizon)의 개념으로 보다가 일으켜 세운다는 것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행위이며, 떨어질 수 있다는 위태로움을 전제로 한다.
인생이 평탄한 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시간에 따른 성장을 강요받으며,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때도 많다. 이런 과정에서 때론 상처도 생긴다.
수직의 긴장과 그 틈으로 보는 화면의 미학에 주목한다. 수직의 원리를 이해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가령 영화 '파피용'의 절벽 추락, 즉 세로 장면은 실패·죽음보다 자유·탈출을 의미한다. 이처럼 때론 모든 걸 내려놓음으로써 상승을 노린다. 가로에 세로를 덧대면 가로를 더 평온한 본능, 혹은 꿈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세로의 원리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방법을 구사한다. 화폭 위에서 흘러내린 먹물이 종이의 결과 만나 흩어지고 모이는 형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땅 위에 선 나무들을 단단하고 거친 화풍으로 담기도 한다. 원근을 무시함으로써 세로를 부각시키고, 가로의 풍경과 충돌시키기도 한다.
계절도 세로의 힘으로 읽고, 원형의 소용돌이도 그 중심을 향한 세로선들의 지향으로 이해한다. 이를 통해 혼란을 극복한다. 이 또한 중심이 있는 삶이라고 믿는다. 
ㅡ[연합뉴스]ㅡ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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