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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공기업 퇴직후 아파트경비 취업…아내가 도시락 싸주며 좋아해"

[삶] "공기업 퇴직후 아파트경비 취업…아내가 도시락 싸주며 좋아해"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강창희 대표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그는 신의 직장이라는 유명 공기업을 퇴직한 사람이었다. 30여년간 일만 하고 살았으니 이제는 한껏 놀아보자는 생각에 재취업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3∼4년을 보냈더니 쉬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됐다. 그는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판단해 재취업을 시도한 끝에 몹시 어렵게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얻었다. 아내는 출근하는 남편에게 도시락을 싸주면서 너무 좋아했다"

강창희(77) 행복100세자산관련구회 대표가 전한 한 지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지난달 16일과 29일 연합뉴스와 두차례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정년퇴직 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노후에는 건강, 돈, 외로움이라는 3가지 문제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생활비가 충분하더라도 일거리가 없으면 힘든 삶을 산다"고 했다.

강 대표는 "사회적으로 재취업 일자리에 대한 품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을 허드렛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아파트관리인으로 격을 높여서 지역사회 정보를 전달해주고,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프로페셔널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난 강 대표는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한국증권거래소, 대우증권에서 일했다. 1998년에는 현대투자신탁운용 사장, 2000년에는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이 됐고, 그 이후에는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지냈다. 제도권 금융에서 50년간 일한 그는 지난해부터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로서 노후 준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서울사대부고 3학년 시절의 강창희 대표

-- 고향은 어디인가.

▲ 전북 완주군 초포면에서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나중에는 전주시로 편입된 곳이다. 이곳에 2∼3살 때까지 살다가 외갓집 근처인 삼례로 이사를 했다. 아버지는 땅이 별로 없는 빈농이었다. 성격도 농사짓는 데는 적합하지 않은 분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아침에 우리 집에 와서는 잠자는 아버지를 깨우곤 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농민으로서는 게으른 분이었다.

-- 아버지는 가정의 생계를 어떻게 이어갔나.

▲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은 강원도 철원군 신서면 대광리로 이사 가셨다. 지금은 신서면 대광리가 경기도 연천군에 편입돼 있다. 그곳으로 이사한 것은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격상 농사는 틀린 것 같으니 군인을 상대로 장사를 해보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그곳에서 아이스께끼를 만들어 파는 장사를 하셨다. 그다음에는 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양화점을 하시다가 한식당으로 전환했다. 식당은 잘 됐다. 곰탕과 냉면을 팔았고, 비빔밥도 내놨다. 그런데 군부대가 그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식당을 그만둬야 했다. 아버지는 서울로 오셔서 행상 등을 하셨지만 역시 잘 안됐다. 아버지는 50대 중반이 돼서는 일을 안 하시고 술로 시간을 보내시곤 했다.

서울사대부고 2학년 시절의 강창희 대표(맨 앞)

-- 본인은 철원에서 학교에 다녔나,

▲ 나는 외갓집에 남아 그 지역의 삼례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철원 대광리 근처에는 마땅한 초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철원으로 갔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군산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다. 외숙부가 군산의 여자상업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외숙부 집에서 중학교에 다녔다. 그다음에는 서울 사대부고로 진학했다. 그때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이 잘 돼서 집에 여유가 있었기에 자취를 할 수 있었다.

--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한데.

▲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는 철원의 부모님 집에 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삼례에서 철원까지 먼 길을 혼자 다녔다. 그 길이 복잡했다. 오후 9시에 여수발 급행열차를 삼례에서 타고는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거기서 전차를 타고 청량리에 가서는 경원선 열차를 타고 철원 대광리에 도착했다.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생이 미국 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내 자립심과 도전 의식은 그때 생겼다. 당시에 우리 반 아이 60명 중에 기차를 타본 사람은 3∼4명 정도에 불과했다. 나는 그때 나름대로 개명(開明) 한 사람이었다.

-- 아이들이 본인을 부러워했나.

▲ 철원지역에는 군인에게 주는 건빵도 많았는데, 나는 그걸 사서 삼례마을에 와서는 아이들한테 자랑하곤 했다.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었다. 삼례역에서 외할머니 집까지는 십 리 길이었는데, 나는 걸어오면서 많이 울었던 생각이 난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려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옛 삼례역 모습

-- 서울대 농경제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 내 실력이 농대에 갈 정도밖에 안 됐다. 내가 농촌 출신이니 농업경제학을 공부해서 교수가 돼보겠다는 생각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나는 결국 휴학을 하고는 군대로 도피했다.

-- 대학 졸업 후 증권거래소를 거쳐 대우증권에 들어갔는데.

▲ 복학 후 졸업 무렵에 한국증권거래소가 직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응시를 했다. 당시 남덕우 재무부 장관이 자본시장 육성에 나섰던 시절이어서 증권거래소가 처음으로 대졸자 공채를 했다. 다행히 나는 좋은 성적으로 붙었다. 내가 한번 생각해봤던 주제가 논문 시험으로 출제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절에는 일본 동경증권거래소로 연수를 간 것이 나한테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일본통'이 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나는 증권거래소를 4년 정도 다니다 대우증권으로 옮겼다. 어머니의 빚을 갚을 목돈(퇴직금)이 필요한 데다 거래소에 있으면 개인적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돼 직장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증권거래소에는 출근한 뒤 앉아서 신문만 보다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 그 많은 증권사 가운데 왜 대우증권을 선택했나.

▲ 그때 경력직을 뽑았던 곳이 그 증권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경력직 대리로 대우증권에 입사해 해외조사과에 근무했다. 조사부 과장으로 승진한 나는 1980년에 또 한 번 일본에 갈 기회가 생겼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민심 수습책 가운데 하나로 국제화를 외치면서 자본시장 개방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일본 증권사에서 한 달간 연수를 했고, 내친김에 일본의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회사 측에 1년 휴직을 신청했다.

도쿄증권거래소 모습

-- 휴직 신청이 받아들여졌나.

▲ 아니다. 회사 측은 월급을 줄 테니 휴직하지 말고 일본 대학교에 가서 공부하라고 했다. 회사는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자본시장 개방 계획을 미리 알고 사람을 선제적으로 공부시켰다고 선전하고자 했다. 이후에 나는 일본 주재원, 동경사무소 소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모두 8년 3개월이나 일본에서 근무했다.

-- 일본에서 무슨 일을 했나.

▲ 당시 대우증권 동경사무소는 국내 증권사로는 1호 해외사무소였다. 그때는 일본을 배우자는 열풍이 강하게 불었던 시절이었다. 한국의 재무부는 수시로 자료를 보내라고 했다. 나한테 일본 증권회사 창구의 높이가 몇m인지 파악해 보내라고 할 정도였다. 이러니 당시 한국증권거래소의 업무규정은 일본 동경증권거래소 업무규정을 베낀 수준이었다. 한국의 증권업계도 나에게 많은 일을 시켰다. 나는 일본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 증권업계 간부들 통역도 해야 했다. 내가 대우증권 직원인지, 협회 사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 일본통으로 알려진 계기는.

▲ 내가 일본에 있을 때는 일본의 고령화와 저출산, 노후 불안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던 시기였다.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이런 책을 보면서 비슷한 문제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1989년 2월에 귀국한 나는 대우증권 본사 국제영업부장, 국제영업본부장, 리서치센터장을 지내면서, 일본이 진행했던 경로로 미뤄보면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서와 기고문을 많이 썼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일본통으로 알려지게 됐다.

노후 대비에 대해 강연하는 강창희 대표

-- 본인은 노후의 3대 불안에 대해 자주 말했는데, 그것은 무엇인가.

▲ 건강, 돈, 외로움 불안이다.

-- 건강 문제가 가장 중요할 듯하다.

▲ 나이가 들면 중대 질병이 많이 생긴다. 그렇다고 건강을 너무 염려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질병을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특수질병 보험을 들어놓는 것도 좋다. 건강보험이 있지만 수술 등의 상황이 생기면 목돈으로 수백만 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 본인의 친구들은 대체로 건강한 편인가.

▲ 내가 1973년에 증권거래소에 들어갔는데 작년이 입사 50년이 되는 해였다. 작년 가을에 입사 동기들이 모여 같이 밥을 먹었다. 23명의 동기 가운데 8명이 나왔다. 나머지는 이미 죽었거나, 아파서 요양원에 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집에 누워 있는 친구들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오지 못했다.

-- 친구들을 보면 어떤 사람들이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 같은가.

▲ 퇴직한 후에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보다는 뭔가 일을 하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50대 중반부터 일이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늦잠을 자고, 일어나신 뒤에는 술을 마시곤 했다. 그러다 65세에 돌아가셨다. 나도 일이 없었다면 아버지처럼 살았을 가능성이 꽤 있다.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 일이 있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 일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할 뿐 아니라 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다준다. 이런 정신적 충만감이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사람은 사회적 역할과 기여가 없으면 상당히 위축되고 빨리 늙는다.

1991년 일본 대학 교수 초청 강연회(왼쪽이 강창희 대표)

-- 노후에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돈인가.

▲ 노후 기본 생활비가 2인 가정 기준 월 300만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년퇴직 후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서울과 지방의 생활비가 다르고, 가정마다 소비행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는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사람들이 많은가,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한다. 빈곤율은 한 달 수입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이르는 사람들의 비중이다. 한국의 이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개념 자체가 상대적 빈곤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으면 이 비율은 떨어진다. 또 한국 사람들의 재산은 대부분이 부동산인데, 이를 연금으로 유동화하지 않으니 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 한국인의 노후에 대해 많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노인이 되면 생활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 한국에서 50대는 인생에서 재산이 제일 많을 때다. 이 연령층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6억원 정도다. 부채가 1억원 정도이니 순자산은 5억원이다. 이중 주택이 4억3천만원 정도다. 남는 돈이 7천만원인데, 이 돈으로 노후를 살기는 어렵다.

-- 연금이 있지 않은가.

▲ 국민연금을 매월 몇십만원이라도 받는 사람은 68%이고, 이중 월 수령액이 60만원 미만인 사람이 74%에 이른다. 국민연금 10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10% 미만이다. 퇴직연금도 충분하지 않다. 가입자당 평균 적립 금액이 4천800만원에 불과하다. 개인연금도 있는데, 계좌당 1천88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도의 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비원을 따뜻하게 대하자는 캠페인

-- 어떻게 해야 하나.

▲ 살고 있는 주택을 연금화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5억원 정도의 집이 있으면 주택연금을 통해 매월 100만원가량의 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 월 100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 생활비가 모자라니 일을 해야 한다.

-- 30년 넘게 지겹게 일을 했는데, 또 일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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