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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가르침 전한 20년 여정…박석무 이사장 "이제는 실천할 때"

다산 가르침 전한 20년 여정…박석무 이사장 "이제는 실천할 때"


(수원=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산의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 쓰려합니다."

2004년 6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편지 한 통을 썼다.

제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전남대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가 다산연구소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삶과 사상을 다루는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연구소와 함께 걸어온 20년 한 길이다.

지난 28일 경기 수원에서 만난 박석무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0여년 전 다산이 남긴 사상과 가르침을 되새기며 많은 사람과 나눠온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다산학자', '다산 전도사'다.

1942년 전남 무안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웠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산을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았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보낸 서신을 엮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1979)를 비롯해 '다산기행'(1988), '다산 정약용 평전'(2014) 등 여러 저서도 펴냈다.

연구소의 첫 사업으로 시작한 칼럼은 어느새 그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됐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5번 썼다가 이후에는 주 1∼2회, 월 1회 연재하고 있으나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다. 여행을 가더라도 정해진 날짜에는 꼭 글을 쓴다고 한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차곡차곡 쌓인 칼럼이 어느새 1천220회. 지금도 약 30만명이 칼럼을 구독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보통 월요일에 글을 쓰는데 지난 20년간 '결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정이 있거나 공휴일이 겹치더라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다운 사람, 나라다운 나라를 꿈꿔왔던 다산의 생각과 학문적 성과, 목표 등을 널리 알려왔다"면서 "박석무가 없으면 다산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며 웃었다.

박 이사장은 '공렴'(公廉)의 가치를 널리 알린 게 연구소의 큰 성과라고 힘줘 말했다. 공정과 청렴을 뜻하는 '공렴'은 박 이사장이 평소 숱하게 외치는 단어다.

다산을 연구한 여러 저서

그는 "다산이 28세에 문과에 급제한 뒤 쓴 시에서 찾아낸 부분이 '공렴'"이라며 "다산의 모든 논리는 공렴으로 귀결되며 자신도 공렴을 실천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주자(朱子·1130∼1200) 성리학의 관념 세계를 경험 세계로 바꾼 것도 다산"이라면서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밝힌 것도 연구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구소 사정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박 이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못 챙길 정도로 어려운 적도 있었다. 도와달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해 고민도 많았는데 20년간 이렇게 활동을 이어온 게 기적"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소를 출범한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당시 60대 초반이었으니 어떤 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때였죠. 정치를 다시 하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 스스로는 '패자'의 길이 아니라 '승자'의 길로 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웃음)

오늘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다산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잠시 고민한 뒤 한자 '정성 성'(誠) 한 글자라고 단언했다.

"정성 안에는 거짓이 배제되고 속이는 일이 없습니다. 다산의 일생을 돌아보면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살았습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일, 그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는 다산 학문의 두 축으로 경학(經學)과 경세학(經世學)을 꼽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보물 '정약용 필적 하피첩'

박 이사장은 "경학은 인격을 수양하고 일깨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고, 경세학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제는 실천에 옮겨서 그 뜻을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사회·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지만, 말로만 하니 나라가 시끄럽지 않느냐"며 "말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연구소 또한 이런 점을 목표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다음 달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학술대회에서는 그간 연구소가 간행한 책 등 주요 성과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산 묘제에서 발언하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오른쪽)

yes@yna.co.kr

ㅡ[연합뉴스]ㅡ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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