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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석 달째 표류하는 재건축 부담금…1만가구 부과 발묶여

[서미숙의 집수다] 석 달째 표류하는 재건축 부담금…1만가구 부과 발묶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개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이하 재초환법) 시행 석 달이 됐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들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절차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들이 정부의 집값 통계를 문제 삼아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지자체에 부담금 부과 절차를 일시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은 재초환 폐지를 주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사비가 급등해 조합원의 부담이 증가했는데 재건축 부담금까지 내라는 것은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번 기회에 재초환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실 주공5단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통계 불신, 자료 못준다" 조합 버티기에 1만가구 관련 절차 중단

개정 재초환법은 지난 3월 27일 시행됐다.

하지만 서울 서초구는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리빌아스테리움)의 재건축 부담금 산출을 중단한 상태다.

반포 현대는 강남권 부담금 부과 1호 단지로, 이미 2021년 8월에 입주해 법 시행 후 5개월 내 최종 부담금을 산정해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조합이 부담금 감면 대상인 1가구 1주택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석 달간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반포 현대 조합 측은 재건축 초과이익에서 제외할 '정상 집값 상승분' 계산 시 사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의 지수를 문제 삼고 있다. 이 지수를 놓고 통계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해당 통계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절차가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재건축 조합 모임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전재연)는 이달 초 전국 21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재건축 부담금 결정·부과 절차를 일시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전재연은 지난 3월 감사원에 조작 의혹이 있는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가 아파트 가격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며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적용하도록 시정해달라는 내용의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답변을 근거로 지난 4월 말 감사 종결을 결정했다.

국토부가 통계조작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와 재판부 판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며, 주택가격 동향 조사 통계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객관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인 만큼 감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재연 측은 감사원의 답변을 인용해 현재 정부가 주택통계 개선을 진행 중이니 부과를 중지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이미 준공돼 당장 새 기준으로 부담금 부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재건축 단지들의 부담금 부과 절차가 석 달째 중단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초환 부담금 대상 단지 중 입주가 끝나 부담금을 산정해야 할 곳은 전국 36개 단지, 약 1만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6개 단지는 법 개정 전에 일정 금액 이상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통지된 곳들로, 재산정 시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지자체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감사원 문서에 정부가 주택가격 통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해서 조합의 부과 중지 요청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국토부에 문의한 상태"라며 "공식 답변이 오면 조합이 서류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부과를 강행할 것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이 서류 제출을 계속 거부할 경우 거부 기간에 따라 부담금 부과액의 일정액을 과태료로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 여부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과 국토부 수장이 재건축 부담금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지자체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정부 기조는 이제 재건축을 할 때가 됐고, 가능하면 지원까지 해주겠다는 입장이어서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금리 인상과 공사비 폭등으로 조합의 재건축 추가분담금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까지 부과할 경우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져 도심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당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재초환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재건축을 통해 주택의 가치가 상승해 이를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내고, 팔지 않더라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을 추가로 내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일산신도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 "과거 강남 저층은 면제, 신도시 고층에 부담금 부과는 형평 어긋나"

국토부는 일단 조만간 지자체에 현행법대로 부담금 부과 절차를 진행할 것을 통지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초환법 폐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개정 법이 시행된 만큼 현 기준에 따라 부담금 부과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 논의는 그다음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바뀐 기준으로도 1인당 억대 부담금이 예상되는 반포 현대 조합은 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 지수로 정상집값 상승분을 계산할 경우 부담금 부과 금지 가처분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재연 관계자는 "조작 의혹이 제기된 통계를 사용해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실제 부과가 된다면 재초환법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부담이 급증한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까지 부과될 경우 집값이 높은 강남은 물론, 용적률 증가 폭이 큰 지방 단독주택 재건축까지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재건축 부담금을 피한 기존 재건축 추진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 추가분담금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 부담금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추가 분담금은커녕 환급까지 받았던 강남권의 저층 재건축 단지는 모두 재초환을 피해 갔는데, 고층 아파트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신도시 주민들이 재건축 부담금을 내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불만들이 많다"며 "미래 집값을 예측할 수 없으니 부담금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것도 사업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1주택자에 대해 주택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의 10∼70% 낮춰주기로 하는 등 종전보다 부담액이 줄었지만,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감면액이 전혀 없어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재초환법은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것인데 조합원 모두가 동일한 개발이익을 누리고, 보유 주택 수에 따라 감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초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오히려 조합원 간 득실이 차등화되면서 다주택자는 재건축을 반대하는 등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재개발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은 법 제정 이후부터 지속돼온 논쟁거리다.

전문가들은 최근 도심주택 공급 부족 상황을 고려해 재초환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초환법은 과거 재건축이 기대감이 큰 강남 저층 아파트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기대 수익을 낮춤으로써 재건축을 어렵게 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과거 강남 아파트는 자기 돈 한 푼 안들이고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익성 떨어지는 고층아파트만 남았는데 뒤늦게 이런 단지에 재초환법을 적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 번 오른 공사비는 떨어지지 않고, 지자체가 용적률 인센티브로 막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있어 굳이 재초환이 아니어도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도심 주택 공급 시기를 놓치면 집값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재초환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ㅡ[연합뉴스]ㅡ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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