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2만V 고압선 옆 가정집…"닿으면 바로 감전사"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몸에 닿으면 바로 감전사할 수 있는 고압전선을 가정집에 매우 가깝게 설치해놓아 주민이 불안에 떨고 있으나 당국은 규정만 따지며 문제없다고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 인다. 최근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탁상행정과 책임 떠넘기기로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A씨는 지난 8월부터 구청과 한국전력공사에 고압선과 변압기들 때문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다며 관련 설비들의 이전을 요청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전에 확인한 결과 A씨 집 옆의 변압기 3개는 2만2천900V(볼트)의 고압 특구 선로 3개에서 나온 전기를 220V로 전환해 주변 건물에 공급하고 있는데, 변압기는 A씨가 거주하는 건물 3층에서 1m, 고압선은 2m 거리에 각각 설치돼 있다. 이들 고압선은 사람 몸에 닿기만 해도 감전사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하다고 한다. A씨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3층 건물에 크게 걸려있는 간판은 변압기 등과 거의 닿을 듯한 거리에 있다. 2년 전부터 현재의 집에서 거주해온 A씨는 그동안 자고 일어나면 몸이 매일 찌뿌둥하고 맥이 풀려 힘들었는데 최근에서야 고압선이 원인임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변압기 옆에 침실이 있다. 어느 날 변압기와 상대적으로 먼 거실에서 잠을 잔 후 몸이 개운한 것을 느끼며 침실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는데, 그 원인이 변압기와 고압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구청과 한전에 민원을 냈다. 구청에는 한전에 전봇대 설치를 허가해줬으니 한전에 다시 말해서 변압기와 고압선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전에도 역시 변압기와 고압선의 이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 구청은 전봇대 설치를 도로법에 따라 허가해주었으며, 전봇대의 이전 및 철거는 한전이 신청해야 가능하니 한전에 문의하라고 했다. 한전은 변압기를 건물과 1m, 지상에서 5m 떨어뜨려 설치했고 전자파 측정 결과도 문제가 없어 변압기 철거가 불가하며, A씨가 비용을 부담하면 요청을 들어주겠다고 밝혔다. 구청과 한전의 담당자들은 본인이 가족과 A씨의 집에서 거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하고 "불편할 거 같다" "전봇대는 전국적으로 설치돼 있어 이런 상황은 일반적"이라는 말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자파 측정 결과 고압선의 영향은 거의 없으며 집안의 가전제품에서 더 많은 전자파가 나오고 있었다. 고압선은 집에서 접근할 수 없다. 당장 해결방안이 없어 안타깝다.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태풍 등 천재지변이나 차량 충돌 등으로 전봇대가 가정집으로 넘어지고 바로 전력이 차단되지 못했을 경우 자칫 인명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청 관계자는 "전봇대는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물로 변압기의 이전 등은 우리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A씨는 "국가는 아버지가 자식을 돌보듯 주민을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고압선 변압기 3개로 인해 재충전의 공간인 집에서 몸이 축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살피지 않고 전봇대 허가를 내준 구청의 탁상행정과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공기업을 고발한다"고 말했다. 
ㅡ[연합뉴스]ㅡ2022.11.16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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